™ My Story/짧은소설 긴여운

선물

카잔 2016. 3. 1. 11:01

[짧은 소설] 엄마는 아이에게 책을 선물했다. 아이에게 맞춤한 선물이었다. 책은 새로운 인식을 선사했고, 아이는 인식이 확장될 때마다 경탄했다. "놀라워요, 엄마!" 엄마는 아이의 감탄을 기뻐했고, 앞으로의 날들을 기대했다. 아이의 미소 띤 경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쁘다가도 우울했고, 울적하다가도 신이 났다. 아이는 자의식이 강한 축에 속했고, 아쉬움도 큰 편이었다. '나는 왜 지금까지 이것도 모르고 살았을까?'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에 놀라워하다가도 좀 더 일찍 건너오지 못한 지난 날들을 아쉬워했다. 주변 어른들이 자신을 식견 좁은 아이로만 보아왔을 거라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다. 아이의 생각과는 달리, 대다수 어른들은 자기 자녀가 아닌 아이들은 인식하지 못하며 산다. 아이는 잠시 두렵기도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의 무지를 깨달아야 하는 걸까?' 아이는 후회와 아쉬움, 부끄러움, 두려움에 빠져 엄마의 기쁨을 눈치채지 못했다.

 

멍하게 앉아 있는 아이에게 친구가 다가왔다. "뭐 해?" 여러 감정에 정신을 팔던 터라 말을 듣지 못했다. 친구가 아이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밖에 나가서 놀자! 지금 날씨 정말 좋아." 아이는 자기 감정을 놓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책을 놓으면 열정이 달아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열정은 내면에서 꺼질 뿐, 외부로 달아나는 일은 없음에도 아이는 얼른 따라 나서지 못했다. (끝)

 

[사족]

1. 세상은 넓고 지식은 무한하지만 한 사람의 식견은 좁고 인생은 유한하다. 부분에 대한 무지는 우리 모두의 필연이다. 누구나 잘 알던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건너가면 어린아이가 된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배우는 이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성장하는 영혼은 유년 시절의 무지와 신입 시절의 미숙을 자발적으로 선택한다.

 

2. 더러는 정말 알아야 할 것들을 너무 늦게 깨달아 부끄러운 상황도 발생한다. 그런 일들은 주로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지혜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박식하지 못함보다는 사람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림이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부분으로 전체를 단정 짓는 일이나 자기만 들여다보느라 타자를 헤아리지 못함이 어떤 지식에 관한 무지보다 부끄러운 일이다.

 

3. 몰랐던 것을 인식하는 순간은 경이다. 지난날의 과오에서 벗어날 기회를 만났기에, 더 넓은 세계로 접어들었기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실로 경이다.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인지상정이다. 아쉬움을 후회로 몰아가지 않고 앞날을 향한 희망과 기대로 전환시키는 힘은 지혜다.

 

4. 기쁨과 슬픔은 반성의 양극적 감정이다. 자신의 언행에 대해 불찰이나 부족이 없는지 헤아리면서, 두 감정을 모두 맛본다면 그것은 지혜다. 나를 성찰하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슬픔) 동시에 반성을 통한 변화로 후일의 변화를 다짐하는 것(기쁨)! 스스로를 단속하는 부끄러움과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호연지기는 아름다운 감정이다. 지혜는 둘 모두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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