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짧은소설 긴여운

감수성

카잔 2016. 3. 8. 07:06

 

[짧은 소설] 여자는 남편의 미세한 표정 변화도 알아 차렸다. 아이의 말투를 읽을 줄도 알았다. 때때로 달빛에 홀려 추억에 물들고 빗소리에 젖어 음악에 취했다. 여자는 홀로 떠나는 여행을 좋아했다. 시원한 풍광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한다고 여겼다.

 

자신의 생각을 알고 세상살이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말수가 줄었다. 그들을 이해하기에 바빠 대화에 끼어들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상황을 헤아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발동되었다.

  

이해하기에 능숙해진 이들도 이해받기를 원한다. 그것도 섬세하고 정확하게 이해받기를 원한다. 정확한 이해는 드물었다. 여자는 외로워졌다. 그녀는 소통을 위해 바늘을, 상대는 두툼한 몽둥이를 내밀었다. 접점이 있었지만 교감은 충분치 못했다

 

여자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신경 썼다. 거짓을 연출하는 것은 아니었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느라 자신을 잠시 잊거나, 사람들과 함께할 때마다 홀로 누리던 편안함을 놓칠 뿐이었다. 자신이 사람들을 과도하게 신경 쓴다는 사실을 인식했지만 벗어나는 법은 알지 못했다 

 

여자는 여행을 떠났다. 풍광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숙소에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새로운 문물을 좋아한다고 느꼈지만, 새로움은 종종 피곤함을 불렀다. 여자는 깨달았다. ‘나는 자연이 아니라 자유를, '특정한 여행지'가 아니라 신경 써야 할 '사람의 부재'를 좋아했구나.’

 

그녀는 사람을 좋아했지만 힘들어했다. 그녀에게 사람은 교류하고 소통하는 대상, 더불어 갈등하고 종종 오해를 주고받는 대상이 아니었다. 신경 써야 하는 불편한 대상이었다. 과도하게 신경 쓸 때마다 자신과는 멀어졌다. 자신을 잃을 즈음이면 극단적인 방식으로 일상을 탈출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이 힘들어했고 여자는 울면서 떠났다.

 

세상은 넓었지만 어디에나 사람들이 존재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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