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짧은소설 긴여운

원수

카잔 2016. 3. 9. 07:42

 

[짧은 소설] 성경공부를 진행하는 진수는 K를 미워했다. 말이 길고 많았다. 분위기 파악도 못했다. K로 인해 다른 멤버들의 발언 기회가 줄거나 마쳐야 하는 시간을 넘기곤 했다. 진수는 열 받으면서도 K의 발언을 적절하게 제어하지는 못했다. K의 말이 끝나면 얼른 끼어들어 다른 멤버들에게 발언권을 넘기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진수는 K만 없으면 더욱 분위기 좋은 성경공부 소그룹이 될 거라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K는 가장 높은 출석율을 자랑했다.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던 진수에게 문자가 왔다. "진수오빠, 제가 이번 주 성경공부 참석을 못할 것 같아요. 저희 언니 결혼식이라 고향에 내려가야 해서요. 아쉽지만 다음 주에 뵐게요." 진수는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이번 주는 최고의 성경공부 시간이 되겠구나.' 진수는 설레는 마음으로 주일을 맞았다. K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참석했다. 진수는 모처럼만에 간식을 준비했다. 이 날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한 상징이었다.

 

성경공부가 시작되었다. 진수의 예상은 깨졌다. 모임 시작부터 J가 대화를 독차지하기 시작하더니 성경공부 시간 내내 할 말을 많이 쏟아냈다. 분위기는 K가 있을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J는 태초부터 준비된 K의 대리자 같았다. 리더로서 진수의 소극적 역할은 여전했다. 모임에서 발언 시간을 제어하지도, 모임 이후 개인적으로 조언을 건네지도 못했다. 모임에서 K와 J가 동시에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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