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보람의 <혜화동 (혹은 쌍문동)>을 들었다. 성인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를 무대로 산다. 타향을 떠난 이들은 두 도시를 산다. 여행을 즐기며 타지를 향유하는 이들은 보다 넓은 세계를 산다. 아이들은 다르다. 자신의 동네에서 산다. 그런 아이들에게 친구의 이사는 슬픈 이별이다. 대구에 살았던 나는 친했던 친구가 수원으로 이사갈 때, 기차역 플랫폼까지 나와 떠나보내고서 울었다. 열 아홉 살의 일이다. 박보람의 노래를 들으며 떠오른 이미지들이다.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2.
마지막 가사가 가슴을 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사는지!" 어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기억나지 않는 건 중요하지 않아서야." 참 안일하고 경솔한 말이다. 어떤 때에는 그 말에 화가 날 지경이 되기도 한다. 너무나도 틀린 말이기에.
나는 엄마의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분의 목소리를 이억하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다. 극단적인 사례라 여겨진다면, 우리가 얼마나 자주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지 생각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부모님의 생일, 놓치지 말았어야 했을 중요했던 업무, 배우자나 아이들과의 약속... 수도 없다.
우리는 업무와 일상에 치여 친구에게 안부 묻는 일도 잊고 산다. 모든 친구가 아닌 소중한 친구에게마저 그렇게 지내고 만다. 좋은 술을 마실 때 떠오르는 이가 친구다. 내 행복과 슬픔을 함께 해 주는 이가 친구다. 그런 친구 한 두 명을 당신은 가졌는가. 그런데도 그를 잊고 살 때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때때로 소중한 것들마저도.
3.
"그냥 잊혀버린 경험은 되살려보려고 아무리 끈질기게 애써 노력하더라도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가 잊었다는 걸 잊었을 때, 바로 그때가 우리와 과거 사이의 문이 닫히는 순간이다." 로버르 그루딘의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p.249)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는 평소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도 모른 채 산다는 말이다. 이중의 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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