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만난 앨범이다. 속주곡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곡에서 위로와 기쁨을 얻었다. 첫 곡에서부터 평온을 느꼈다. <Line for Lyons>은 우아하고 경쾌하다. 베이스와 심벌즈라는 부드러운 대지가 곡을 받쳐주고, 색소폰과 트럼펫이라는 두 유쾌한 인생이 행진한다. <Walking shoes>에서는 두 인생이 길의 방향을 살짝 바꾸어 새로운 스텝을 구사한다. 춤마저 가미된 느낌이다.


  

이번 겨울은 내게 혹독하다. 내면의 고통으로 힘겨운 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추운 날씨는 안중에도 없다. 불면의 날들이 이어졌고 식욕이 떨어졌다. 그래도 산다. 밥을 거르지 않았고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덕분에 집안이 조금씩 깔끔해졌다. 얼굴 살이 부쩍 빠졌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는 ‘얼른 회복해야지’ 다짐한다.

 

나는 요즘 내면의 짙은 상실감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도움의 손길도 구하면서! ‘서두르진 말아야지.’ 상실감, 무상함과 같은 마음의 상처가 서두른다고 빨리 치유되진 않을 테니까. ‘참고 있지도 않아야지.’ 혼자서 참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으니까. ‘미루지도 말아야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들도 치유를 앞당길 노력은 존재하는 법이다.

 

정서 궁합이 잘 맞던 대중가요들도 지금의 내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선율이 좋아도 가사의 내용들이 지혜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분히 감상적일 뿐이었다. 몇몇 지혜로운 노래들(이를 테면 삶은 여행, 커가는 내 모습, 혼자 사는 세상)도 있지만,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노래를 찾아 나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를 집어든 계기다. 18년 만에 다시 읽었다.

 

책이 소개하는 첫 인물은 공교롭게도 ‘쳇 베이커’다. 쳇의 곡은 많이 들었는데…, 하는 마음이 앞섰다. 아쉬움이다. 뭔가 낯선 인물, 새로운 곡을 기대했나 보다. 하루키는 쳇과 게리 멀리건과의 명연이 담긴 초기 앨범을 소개했다. 지금은 판매하지도 않는 자신(과 소수)만이 가진 앨범이었다. (이거야말로 ‘쳇’이로군!) ‘그래도 게리 멀리건의 노래는 오랜만이다’ 싶어 유투브를 검색했다.

 

이렇게 만난 앨범이 <Gerry Mulligan Quartet with Chet Baker>다. 수록곡들을 날마다 듣는다. 지겹지 않다. 매일 한 움큼의 위로, 소소한 행복, 내면의 평온을 얻는다. 몇 곡은 올 겨울 내내 나의 ‘반려 음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오늘밤 친구와의 술자리를 빛내줄 음악이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 나른한 오후 시간이다. 음악을 들으며 잠시 졸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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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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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임트리 2016.12.18 2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 재즈 선율이 아주 좋습니다! 딱 제 취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