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저, 살아 있습니다

카잔 2017. 11. 13. 09:21

두 달이 지나면 블로그를 시작한 지 11년이 됩니다(2007년 1월 개설). 십 년 넘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포스팅을 올렸죠. 긴 공백은 없었습니다. 여행을 떠나 몇 주 간 뜸했을 뿐입니다. 올해는 정말 블로그 운영이 부실했습니다. 이 글이 5개월 만에 올리는 포스팅이네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낯선 기분이 듭니다. 오랫동안 집을 떠났다가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집 안이 생경하게 느껴지듯이 블로그 주인장인 제가 지금 조금 얼떨떨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곧 익숙해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약간의 긴장이 느껴집니다.

 

저, 살아 있습니다. 종종 블로그 인연들이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안부를 물어옵니다. 바로 어제도 그랬습니다. 너무 오래 소식이 없어 걱정 된다는 말과 함께 기척이라도 남겨 달라는 애정 어린 문자를 보고서 ‘근황 토크’ 삼아 포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네요. 문자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루뭉술하게 제 근황을 적어 봅니다. (아직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겠네요.) 작년 연말에 상실의 고통을 크게 겪었고 올해 봄이 되면서 점점 회복했었죠. 여름이 오기도 전에 또 한 명의 절친한 친구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 영원한 이별로 힘겨웠습니다. 

 

매일 나누던 프로야구 얘기도, 함께 보냈던 애정의 순간들도 다시 누릴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참 쓸쓸해집니다. 그 쓸쓸함과 허전함을 진하게 느끼며 반년을 살아왔네요. 2014년에도 친구 하나가 떠났으니 가장 소중한 교감의 대상을 둘이나 잃은 셈입니다. 

 

인생 앞에 서면 한없이 겸허해집니다. 떠난 친구들을 가끔 원망하면서도 그들을 향한 고마움도 커졌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친구로 지내어 고맙다’는 마음이 드는 겁니다. 일상에서도 자주 감탄합니다. 작은 것에도 ‘와! 정말 예쁘구나’ 하고 날마다 감동하죠.

 

순간마다의 삶이 귀하고 세상의 많은 것들이 아름답습니다. 제 안에 슬픔과 고통이 빚어낸 시선 하나가 새겨졌기 때문일 겁니다. 종종 친구와 함께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이내 스스로를 달래어 줍니다. ‘이젠 그럴 수 없어. 머잖아 다른 친구를 또 만날 거야.’

 

앞으로의 계획도 적어두고 싶네요. 오랫동안 수업도 열지 않고 지냈습니다. 고백 프로젝트도 한동안 멈췄고 여타의 인문학 수업도 마찬가지였죠. 다시 그 조촐하고 깊었던 수업들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세상 어디에나 수많은 강연이 있지만, 특히 연지원의 수업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내년 봄에는 서울을 장기간 떠나게 됩니다. 그 전까지 다양한 수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강독회 형식의 수업(수잔 손택, 그리스인 조르바)이나 인문학과 리버럴 아츠 수업 뿐만 아니라 글쓰기, 강의력, 시간관리, 리더십 등과 같은 실용적인 주제도 한 번씩 오픈하려고요.

 

12월부터 매주 목요일(예정) 저녁마다 진행할 텐데 오랜만에 블로그 인연 분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블로그 독자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기도 하고요. 고마움의 작은 표시로 수업료를 절반으로 낮춰 진행할 겁니다.

 

너무 오랫동안 쉬었고 긴 공백 후의 포스팅이라 몇 분이나 확인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몇 분과의 즐거운 수업과 따뜻한 뒤풀이를 염두에 두며 포스팅합니다. 조만간 더 나은 글로 찾아뵙겠다는 약속도 전하고요. 그간 다른 건 몰라도 공부는 계속 이어왔거든요.

 

찾아주신 분들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 드립니다.

 

[덧] 11월에도 공개 강연이 있긴 합니다. 11월 15일(수)은 여의도 CGV에서 독서법을, 14일(화) 19시 30분에는 토즈 종로점에서 <그리스인 조르바> 특강을 진행하죠. 조르바 특강은 댓글로 신청하시고 오시면 되고요(강의료 1만원 추후 입금). CGV 특강은 아래에 링크를 전합니다.

http://www.micimpactschool.com/s/item.php?it_id=1508383425&ca_id=205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