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포틀랜드에서 만난 인연

카잔 2017. 6. 14. 18:34


1.

필슨(Filson)을 만난 순간이 떠오른다. 젊고 세련된 감각이 느껴지는 도시 포틀랜드(미국 오리건 주)에서였다. 나는 중고 서점 ‘파웰 북스’ 인근에 위치한 에이스 호텔에 묵었다. 호텔 맞은편에는 Union Way라는 작은 쇼핑몰이 있다. 예닐곱 개의 상점이 들어선 30m 즈음 되는 거리로 기억한다. 초입에 <Steven Alan>이라는 편집샵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거기서 한 눈에 반해 들고 나온 품목이 ‘필슨 토트백’이다. 2014년의 일이다. 그 이후로 가장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이 되었다.


 

2.

필슨(Filson)은 꽤나 전통 있는 브랜드다. 19세기 말 미국에는 골드러시 열풍이 불었고, 창업자는 황금을 찾아 모험을 떠난 이들에게 필요한 의류를 제작했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필슨의 탄생이었다(Since 1897). 필슨코리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1914년 자사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특허를 받은 ‘크루저 자켓’이 베스트셀링 품목이다. 골드러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필슨은 품질 좋은 아웃도어 의류를 계속 만들어왔다. 기능성 의류와 튼튼한 가방들을!

  

3.

“제조업으로 생산할 수 있는 아웃도어 제품 가운데 최고의 제품만을 생산하는 것이 필슨의 이상이자 정책입니다.” 창업자인 Clinton C. Filson이 1926년 필슨 카탈로그에 적었다는 문구다. 홈페이지에는 이와 함께 자부심 넘치는 문장도 있다. “필슨은 그 누구도 무거운 울과 튼튼한 면과 천연 가죽을 필슨처럼 공들여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필슨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내 경험을 봐도 200달러가 채 안 되는 천 가방이 가죽처럼 매우 튼튼했다.

  


4.

더욱 마음에 드는 문장은 따로 있다. “고객 한 사람이 요구하는 제품이 없을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그 사람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읽는 순간에 짜릿함을 느꼈다. 고객을 향한 애정과 열의가 느껴져서다. 나 역시 종종 ‘한 사람을 위한 강연’을 연다. 한 사람의 요구에 화답하는 콘텐츠가 가장 보편적인 메시지가 된다는 믿음과 그 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넘친다는 애정이 결합된 행위, 그것이 한 사람을 위한 강연이다.


  


5.

오늘도 검은색 필슨 토트백 가방을 들고 나왔다. 문득 가방에 든 품목을 모두 꺼내보고 싶어졌다. 얼른 테이블 위에 하나 둘 꺼내 놓았다. 한적한 카페여서 누리는 잠깐의 여유로움이요, 즐거운 관찰이다. 노트북, 수업, 일기장, 선글라스, 헤드폰, 필통, 책 한 권! 가방 속 물건의 전부다. 여기에 약간의 돈만 있으면 살아가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을 만큼 내게는 중요한 품목들이다.



‘아! 이것이 나의 본질이구나!’ 나도 모르게 툭 내뱉은 말,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드는 물건들! 담고 싶은 모든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은 없다. 때문에 가방은 본질을 담게 된다. 그 날의 본질, 한 사람의 본질, 어느 인생의 본질을 담는다. 작은 깨달음에 흥분했나 보다. 과장 섞인 언사마저 내뱉고 싶어진다. “당신 가방 안의 물건들을 보여주세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볼게요.”

*

색깔별로 마련한 필슨 토트백 말고도 브리프케이스도 하나 구입했다. 두 번 들고 나갔다가 집에 잠들게 됐다. 위 토트백처럼 통 내부를 사용하던 내게는 내부 포켓이 많은 게 오히려 불편했다. 필요하면 파우치를 활용하는 편이 내 스타일인가 보다. 그래서 필슨 브리브케이스 컴퓨터 백(브라운)을 중고로 팔기로 했다. 홈페이지 판매가로는 402,000원이지만, 국내 공식판매처(삼지통상)가 아닌 다양한 루트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손잡이 부분이 공식판매처 제품과 살짝 다르다. 필슨코리아 홈페이지 제품은 아래 사진 참조. (판매완료)


중고 판매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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