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스티븐 코비를 만난 날의 이모저모

카잔 2008. 12. 5. 19:17

#1. 추위, 아니 强추위

추웠다. 무지 추웠다. 집으로 올라오는 골목길을 오르는 걸음이 빨라진다.
돌아오는 길에 빠리바게트에서 소보루빵과 모카빵을 샀다. 오늘 저녁이다.
다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게다.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행복감에 휩싸인다.
이런 강추위를 피할 수 있는 집이 있다니. 내 집이 있다니!
아, 고마운 일이다. 고대 화정체육관처럼 불편하고 쌀쌀한 곳이 아닌 참 좋은 나의 집.

우유을 데워 소보루빵과 함께 먹었다. 아...! 맛.있.다.

오늘은 올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이라 했다. 기상청의 예보가 적중한 날이다. 안 그래도 되는데. ^^
아침 7시 조찬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나설 때에는 몰랐다. 오후가 되니 더욱 추운 듯 했다.
오후 시간관리 페스티벌의 강연을 듣던 도중, 나는 따뜻한 집이 그리워졌다.
두 개의 강연이 남아 있지만 집으로 가기로 결정. ^^
강연장을 나서는데, 바람이 매섭다. 돌아오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었다. "아, 춥다!"

#2. 그를 만나기 위한 준비

나는 늘 준비가 부족하다. 도대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없다.
4박 5일간의 중국 배낭여행을 떠날 때에도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짐을 챙겼다.
내 삶이 모든 대목에서 이런 모양이니 나와 함께 살아가주는 사람들에게 문득 고마움이 느껴진다.
몇 가지 예외가 있긴 한데, 와우팀 리더로서의 모습이 그렇다.
수업을 자그마치 몇 주 전에 준비하기도 하고, MT도 며칠 전에 준비를 한다.
이것도 내게는 '이른' 준비지만, 팀원들에게는 '대체로 늦은' 준비인가 보다.
최근 생산적인 피드백을 받은 것이다. 조금 더 미리 공지해 달라고. 하하하. ^^ 그가 고맙다.

스티븐 코비, 그를 만나기 위한 준비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아니, 아무 것도 없었다.
조찬모임이라 조금 바쁜 시간이었지만, 샤워를 하며 몸을 청결히 하여 외출한 정도가 유일하다.
나는 그의 책을 들고 가지도 않았고, 비상 상태(^^)를 대비한 회화 한 두 마디도 준비를 안 했다. 하하.
전날에 강연장이 어디인지 확인한 것 외에는 정말 준비한 것이 없었다.

준비하지 않는다고 내 삶을 타박하는 것은 아니지만, 
손해 보는 것이 한 가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기대감을 놓친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잭 웰치를 만날 때에는 참 많이도 준비했다.
그 날의 짧은 순간을 위해 45만원 여를 투자하고, 옷 매무새에도 신경 썼다.
나는 잭 웰치 강연회에 갈 준비를 하는 동안 저절로 기대감이 커졌다.
기대감은 내게 용기를 만들어 주었고,
나는 단.독.으로 잭 웰치와 악수를 하고 아주 짧은 얘기를 나눴다. ^^


#3. 그와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다니... 흑흑

나의 디지털카메라에는 스티븐 코비의 사진이 여러 장 있다. 
스티븐 코비와 아는 지인들이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도 여럿이다.
악수를 타이밍에도 여럿이 몰려 들면 나는 한 걸음 물러섰다.
사진을 찍을 때 내가 바로 옆에 선 적도 있었지만 누군가 밀치고 들어오면 물러섰다.
여인이 있고, 키 작은 남자가 옆에 있으며 내 옆에 세워 가장 자리로 물러섰다.
그래서 결국 테이블별로 찍은 두 번의 사진 모두 가장자리에 서서 찍었다.
자연스럽게 이리 되는 모양이 싫진 않았지만 살짝 아쉽긴 하다.

나는 늘 코비 박사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가 부족했다.
여러 사람들이 코비와 함께 독사진 찍기에 성공하는 순간을 보며 아쉬워했다.
좋은 타이밍을 보면서도 끼어들 열정이 부족했다.
결국, 그와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다. 흑흑.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마지막 순간에 악수를 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의 눈과 마주쳤음에도 한 마디의 말도 못했다. 말을 건네도 된다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악수를 한 사람들은 기를 받았다며 기뻐했고, 즐거워했고, 흐뭇해했다.
그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도악하여 각자의 분야에서 작은 스티븐 코비가 되길 바랬다.

#4. 특별한 날?

2008년 12월 5일은 특별한 날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1999년 10월 4일, 잭 웰치를 만난 날이 내게 오래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날이 되지는 않았다. 무엇 때문일까?
왜 아쉬움이 남고 흥분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사진 하나 찍지 못하고, 대화 한 번 못했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다.

1) 어찌 되겠지, 하는 막연함으로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비한 만큼 기대감을 갖게 되고, 기대한 만큼 배우고 얻는다.
나는 12월 4일까지 똑같은 일상을 보냈다. 5일 아침에도 똑같은 기분으로 일어났다.
함께 참석했던 어느 지인께선 흥분해서 잠을 못 이루었다 하셨다.
나 역시 만남을 상상하며 흥분감을 느끼고, 코비의 책을 읽으며 기대감을 더했어야 했다.

2) 아무런 생각없이 참석하였다. 나는 그냥 갔다. 생각 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왜 참석했는지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음을 이 글을 쓰며 깨닫는다.
놀랍다. 생각없이 어떤 일을 했다니. 나는 그저 유명한 분이 오시니 가 본다, 정도였다.
옆 자리에 앉았던 또 다른 지인은 내게 코비와의 사진을 찍어 달라 했다.
그는 성공했고 찍고 악수도 했다. ^^ 돌아오면서 목표를 이뤘다고 말했다.
오면서 악수하고 사진 찍는 것이 목표라 했다. 나는 그런 목표가 없었다. 생각이 없었다. 
목표 의식이 없고 생각한 바가 없어도 하루 하루 살아갈 수 있음을 체험한 것이 전부다.

3) 강연회, 그 이상의 만남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스티븐 코비의 저서에 비하지는 않지만,
나도 한 권의 책을 냈고 그 책은 독서와 학습에 관한 책이다.
책을 통해 배우는 데에는 초보 전문가의 수준이라는 자부심이 내게 있는 듯하다.
(김열규 선생님, 표정훈 선생님, 장회익 선생님 등이 떠올라 부끄러워지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위풍당당 미래가 희망적인 젊은 전문가이다.
스티븐 코비의 책 내용을 내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실은 달콤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영감을 주는 대목은 두어 번 읽기도 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을 읽으면서는 그의 탁월함에 황홀할 지경이었다.
나는 분명, 그의 책으로 인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랬다. 나는 유명인을 만나러 간 것이 아니고, 내 삶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을 만나러 간 것이었다.
나는 그 분과 악수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생각 몇 가지를 나누고 싶었다.
내가 꿈꾸는 삶의 가장 최전선에 있는 분으로서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 그러지 못해 아쉬웠던 것이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