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어제같이 가슴이 답답한 날에서도...

카잔 2007. 4. 29. 11:47

2007년 4월 28일 오전 5시 20분, 예정보다 20분 늦게 잠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예정된 일정과 이에 따른 해야 할 일이 만만치 않기에 조금은 부담감이 느껴지는 아침이었죠.

9시에 금호여자중학교 강연을 가기 전에 오늘 변화경영연구원 모임에서 발표해야 할 과제를 작성해야 하고,

또한 금호여자중학교의 강연 슬라이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USB로 음악, 동영상, PPT 파일 등을 몽땅 옮겨야 했죠.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면서 연구원 과제를 100분 정 동안 작성하고,

오늘 강연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요.

두 번의 강연에다가 연구원 모임 때의 발표 준비가 있었으니까요.

금호여중 강연 슬라이드 작성은 집에서 못 다하여 이동 중에 완료하였습니다.

9시 조금 전에 금호여중에 도착했죠. ^^

와우.. 강연은 생각보다 조금 더 힘들더군요.

중학생들의 산만함과 시끌벅적함이란 제가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것이 싫지 않았던 것은 이것이 그들다움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활발히 살아있었던 것이지요.

'정숙'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자신을 맞춰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활발히 살아있었고,

저는 그들의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 좋았습니다.

제가 시선을 끌지 못할까 봐 동영상을 몇 개 준비했는데,

동영상을 볼 때보다 제가 스토리텔링을 할 때 더욱 잘 집중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죠.

쉽지 않은 강연이었지만, 40~50%의 학생은 끝까지 집중해 주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어떤 학생은 강연 후반부에는 계속 소곤소곤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만 하기도 했거든요.


끝나고 나서, 참석하신 선생님들의 얘길 들으니 학교 수업 시간에는 더 떠든다고 하시더군요.

선생님이 말씀을 해도 계속하여 떠든다는 것이죠. 하하하..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니 저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하더군요.

집에 돌아와보니 한 학생이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 중의 일부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금호여자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방금 강의를 듣고 집에오자 마자 메일을 씁니다.


오늘 선생님의 강의가 제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앞으로도 도움이 많이 될것같구요

저는 앞으로 말과 생각을 조심하기로 결심하였고

다른사람에게도 희망을 말을 많이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낙타를 말하셨을때 오래동안 머리속에 머물렀던 것과 같이

제가 누구에게 희망적인 말을 해서 그 사람이 용기를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지금 성적이 좋은것도 아니지만

"OO"가 되고싶어요.

대학교는 OO대에 가고싶구요.

이제부터  공부를 하면 정말 갈수있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 전 노력이 부족해서 좋은 성적을 받지못했던것 뿐이니까요.

그래서 다가오는 기말고사때는 정말 열심히 할거예요. (중반 이후 생략)"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저는 제가 강연을 잘 한 것이 아니라,

이 친구가 잘 하는 학생이어서 제 강연을 잘 받아준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약간의 도움을 준 것이겠지요.

이 학생에게 정성스레 답변을 해야겠습니다. ^^


강연이 끝나고 지하철 역에 오니 12시가 다 되었고,

2시 연구원 모임을 가기 전 식사를 하고 1시 43분에 연구원 모임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연구원들 각자의 발표를 들으며 배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6시 04분에 연구원 모임에서 나왔습니다. 7시 강연이 있기 때문이었죠.

원래는 5시 40분 경에 나오려고 했지만

그 때까지 구본형 선생님의 말씀이나 피드백은 한 마디도 없이

그저 연구원들의 과제 발표만 3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되어서 그냥 나올 수가 없더라구요.

한 마디라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었습니다.

쉬는 시간없이 바로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지길 기대했는데,

저의 그런 기대와는 달리 연구웜 모임은 휴식 시간을 가졌죠.

그래서 10분 쉬는 시간 후, 저는 선생님의 피드백을 5분도 채 듣지 못한 채 나와야했습니다.

너무 너무 아쉬웠죠. ㅠㅠ


7시 두레하나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연구원 모임에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다가 나가자' 했던 것이

결국 7시 강연 시간을 2분 넘겨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알고 있었던 구로지디털단지역이 아니라, 구로역이어서 이동 시간이 좀 더 소요된 것이죠.

다행히도 이 곳에서는 정시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시는 분들을 기다리는 분위기여서 7시 25분이 다 되어서야 강연을 시작했던 것 같네요.


이 강연은 아주 만족스럽게 끝났습니다.

참가하신 분들은 2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까지의 교회 성도님들이었는데

굉장히 좋은 반응을 보여 주셨습니다. 제가 기뻤던 것은 말로 할 필요도 없지요.

오늘 하루를 보내고 난 후의 감정은 '기쁨'입니다. 그리고, '행복'입니다.

열심히 보낸 하루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약간의 피곤함이 느껴졌지만,

그 피곤함이 행복한 감정을 전혀 누그러뜨리지 못하더군요.

날마다 이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고, 나 자신에게 기쁨이 되면서 말입니다.

어제같이 답답한 날 속에서도 기쁨이 있고, 의미가 있고, 행복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두레하나교회 강연을 마치고 성도님들과 함께 나오는데,

한 분이 제게 결혼을 하셨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아직 못했다고 말씀드리니, 우선 순위를 좀더 중요한 일에 두셔야겠네요,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다함께 하하하 웃었지만, 왠지 모르게 아직까지 그 말이 귀에 맴돕니다.


이제 저도 하루의 행복을 그 날 밤 잠자리에서 내 곁의 사람에게 나누고픈 마음도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