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일상을 연주하는 재즈 뮤지션

카잔 2009. 1. 2. 06:08

"요즘 내 삶은 서로 다른 세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교향곡과 같다.
각 악장에 제목을 붙이자면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과> <몇몇 사람과> <아무도 없이>.
<많은 사람들과>는 독자나 출판 관계자, 저널리스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몇몇 사람과>는 브라질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고, 코파카바나 해변을 거닐고,
드문드문 모임에 얼굴을 내미는 때다. 남는 시간은 대부분 집에서 보낸다."
-『흐르는 강물처럼』 중에서

파울료의 악장 비유를 읽고, 나의 일상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의 일상을 설명하기에도 참 적절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과>는 나의 직업을 설명하는 악장이다.
이 악장은 경쾌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강사로 청중들 앞에 서거나 독자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주로 내게 기쁨을 주는 순간이고 세상에 기여함으로 의미를 찾는 시간이다. 
간혹 기대보다 못미친 상황으로 괴로워지기도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몇몇 사람과>는 내가 사람들과 관계하기에 더없이 편한 방식이다.
나는 일대일의 만남을 선호한다.
여러 명이 만나는 모임에서는 말수가 아주 적어지지만,
내가 좋아하는 한 두명과 있을 때면 수다스러워진다.
여러 명이 말을 섞는 것을 듣는 것보다는
한 명이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을 듣는 게 편하다.
나는 적지 않은 나의 일상을 <몇몇 사람과> 연주하며 즐긴다.
내게 더욱 적확한 표현을 쓰자면 <한두 사람과> 보낸다.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고, 누군가와 깊은 친밀함으로 포근해지는 시간이다.

<아무도 없이>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되는 악장이다.
홀로 집에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책꽂이에서 읽고 싶은 책을 끄집어 내어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부지런히 몇 시간을 일에 집중하기도 한다.
먹고 싶은 것들을 사 먹기도 하고, 아주 간단한 요리를 하기도 한다.
계획도 약속도 없이 온 몸으로 <아무도 없이>를 마음껏 연주한다.
내가 점점 나 다워지는 시간이고, 가장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시간이다.
2008년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책을 읽으며 홀로 지냈고
2009년 첫날엔 친구와의 저녁 식사(소개팅?)을 만류하고 홀로 보냈다.

나를 세상에 짜맞추려는 시도를 그만 두면서부터 조금씩 나다움을 찾아왔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악장을 가장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떤 악장이 가장 편안하고 기쁨을 주는지도 알게 되었고,
반드시 필요하지만 너무 자주 연주해서는 안 되는 악장이 무엇인지도 깨달았다.
나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재즈 뮤지션이다.
즉흥 연주를 즐기며, 나만의 주제와 코드로 한껏 실력을 발휘한다.
누군가와 호흡을 맞출 때에도 한 명, 혹은 두어 명과 세션을 펼친다.
눈빛과 마음, 아니 영혼으로 신호를 주고 받으니 연습 없이도 연주가 아름답다.

2009년에도 관중을 전율시키는 연주를 벌이고 싶다.
이 연주에 몇몇 사람과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곁들여지거나
때로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웅장한 심포니와 같은 멋진 사건이 탄생되기를.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