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즐겁습니다.. 그립습니다.. 그리고, 떠납니다~!

카잔 2007. 4. 30. 12:24


"별 일 없지?" 누군가가 제게 물으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아니, 있어. 어제 오늘 TV를 봤어. 그런데 되게 재밌더라." 어제, 오늘 한 시간씩 TV를 보았습니다. TV를 보는 일이 많지 않은 제게는 이런 일이 별 일입니다. 그런데, TV 보기가 참 유쾌하게 재밌더군요. ^^

어제 보았던 상상플러스에는 개그우먼 이영자가 나왔습니다. 그의 대단한 입담으로 엄청 웃었습니다. 오늘 본 여걸식스에서는 조혜련의 개그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죠. 두 프로그램을 신나게 웃으면서 보았습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TV 평균 시청시간이 하루 3시간이라는 말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여걸식스>에서는 '부표 밀어내기'라는 코너가 있더군요. 수영장 풀 한 가운데 떠 있는  지름 약 2.5m 정도의 부표 위에서 물 속으로 상대방을 밀어내는 게임입니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경기가 시작되지요. 음악이 아주 흥겨웠습니다. 엄정화의 페스티발, UP의 뿌요뿌요, DJ DOC의 RUN TO YOU.

TV는 꺼지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찾은 뿌요뿌요를 듣고 있습니다. 10여년 전의 유행곡을 듣고 있으니, 왠지 춤을 추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추었습니다. 한 곡이 끝날 때까지 뻣뻣한 몸을 마음껏 흐느적거렸습니다. 뻣뻣함과 흐느적, 이 부조리한 동작이 제가 출 수 있는 춤이었습니다. 문득 이 곡은 십대와 이십 대에 걸맞는 곡이라는 청승맞은 생각이 들더군요.

오랫 동안 기도를 하지 않으면 영적 실어증에 걸려 기도를 시작해도 말이 잘 안 나옵니다. 억지로 하면 중언 부언 하게 되지요. 마음 속에서 끌어올릴 수 없는 경건함이 없으니 경건한 언어도 떠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 아가들이 알고 있는 단어만을 되풀이하는 듯한 기도만 하게 됩니다. "엄마마마..." "암빠빠빠.." 제가 추는 춤이 꼭 그 모양이었습니다. 

고작 몇 분 동안 춤을 추었는데 몇 가지 동작만을 반복하고 있더군요. 다양한 동작을 구사하고 싶었지만, 박자와 몸이 엇나가기 일쑤였습니다. 아가들의 옹알거림처럼, 억지로 기도하는 이들의 중언부언처럼.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을 추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신명나게 추었기 때문일 겁니다. 보기는 민망해도 진정으로 추었으니까요. 

가끔씩 길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춤을 추는 십대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나는 그 장면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그들은 전문 댄서가 아님에도 시선을 끌어잡습니다. 춤을 정말 잘 추지 못하더라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춤을 출 때 그렇습니다. 나의 눈은 학생들의 춤을 보고 있지만, 실은 그네들의 열정, 몰입, 자유에 감탄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꺼냅니다. 저들의 열정과 자유를 카메라폰 안에 담아 두기 위해서 말이죠. 찰
칵,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마음 속에도 담았습니다. 2년 전에 담은 어떤 학생들의 장면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저들은 내게 물음 하나를 가지게 했습니다. '아! 나는 저들처럼 무언가에 미쳐 본 적이 있었던가?'

음악은 계속 방안에 흐르고 있습니다. 뿌요뿌요는
스무 살 무렵에 친구들과 떠났던 여름 바캉스를 떠올려 주었습니다. 음악에는 당시의 기억이 묻어 있으니까요. 그 해 우리는 푸른 바다 위 배를 타고 바캉스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비진도였습니다. 친구 두 녀석이 유피의 "바다"를 부르며 댄스를 흉내내었습니다. 함께 신바람이 났던 추억입니다.

"나의 바다야.. 나의 하늘아 나를 안고서 그렇게 잠들면 돼.
나의 바다야 나의 하늘아 난 너를 사랑해 언제나 나의 결테 있는 널.
왜 넌 내게만 자꾸자꾸 커져만 가는거야
왜 넌 내게만 자꾸자꾸 멀게만 느낀걸까?"

그네들이 보여준 춤은 학교의 춤짱 녀석들 만큼은 아니었지만, 우리 모두가 유쾌하게 웃기엔 충분했습니다.  그 바다, 그 하늘, 그 휴가, 그 여름이 그립습니다. 매해 여름마다 우리는 남해 상주해수욕장, 울산 진하해수욕장, 영덕 옥계, 거제 소금강, 김천 직지사 등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군대도 우리의 우정과 여행 열망을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군대 간 친구들의 휴가에 맞춰 떠나기도 했으니까요. 

녀석들이 이젠
모두 직장 생활을 하고 있네요. 지금은 함께 휴가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수년 간 제대로 여행 한 번 못 갔습니다. 20대 초반의 그 자유와 에너지를 누리기에는 서로 자신이 걸어야 할 인생길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어깨 위에 짊어진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힘겨워하는 친구들이 없다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다들 자기 자리를 잘 찾아갔거든요.

어쩌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우정도 조금씩 퇴색해져가고 있는지도 모르죠. 군대의 막강한 힘도 갈라놓지 못한 일을 세월은 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우정의 퇴색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추억의 책 위에 '시공간의 제약'이라는 먼지가 조금 쌓여 있을 뿐이지요. 만나서 악수 한 번 하면 그 먼지는 금방 날아가 버립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다시 말해 추억의 책장이 넘겨지면 우리는 곧 우정을 느낍니다. 

지금, 그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친구야, 지금 뭐하고 있니? 난 널 생각하고 있는데... 가끔 뜬금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정말 열심히 살자. 우리 인생은 너무 소중한 것 같아. 나 정말 잘 살꺼야. 이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네 생각이 나더라. 너의 삶도 행복하길 기도하라는 뜻인가 봐."

오늘이 뜬금없는 전화 한 통을 보낼 날인가 봅니다. 자꾸 보고 싶습니다. 얼른 글을 맺어야겠습니다. 감상에 젖기에는 일들이 많네요. 오늘 해야 할 일은 해야죠. 의무감은 아닙니다. 나는 나의 일이 좋습니다. 그 일을 마무리하면 친구에게 전화를 하렵니다. 해야 할 일을 다 한 후에 친구와의 전화 한 통화, 그 소통은 '행복'의 다른 이름일 겁니다.

각자의 일이 있어 자주 못 만나기도 하지만, 자기 일이 있기에 서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고 일 덕분에 친구가 더욱 그리워지고 만남이 더욱 달콤한 것이겠지요. 그래도 가끔씩은 할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때라도 용기있게 던져 버리고 친구를 찾아가기도 할 것입니다. 글을 쓰며 잠시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 여행도 다녀오고, 공간을 초월하여 친구도 만나고 왔으니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야겠습니다.

행복한 상상은 조금은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최선을 다한 일상은 상상을 행복한 현실로 만들어줍니다. 최선, 이라는 한 단어를 움켜쥐며 일상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나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행복하고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일을 하다 지칠 때, 아름다웠던 추억을 생각하고 친구를 생각하고 그것도 아니면 춤을 한 번 춰 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