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자족하며, 감사하며

카잔 2009. 1. 24. 21:50

먹을거리를 사러 친구와 함께 대형마트에 갔다.
명절이 코 앞이라 따로 마련된 선물세트 코너.
진열된 먹음직스런 곶감이 눈에 들어왔다.
곶감, 나 참 좋아하는데...

가격을 보니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단번에 포기하고, 과일코너의 방울토마토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자랑스레 웃으며,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자가 아니어서 이렇게 선택과 포기의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거다~!"

자족인지, 소박해서인지, 도전의식이 없어서인지
나는 지금 벌고 있는 정도의 수입이 참 고맙고 기쁘다.
그 수입으로 먹고 싶은 것을 모두 사 먹지 못해도 말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부자들은 이런 포기와 선택의 묘미를 알까?

부자들이 어느 정도의 자유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사는지,
부자가 아닌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부자가 아니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주 느끼며 산다.
누군가가 "그건 네가 아직 뭘 몰라서 그래"라고 말하더라도 기분 나쁘지 않다.

그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지만, 그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내가 알아야 할 것들만 열심히 배워나가면 되리라.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부자가 되는 법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것이리라.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자라온 환경과 그에 따른 성격에 따라 부가 있어야만 행복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명예, 또 다른 사람들은 지식이나 관계 등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행복하기에 충분조건이 있을까? 있다면, 아마 자족하는 마음이리라.
행복의 필요조건은 있을 것 같다. 그것 중 하나는 아마 감사하는 마음이 아닐까?

마트를 나오는데, 싸구려 넥타이 판매대가 보였다.
오천원, 칠천원짜리 넥타이들이다. 수년 전만 해도 이런 타이를 매고 다녔다.
아니 삼천원짜리 타이를 메고 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더 이상 매고 다니지 않는다.
선물로 받은 괜찮은 넥타이들도 여럿 있으니까.

문득,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나은 넥타이를 메고 다니게 해 준 고마운 사람들.
생각해 보니, 삼천원 짜리 넥타이를 메고 다닐 때에도 마음 속에 감사함이 있었다. 
아침마다 넥타이를 메고 나갈 직업이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했던 그 날들.

불쑥 던진 친구의 말로 감상은 끝났다.
"저런 타이는 매지 마라. 구두, 넥타이, 와이셔츠는 남자의 자존심이잖아."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달라 대꾸를 했다.
"남자의 자존심은 그게 아냐. 실력, 진짜 실력이 남자의 자존심이지."

나의 말도, 그의 말도 맞았다.
진짜 실력을 쫓아 이십 대를 열심히 보내었더니
구두와 넥타이, 와이셔츠가 달라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요즘엔 브랜드 구두를 신고, 브랜드 타이를 메고 다닌다.

가끔, 부자들을 만나 나의 옷차림이 초라해져 보일 때에도
나의 존재까지 못마땅하게 느껴져 우울해지거나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투덜대지 않는다.
나는 그저 지금의 모습에 만족한다. 정말로.
나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일 뿐이다. 그저 나의 길을.

곶감을 구입하지 않았던 그 날의 장보기도 행복했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형편에 대한 약자의 합리화가 아님을,
이 글을 읽는 몇몇 사람들이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내 삶의 방식을 이해해 준다면 나는 또 하나의 행복거리를 얻는 것이다.

이해받는 느낌은 내게 특별한 감정을 안겨 준다.
포근함, 따뜻함, 넉넉함. 꼭 어머니의 품과 같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해 받을 때 행복을 느낀다.
블로그 독자들이 내게 그런 기쁨을 안겨다 준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을 독자들,
댓글을 남기시는 독자들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칠 수 밖에 없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라고.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순  (4) 2009.02.14
크리스마스날에 울다  (2) 2009.02.05
건강한 몸 아름다운 삶  (14) 2009.01.22
늦잠, 만남 그리고 업무  (4) 2009.01.12
나는 성실이 좋다  (12) 2009.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