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크리스마스날에 울다

카잔 2009. 2. 5. 08:30

2008년, 크리스마스 저녁.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저녁 식사로 라면을 준비했다.
오랫만에 라면이 먹고 싶었던 게다.

후후. 라면 부는 소리.
후루룩 쩝쩝. 라면 먹는 소리.
어엉, 어어어엉. 라면 먹다 통곡하는 소리.

나는 울었다.
라면을 먹다가
갑자기 침대에 기대어 앉아 엉엉 울었다.

소리내어 서럽게도 울었다.
라면을 먹으며 읽던 책의 한 구절 때문에.
『88만원 세대』에 나오는 한 구절.

"20대를 '88만원 덩어리' 속에 집어넣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수 없다."

읽자마자, 엉엉 울게 된 이 한 구절.

20대들의 힘겨움이 느껴졌다.
우리 사회의 병세가 짙어 보였다.
당장 내일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것 같아 후배들에게 미안했다.
변변찮은 글이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글쓰기다.
20대를 위하여 10번 정도 울게 되면 제대로 한 번 써 보리라고 생각했다.

마음으로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가슴으로 초고를 쓰고, 지성으로 탈고하고 싶었다.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다.
지혜로운 조언과 애정 어린 관심.
이왕 쓸 바에는 욕심 내어 두 가지를 담고 싶었다.

나는 이 두 가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러니 섣불리 자판을 두드릴 수 없다.
책을 쓰려면 정신과 지식이 있어야 하니.

지금으로서는 그저,
"힘내라"고 무책임하게 부탁을 할 수 밖에 없는 나다.
부디, 잘 헤쳐나가 주기를.

세상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그대들이 세상을 변혁시켜주기를.
받은 것 없지만 한껏 베풀어 주기를.

무슨 염치로 이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몇몇의 20대들에게 나눈 것을 두고
마치 큰 일이라도 한 것처럼 착각하나 보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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