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7일차 여행일지] 브라질에서 본 이과수 폭포

카잔 2009. 2. 11. 16:44
 
2월 11일 수요일 새벽 3시 30분. (현지시각)
9시 30분에 잠들어서 3시 30분에 깼으니, 6시간을 잤다.
중간에 한 번 깨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가장 오래 잠을 잔 게다.
이제 거의 시차 적응을 끝낸 것인가? 딱 일주일 만이네.
내일은 몇 시에 일어나게 될지.. ^^

오늘은 브라질 쪽에서 이과수 폭포를 보게 된다.
8시 30분에 가이드를 만나 출발했다.
기념품점에 잠시 들른 후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에 도착하니 9시 15분 경.

국립공원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


티켓팅을 하고, 차로 이동, 간이 기차를 기다렸다가 정글 탐험.
기차를 타기 시작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니 몸이 약간 으스스했다.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기차에서 내려 600m 정글 속을 걸었다.
10여 분 걸었으려나, 이과수 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내가 타게 될 보트도 보였다.

가이드의 수완이 좋아 나는 모든 게 편했다.
보트도 가장 먼저 타고, 기다리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
그럼에도 나의 아침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허나, 보트를 타고 25분 동안의 이과수 폭포 여행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어느 새,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고 저렇게 신이 났다.
아래 사진은 이과수 폭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에 찍은 사진이다.

폭포 여행을 다녀 온 보트


래프팅과 비슷하긴 하지만 이 배에는 모터가 달려 있다.
사람들이 노를 저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하긴, 모터 없이 노를 저어 가며 이과수 강을 거슬러올라가야 한다면 나는 돌아버렸을 것이다. 하하. ^^

보트는 강력한 속도로 이과수 폭포를 향하여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어미 연어처럼 힘차게.
어제 아르헨티나에서 보았던 이과수 폭포를 아래 쪽에서 올려다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셔터를 눌러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폭포와 하늘, 강을 번갈아 가며 응시했다. 가슴판에 찍기 위해서. 

잠시 후, 보트는 강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더니 폭포를 향하여 돌진했다.
이 작은 보트로 이과수 폭포의 물줄기를 맞으러 갈 줄은 몰랐다.
순신각에 보트 전체는 거센 물보라를 맞았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다시 한 번 들어갔다. 이번에는 정신을 차리고 떨어지는 폭포를 쳐다보려고
선글래스를 잡고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강한 물줄기에 얼른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사람들은 "한 번 더"를 합창했고, 배는 한 두 번을 더 폭포 속으로 달려 들었다.
와~! 멋졌다. 신났다. 짜릿했다.

잠시 후, 떨어지는 폭포까지 온몸으로 맞게 될 보트



배에서 내려 이제 산책로로 간다고 한다. 산책로라..?
이것이 산책로라 불릴 수 있다면 세상에서 좋은 산책로 중에 하나임에 분명하다.
산책로의 입구에서는 이과수 폭포의 전경이 널리 보였다.

이과수 폭포 전경


두 세명 정도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좁은 산책로를 걸으면 오른편으로 이과수 폭포의 전경이 펼쳐진다. 
1.2m의 산책로를 걷기 전, 가이드는 산책로의 끝에 가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나는 얼마 만에 가면 되냐고 물었고, 가이드는 "천천히 오시면 돼요. 15~20분 정도"라고 답했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생각했지만, 이후 일정상 그렇게 해야 되는 줄로 생각했다.
산책길로 접어들자마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죠?"라고 물어보지 못한 걸 후회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과수 폭포


위 사진과 같은 풍경을 1.2km의 산책로를 따라 가며 계속 볼 수 있었다.
나는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편이고 중간중간 멈춰 서서 생각하며 바라보는 편이다.
내가 생각해도 여느 관광객들보다 느린 속도로 둘러보는 것이다.
그래서 홀로 여행을 하면 아주 속도가 느려진다. 중국 여행을 할 때 자금성을 이틀에 걸쳐서 보았다.

가이드가 15~20분이라고 한 시각이 벌써 지났는데 산책의 길도 오지 못한 듯했다.
속도를 내었다. 35분이 지나서야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왜 늦었냐는 핀잔도 없이 카메라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나는 기분이 좋았던지, 이상한 포즈를 취했다. 우엑~! (아래 사진)

귀여운 척~



귀여운 척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의 뒤편 오른쪽으로 난 다리가 보이시는지?
가이드는 10분~15분 정도 저 다리를 다녀 오라고 했다.
아주 가볍게 얘기해서 이제 이게 마지막이니 관광을 가볍게 마무리하라는 뜻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내게는 가벼운 마무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클라이맥스였다.
  
저 다리는 100m 정도 이어지는데, 끝까지 걸어가면 이과수 폭포가 떨어지는 바로 위까지 닿게 된다.
그 곳에 서면 우의를 입어야 한다. 위 사진에 보이는 폭포의 물보라가 마치 비처럼 쏟아지기에.
나는 그 곳에서 장엄한 광경에 넋을 잃고 있었다.  그곳은 내게 Great Point (GP)였다.
 
GP에 서서 왼쪽을 바라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폭포가 보인다. (아래 사진)
저 폭포가 떨어져서 뿜어내는 물보라가 내가 서 있는 곳까지 날아와 비처럼 몸을 적신다.
엄청난 물소리가 폭포의 규모에.... 한.동.안. 쳐다보며 감동했다. 

비바람과 함께 장엄하게 떨어지는 이과수 폭포



갑자기 물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면서 감동이 더해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줄기는 점점 더 굵어졌고 바람과 함께 그곳의 사람들에게 몰아쳤다.
자연의 위대함과 장엄함에 나는 점점 황홀경에 빠져들었고 사람들도 소리치며 뛰거나
이 위대한 장면에서 자신의 연인과 키스를 하기도 했다.

한 청년은 윗옷을 벗고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빗물을 받아마셨다.
<쇼생크 탈출>의 그 유명한 장면이 연상되어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한 장 찍고 지금까지 찍은 모든 사진을 못 볼 수도 있기에 참아야 했다.

GP에 서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폭포가 떨어지는 장면을 바로 위에서 볼 수 있다. (아래 동영상)
그 장엄한 광경을 쳐다 보다 이것 하나만 남겨 보자는 생각에 카메라를 꺼내 영상을 찍었다.



사방으로 펼쳐진 이과수 폭포, 몰아치는 비바람, 떨어지는 폭포 소리가 갑자기 작아졌다.
고요함을 느꼈고(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가기 시작해 몇 사람 남지 않았다.) 기분이 최고였다.
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생각하며, 와우를 생각하며, 그리고 나의 배우자를 생각하며.

물소리가 워낙 커서 목청껏 부를 수 있었다. 와우~!
도저히 GP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몸.
아쉬움을 달래고 떠나야 했다. 흑흑.
돌아가는 길, 비는 내리쳤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꽤 오래 있었나 보다. 시간을 확인하니 35분이 흘러갔다.

비바람 속에 홀로 돌아가는 길


감동은 사라지지 않고, 가이드는 예상했다는 듯이 나를 맞아 주었다.
우리는 옷을 갈아 입고 식당에 갔다. 식사는 아무 맛있었고, 나의 기분은 쉬이 내려올 줄 몰랐다.

맛있게 점심 식사를 했던 Porto Canoas



이과수~!
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