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셋째날 여행일지] 첫번째 와우수업과 쇼핑 & 행복

카잔 2009. 2. 8. 16:58

3시 기상.
푹 잠든 것 같은데, 새벽 3시다.
12시가 다 되어 잠들었으니 3시간 남짓 잔 게다.
다시 잠들려고 했으나 정신이 점점 맑아져 일어났다.

아, 이게 시차 적응이 안 된 것이구나, 싶었다.
한국과 11시간 차이가 나니, 낮과 밤이 완전 뒤바뀐 것이다.
나의 마음은 이미 시차 적응이 끝났다.
인천 - 벤쿠버 - 토론토 - 상파울로로 이어지는 긴긴
비행시간 동안 나는 현지 시각대로 잠들고 일어났다.
몸은 개운했고 시차 적응 별 것 아니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몸은 원래의 생활 방식을 기억하고 있나 보다.
습관의 힘, 변화의 어려움 등을 생각하며 노트북을 켰다.

여행일지와 글 한 편 쓰고 메일 회신을 했다.
기분 좋은 아침의 이 느낌을 수영으로 이어가고 싶었다.
약간의 운동을 하고 수영을 아주 잠깐 했다.
Pool이 너무 작아 재미가 없었다.
작아도 너무 작았으니 더 할 수도 없었다. 개인 욕조의 10배 크기. ^^

식사를 하고 있으려니 안젤리카님이 왔다.
오늘은 첫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다.
수업 전에 이런 저런 상의를 하자고 부탁을 드렸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나와 주셨고 우리는 드디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수업에 관한 상의는 핑계고, 나는 4기 와우팀원 안젤리카를 만나고 싶었던 게다.

지금 안젤리카님이 사는 곳에 내가 와 있지만,
사실, 안젤리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브라질 와우팀원들과의 수업이 많고 공식 일정(^^)도 있기에.
오늘 처음으로 한 시간 정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안젤리카님을 생각하면 지난 일년 남짓의 시간 동안 주고 받은 메일이 떠오른다.
연이어 떠오르는 이런 저런 생각들... 그에 대한 고마움. ^^  

#2. 첫 번째 수업

아나스타시아님이 준비하신 그림같은 간식

5기 와우팀 첫번째 수업 장소


수업 장소에 도착하니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아주 근사한 모임 장소였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 시원했고 넓은 방 한 가운데에 우리들만의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 켠에 정성껏 꾸며진 맛있는 음식들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수업이 이만큼 아름답기를. 아니, 더욱 아름다운 일이 일어나기를.

10시 20분 경부터 시작된 수업은 오후 8시가 조금 넘어서 끝났다.
90분 동안의 점심 시간을 포함하여 자그마치 10시간 동안 지속된 수업이었다.
팀원들은 이 수업에 참석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일정을 조정했고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수업에 임하여 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수업은 아주 기쁨과 감동으로 끝이 났다. 나도, 팀원들도 만족하고 기뻐했다.
모두들 자신의 발표를 아주 훌륭히 완수했다. 
자신의 연약함, 상처, 아픔, 눈물을 진솔하게 나누었고, 팀원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나의 기쁨은 특별했다. 모두가 자기 신화의 첫 장을 쓰셨기에 아주 기뻤다. 

결과는 기쁨이지만, 발표의 과정에서는 자신을 직면해야 한다는 낯설음,
다른 이들에게 모든 것을 드러낼 때의 두려움 등을 거쳐 왔다.
오늘 수업에서도 발표 때마다 웃음꽃이 피어났다가 눈물샘이 터졌다가를 반복했다. 
나도 팀원들과 함께 웃었고, 울었다. 

내가 감동했던 것은 모든 팀원들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졌다는 것을 절절히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아픔을 지녔고, 그 아픔을 온 몸으로 맞으며 강함과 고결함을 키워냈다. 
구체적인 그들의 상황을 적을 수가 없기에 관념적인 단어들만 나열하지만, 우리는 서로 공감했다. 
우리 모두에게 위대한 날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고 용기내어 표현했으니.

자기발견 -> 자기수용 -> 자기신뢰 -> 자기계발 -> 자아실현, 의 단계를 힘차게 밟아나갈 와우 5기들.
수업이 끝날 때의 그들의 표정이 떠오른다. 
희망과 에너지가 엿보였다. 빛이 났다. 
오랜 시간의 수업인데도, 늦어져도 끝까지 진행하자는 그들이 무척 고맙다.     
 
#3. 쇼핑

짧은 시간의 쇼핑을 했다. 팀원들은 내게 슬리퍼는 가져오지 말라고 했었다.
이 곳에서 슬리퍼를 선물도 주겠다는 것이다. 그 선물을 사러 우리 모두는 쇼핑을 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잠깐 동안 쇼핑을 했다.
5명의 팀원들이 골라 주는 선물을 선택하기란... 어려움이 아니라 즐거움이었다.

행복한 고민을 하며, 그들의 의견을 이것 저것 주워 들으며 슬리퍼를 골랐다.
성당 강연을 위해 남방도 하나 샀다. 6명이 힘을 합치니 결정도 빨랐고
이 기묘한 쇼핑에 즐거움을 느끼며 나는 팀원들의 움직임을 따랐다.
5명이 둘로 나뉘어져 슬리퍼와 남장을 사 왔다. 와, 이 스피드, 이 단합~!

#4. 저녁 식사

점심 식사는 소피아님 댁 근처의 <MACEDO'S>라는 식당에 갔다.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짜지 않아 좋았고 밝은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희석된 에스프레소, '까리오까'로 마무리하니 아주 깔끔한 식사가 되었다.
아주 적은 양을 먹었는데, 수업 때의 풍성한 발표 때문인지 시장하지는 않았다. 

쇼핑을 마칠 무렵에야 배가 조금 고파졌다. 늘 금방 배가 고파지는 사람인데.. ^^
우리 모두는 늦은 저녁 식사를 하러 일본 스시와 우동을 파는 식당에 갔다.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분위기의 익숙한 식당이었다. 
스시와 사케(정종)을 먹었다. 이렇게 늘 식사 때마다 반주가 끼어든다. 괜찮다. ^^

5명의 와우팀원들은 시장해서인지 식사가 나오기 전부터 꺼낸 요리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식사가 나오고 나서도 요리 이야기, 성지 순례 이야기 등이 이어졌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또 포르투갈어가 섞인 이야기이니만큼
나는 자연스레 잠시 그 자리에서 유체이탈하여 그 자리를 몇 미터 뒤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행복감이 밀려왔다. 오늘 수업은 아주 성공적이었기 때문이고, 
더 큰 요인은 지금 내가 팀원들에게 처음보다 조금 더 편한 존재가 되어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 받았기에, 나는 그것이 좋았다.
한참 후에, 한 분이 내게 마이크를 돌렸다. 나는 짧게 답했고,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 참 좋다.

식당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걸으며 안젤리카에게 말했다.
"참 기분이 좋네요."      
기분 좋음. 참 기분 좋음.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음은, 행복이다.
집에 왔다. 나는 다시 죽었다. ^^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