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어른들의 공부가 효과적인 이유

카잔 2009. 4. 15. 18:48

2009년 3월, 이시형 박사의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를 59페이지까지 읽었다. 5챕터 중에 1챕터까지 읽은 셈인데,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1챕터의 주요 내용이다. 실천은 빈약하지만 공부 열정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내게는 재미없었다. 공부 해보겠다는 열의가 가득한 이들은 건너뛰어도 좋을 듯 하다. 프롤로그의 내용이 본문에서도 반복되니 프롤로그를 읽는 것으로 대체하든지. 학교 졸업 후에 사회 생활을 하다가 공부의 필요성을 막연히 느끼고 있는 '평생 학습 입문자'들이 읽는다면 다르게 다가갈 순 있겠다. 이것이 59페이지까지 읽은 소감이다.

소감을 밝힌 까닭은 내용을 소개했다는 이유로 이 책을 구입하여 읽는 계실까 봐 염려해서다. 나는 책 추천을 두려워한다. 홀로 오버하는 경향도 없지 않겠지만, 힘들게 벌인 돈을 허투로 쓰는 데에 일조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좋은 책이라도 시기와 상황에 따른 적합성이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끝까지 읽은 후에 추천할 만한 다시 글을 쓸 때니, 오늘 글은 그저 재미 삼아 읽어 주시길. 


오늘 읽은 내용 중에 몇 대목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50대 와우 연구원들에게 전하려고 정리한 김에 블로그에도 올려 본다. 나이 들어서 하는 공부의 효과성을 다룬 대목이다. 책에서 인용한 후, 나의 생각을 갈색 글씨로 덧붙여 보았다.
(초서와 단상을 적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인 독서법이다. 초서(옮겨적기)를 통해 책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고, 단상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구절만 초서하면 되고 모든 초서마다 단상을 적을 필요도 없다.)





나이 들어 하는 공부가 더 잘 되는 여섯 가지 이유 - 이시형


1. 절실한 만큼 몰입이 쉽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엔 시키니까 하는 공부였다. 안 하면 혼이 났다. 지긋지긋했다. '대학만 졸업하면 책상도 치워 버리리라.' 그런데 막상 사회로 진출하니 후회막심. '그 때 공부 좀 더 할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공부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승진, 영전, 아니 도태라도 면하려면 이 길 뿐이다. 이젠 공부하라고 시키는 사람도, 안 한다고 혼내는 사람도 없지만 절로 책상 앞으로, 학원으로 향하게 된다. 싫증이 나도 잘 참는다. 이게 나잇값이다.

변화의 핵심 동력은 절실함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 저자들의 성공 스토리가 오갈데 없는 상황, 경제적 압박 등에서 시작하는 것은 우연히 아니다. 절실함이 그들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러니, 지금 공부를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성공에 필요한 강력한 자원 하나를 가진 셈이다. 절박하다고 절망만 할 게 아니다. 절박함 속에서 싹트고 있을 변화의 에너지를 활용해 보자.


2. 창의적인 공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의 공부는 오직 시험용이었다. 그러나 어른의 공부는 응용할 기회가 많다. 책에서 본 지식이 실생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익혀 둔 영어 몇 마디로 갑자기 걸려 온 외국인의 전화에 응대할 수도 있다.

생활인이라면 "얻다 쓸 거냐?"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 학생들은 시험 성적 때문이죠, 라고 답한다. 결국 공부를 위한 공부가 되는 경우가 많다. 허나, 어른들은 분명 다르다. 취업을 위한, 승진을 위한, 관계를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결국 생존을 위한 공부다. 실생활과 관련한 공부, 삶의 도약이 눈에 들어오는 공부, 이것은 분명 만학도가 누리는 즐거움이다.


3. 풍부한 경험이 공부의 요령을 찾아 주기 때문이다.

바둑은 나이가 들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점점 실력이 는다고 한다. 대국을 읽는 혜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생의 깊이에서 우러나온 안목과 식견이 때로는 연습을 뛰어넘는다. 공부도 마찬가지! 차곡차곡 쌓아 놨던 인생의 경험 덕분에 책만 뒤는 학생들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월등하다.

요즘 나는, 독서할 때의 선지식과 선경험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해가 미흡했던 책들도 다시 읽을 때에는 감동과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 그간 지식과 경험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금 더 일찍 공부할 걸'이라며 늦은 공부를 후회할 게 아니라, 그간의 경험에 고마워할 일이다.


4. 자기 진단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 만큼 자신에 대해 잘 안다. 무슨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이미 파악이 되어 있다. 적성이나 잠재 능력, 강점 지능이 어느 분야에 있는지 그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자신을 잘 아는 만큼 무모한 일을 하느라 힘을 빼지도 않고,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공부하기 싫은 마음이 들어도 결국은 해낼 것이라는 믿음과 자신감이 있기에 어떤 고난이나 스트레스를 거뜬히 이겨 낸다.

나는 이 대목에서 저자의 논리적 비약이 불편하다. 세월의 흐름과 자기 이해의 정도가 비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편견과 독단이 더해져가는 사람들 말이다. (저자가 그런 이들을 독자로 상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넘어가긴 했다.) 자기발견에 대한 지나친 긍정적 시각에도 반대한다. 나는 자기 발견에 관해서는 '이미'나 '잘 안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은 평생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성찰하지 못한 채로 어른으로 성장하고 중년이 되어 간다. 알고 있던 것들도 자신에 대한 지식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사람들에 관한 지식인 경우가 많다. 저자도 이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독자 대상을 고려하여 일단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믿음과 자신감이 있기에 어떤 스트레스도 거뜬히 이겨낸다"는 표현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세상에는 그 자신감이 없어서 시작할 용기를 갖지 못하거나 시작하고 나서도 과정에서 만난 크고 작은 실패에 좌절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고난이나 스트레스도 거뜬히 이겨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평범한 우리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면 지나치게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진짜 현실을 한 번 짚어 주는 것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긍정성 만큼 정확한 현실 진단도 용기를 복돋워주니까. 그래서 나도 다음처럼 써 보았다. (쓰고 나니 저자가 더 명료하구만. ㅜㅜ)

"우리는 자신에 대해 온전히 알지는 못한다. 허나, 그간의 세월을 통해 자신의 약점과 한계를 인식했고, 무엇이 나를 좀 더 즐겁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물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에는 두려움부터 앞선다. 어제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오늘은 그 자신감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가 나약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용기가 오락가락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두려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용기란 두려움 너머에 있는 무엇인가를 보고 도전하는 것이다. 용기를 갖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자. 공부가 더해질때마다 자신감이 조금씩 쌓여갈 것이고, 높아진 자신감으로 지금까지는 힘겨워 보였던 산도 훌쩍 오를 수 있을 것이다."
 

5. 물질적, 정서적으로 보다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은 절대적인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상대적인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 학생들은 시험 기간을 자기가 정할 수 없다. 준비가 되든 말든 정해진 시간이되면 시험을 치러야 한다. 반면, 어른들은 시험 기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기 나름대로 공부해 나갈 마음의 여유, 이것이 성인이 가진 진정한 여유다. 게다가 돈에 여유가 있다. 부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직장인이라면 책 몇 권 살 돈, 학원 수강료 정도는 쓸 수 있다. 시간 있고, 돈 있고. 공부에 관해서 우리는 부자다.

우리는 공부에 관해서 부자라는 말에 공감한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청년이 전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의 시간은 양적 시간보다 질적 시간을 말하기 때문이다. 자기 인생에서 남아 있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오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청년이라면 중년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 있게 되지만, 아쉽게도 시간에 대한 절절한 인식을 가진 청년이 드물다. 어른들은 절절함으로 지나간 세월의 양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게다가 물질적으로 청년에 비하여 유리하니 해 볼 만한 게임이다.


6. 성취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학생의 평가는 남이 한다.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오면 선생이 얄밉다. 그만하면 됐다 싶어도 부모는 더 하라고 성화다. 그러니 학생들이 성적에 만족하고 성취감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른의 공부는 다르다. 남이 뭐라든 내가 만족하면 된다.

어른들의 공부가 성취감이 더 클 수 있다는 생각에는 100% 동감한다. 허나, 그 이유에서는 저자와 생각이 다르다. 아이들의 성취감도 그 자체로는 큰 경우가 많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의 경우 그 성취감을 느끼는 녀석들이 많다. 다만, 그 성취감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인정을 받기 위함이거나 친구들을 제쳤다는 경쟁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아름다운 성취감이 아닌 것이다. 

어른들의 공부는 더 이상 성적이 목적이 되거나 다른 이들과의 경쟁이 아니어야 한다. 어제의 자신보다 나아지려는 자신과의 경쟁이어야 하고, 삶에서의 승리를 위한 목적이어야 한다. 외부의 평가보다 내면의 소원에 민감할 때 행복이 커지게 마련이니까. 비교와 경쟁으로 인한 공부보다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공부를 하자는 저자의 말이 반갑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