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2009년, 나와 인연이 닿을 책들

카잔 2009. 3. 29. 14:24

나의 선생님은 책방에서 아무 책이나 고른다고 하셨다.
이유인즉슨, 싸움은 아무나하고 붙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아주 짧게 눈빛을 먼저 교환해 보신단다.
책장을 열어 보는 순간,
천박한 놈인지, 내 시간을 훔치는 놈인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셨다.
그럴 때에는 번개처럼 책에서 손을 뗀다 하셨다.

선생님의 손에 들려지는 책은 이렇듯 아무 책이나 후보가 되지만
당신의 직관을 따른 기준을 통과한 '당신께' 좋은 책들만 읽으시는 듯하다.
"단칼에 내 심장을 찌르지 못하는 자들은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그들의 책을 펼쳤을 때 운명처럼 심장을 찔리게 되면
그 때가 그들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이 말씀이 나의 마음을 치고 들어와 휴일 오후를 선생님의 책과 함께 지냈다.

어떤 책이 나의 의견과 다르다고 하여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것은 마음이 닫힌 것이다.
어떤 책의 내용을 머리로만 안다고 하여 자신의 삶이 곧 그러하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깊이 생각하기를 싫어하여 조금이라도 어려운 듯하면 놓아 버리는 것은 나약함이다.
선생님의 말씀은 닫힌 마음, 착각, 나약함을 넘어선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과
결국은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절히 느낀 깨달음과
책을 읽는 동시에 읽은 것을 살아내겠다는 강인한 태도를 가진 독자가 되고 싶다.

그런 자의 심장을 찌르는 책이라면 필시 유익을 줄 만한 책이리라.
고상한듯 보이는 이론으로 삶의 진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책은 싫다.
성인이 되면 누구나 성숙해지는 덕분으로 이룬 성공을
자신의 피나는 노력으로 미화하는 책도 싫다.
자신이 오른 사다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책에서 꺼낸 지식으로 만든 사다리를 건네는 책도 싫다.
이미 이런 책들은 나의 심장을 찌르고 들어오지 못한다.

내가 까다롭다고?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정도의 까다로움도 없으면 수많은 책들에 깔려 질식할 게다.
이 정도의 까다로움을 지녀도 2009년, 나와 인연이 닿을 책들이 수두룩하다.
까다롭지 않은 증거이고, 내 지혜가 일천한 까닭이다.

몇 권을 소개한다. 2009년에 '독서'라는 방식으로 만나게 될 스승들이다.
좋은 책이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는 책도 있다.
한 마디의 확신은, 읽는 동시에 삶으로 살아내고 싶은 책들이라는 것이다.
신영복 『강의』
짐 월리스 『회심』
니체 『도덕의 계보』
파울로 코엘료『순례자』
칸트 『순수이성비판 서문』
조이스 럽 『느긋하게 걸으라』
유진 피터슨 『이 책을 먹으라』
티모시 윌슨 『나는 내가 낯설다』
피터 드러커 『프로페셔널의 조건』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세계철학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인생수업』
이희석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구본형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