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올해 들어...

카잔 2009. 5. 18. 18:54


오늘은 올해 들어 가장 무기력한 날인 것 같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진행하지도 못했다.
5월 20일 이후의 바쁜 일정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다.

점심을 함께 했던 친구 녀석의 작은 힘겨움 때문도 아니고,
오늘은 광주민주화항쟁이 있었던 날이기 때문도 아니고,
일주일의 첫 날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꾸역구역 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하고 싶지 않은 강연이 주말에 떡하니 날 기다리고 있다는,
중요한 일들을 미루다 할 일이 쌓인 압박감 때문이라는,
이유들이 정답에 가까운 듯하다.

                                     - 18:54, 꾸정물처럼 흐린 기분으로.


소중한 하루를 흐린 기분으로 마무리하기 싫었다.
마침, 밥 먹자고 말하기 좋은 옆동네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함께 강남 롯데백화점 인근의 삼겹살 집으로 들어갔다.
맛나게 먹고 집으로 들어오며 읽던 철학책을 꺼냈다.

"이 금욕적 쾌락주의자(에피쿠로스를 말함)는 자신의 철학을
일상에서 실현하리라 결심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아테네 교외에 있는 정원들 사들여 그곳에 숨어 소박하게 살며
두터운 우정을 나누는 철학 공동체를 만든 것이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쾌락주의로 부르지만,
실제 그의 철학은 불필요한 욕망은 고통을 부르기에
욕망과 소비를 억제하라는 금욕주의에 더욱 가깝다.
또한 명분보다는 우리가 실제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출발하여
바람직한 삶의 철학을 세우려 했다. 나는 에피쿠로스의 이런 점들이 좋았다.
무엇보다 소박한 철학 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일상에서 실현하려는
그의 결심과 실천을 보며 자연스레 나의 비전을 떠올렸다.

                                            - 22:24, 기분 좋은 배부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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