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하루NA] (9) 카페 데 베르

카잔 2009. 7. 23. 10:54


7월 23일.
카페 데 베르.
Cafe des Verts.


지금도 Jazz가 흐른다. 언제나 그렇듯이.
넓은 테이블은 책을 읽기에도, 작업을 하기에도 편하다.
Jazz와 테이블은 언제나 나를 반긴다.

이 곳에 일백 번도 넘게 방문했으리라.
종업원들의 얼굴은 안 봐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인사 한 번 나누지 못한 것은
바쁜 직장인들의 삶(허나 조금은 메마른)을 아는
종업원들의 배려일까? 나의 수줍음 때문일까?

테헤란로에 위치한 이곳의 영업은
직장인들의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다.
테헤란로의 휴일은 여유롭고 건물들은 외롭다.
이 곳이 가장 여유롭게 편안한 곳이 되는 날이다. 
평일의 오전은, 직장인들이 업무에 몰두하는 시간이고
이 곳에 아침의 상쾌함과 음악의 경쾌함이 깃드는 시간이다. 

점심 시간 이후(12시) 부터는 이곳에 손님이 들이닥친다.
경쾌함과 한적한 여유는 역동적인 사람들의 방문에 자리를 내준다.
나 역시 그 시간에는 자리를 내 주고 싶지만,
테헤란로에 있는 한, 다른 모든 카페가 그러하다.
사실, 내 할 일을 못할 정도로 시끄러운 곳은 없다.
자기 할 일을 가진 사람들은 결국 즐겁게 일에 몰두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할 일을 받은 사람들보다 독립적이다.

나에게 Cafe des Verts 는 특별한 공간이다.
첫 책의 많은 부분을 이 곳에서 썼고
내 삶의 여러 시간을 이 곳에서 보낸다.
집도 아니고 사무실도 아니지만
머무르기에 편안한 공간이다.
제3의 공간으로, 내게는 적합한 곳.

오늘은 7시를 살짝 넘긴 시각에 집을 나섰다.
할 일들을 싸들고(그래봐야 노트북 하나와 책 두 권이지만)
파리바게트에 들러 간단한 아침 식사를 들고 이 곳에 왔다.
그 때도 손님은 한 사람, 지금도 손님은 한 사람이다.
넓은 공간에 단 두 사람이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게다.

7시 30분. 비교적 한산한 거리.
8시 30분~9시. 막바지 출근길에 분주한 사람들.
10시. 한 시간 전에 비해 여유로운 발걸음의 사람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열심과 여유를 반복하는 나.
일주일 동안의 메일 회신을 완료하고, (하나의 메일을 제외했다.)
알랭 드 보통의 책 한 챕터를 읽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포스팅한 글 하나를 훑어 보기도 했다.
이것들은 열심이 깃들었던 순간이었다.

지금은 약간의 여유로움으로 이 글을 쓴다.
멍하니 행인들의 발걸음을 쳐다보기도 하고
잠시 어깨를 돌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면서 쓴다. 
핸드폰을 잃은 것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다.
(허나, 잠시 후 불편한 순간이 올 게다.)

메일 하나를 회신하지 않은 채 남겨 둔 것은
회신하기 어려운 메일이었기 때문이다. 
보낸 이의 고민과 삶이 스며 있었고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었다.
이런 메일은 곧바로 대답하기 힘들다. 
메일의 핵심과 보낸 이의 마음을 간단히 요약함으로
내 마음 속에 새겨 두었다. 

보낸 이의 마음을 새겨 둔 후에 
나는 생각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한 두 가지 그에게 힌트가 될 만한 이야기가 떠오르면
회신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은 조금은 번거롭지만 보람되는 일이다. 
요상하게도 보람되는 일은 종종 이렇게 
약간의 수고로움을 요구한다. 
게으름에 져 버리면 보람된 일을 놓치게 된다. 

게으름에 대하여 이렇게 한 줄을 쓰는 찰나,
이 카페가 속한 건물의 안내데스크 관리자 분이 창 밖을 지나쳐 간다. 
꽤 큰 편에 속하는 이 건물의 프론트에는 한 명의 여성과 
한 두 명의 남성 분이 입주해 있는 회사의 직원들을 맞는다. 
(때로 상인들의 출입을 막기도 하겠지.)

그 중에 한 분이 참 부지런하시다.
주기적으로 건물 주위를 둘러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사람들이 건물을 드나들 때마다 참 성실하게 인사를 주고 받으신다. 
항상 윗도리를 벗은 정장을 깔끔하게 입으신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신다. 오늘도 두 번이나 그분의 성실을 보게 된다. 
카페의 실외 테이블에 햇빛 가리개를 설치하고, (자발적인 것인지 궁금해졌다.)
쓰레기통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셨다. 

나 역시 이 글을 맺고 여유를 갈음할 시간이다. 
그 분처럼 다시 내 일에 성실을 발휘할 때다. 
오후에는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에 
오전에 끝내기로 계획한 일들을 마무리해야지~
오후에도 할 일이 많으니. 
미루지 않아 여유롭게 일할 수 있음은 즐겁다. 
좋아하는 일이라 즐겁게 일할 수 있음은 행복하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음은 감사한 일이다. 

역삼동에서의 일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 
Cafe des Verts...
이 곳에서 나는 오늘을 보낸다.
내 삶의 어느 하루를 보낸다. 
오늘 하루.
이곳에서의 하루.
이것이 나의 삶이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다른 모든 공간에서의 삶, 시간에서의 삶이 모두 어루어져
나의 삶이 된다.

[오늘만세]

6박 7일간의 중국 여행에서 돌아온 것이 어제였다.
비실해 보이지만 나는 체력이 좋은 편이다.
오늘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났고 하루 종일 경쾌하게 일했다. 
저녁에는 목동야구장에 갔다가 와우팀원과 맥주 한 잔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각은 12시 30분이 넘은 시각.
건강함에 감사하게 되는 오늘이다.
오만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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