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옛사랑을 추억하다

카잔 2009. 8. 18. 21:24


오파티야에서의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호텔 레스토랑에서 When a man loves a woman이 흘러나왔다.

영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의 테마곡이었던 노래.

잔잔히 깊어지는 러브 스토리가 참 아름다웠던,

그래서 눈물 한 방울 툭 떨어뜨리며 보았던 영화.


나에게도 맥 라이언과 같은 귀여운 그녀가 있었다.

웃는 모습이 참 예쁜 그녀와는 2년 동안 사귀었다.

다투기도, 추억도, 즐거움, 배움도 많았다.

그녀는 나의 걸음걸이를 보면 신이 난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자신감에 넘치는 걸음걸이라고.


여행의 닷새 째 저녁에는 이렇게 옛사랑이 생각났다.

오빠티야에서의 밤은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며 홀로 해변 상점가를 걸었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이기에 또 한 번 뒤늦게 아파한다.

돌이킬 수 없는 날들을 추억하며 잠시 슬픔을 느껴 본다.


사랑하기에 어린 나이가 아니었기에 나는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했어야 했다.

사랑할 때에는 그 사랑을 모르고 헤어진 후 뒤늦게 아파하는 나를 미워한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지금이 가장 빠를 때다, 라는 말은

사랑에는 적용이 안 되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사랑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의 행복을 빌어주기 시작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

햇살처럼 따뜻했던 추억도 이제 모두 과거다.


엿새날 아침, 홀로 해변가를 걸었다.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노래 한곡을 전했다.

그녀에게 전할 몇 마디를 바다에게 건넸다.

바닷바람이 내 목소리를 실어 그녀에게 전해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좋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기에.

만날 때보다 더한 정성으로 그녀를 보내 주었기에.


지금의 이 순간도 내 인생의 소중한 부분이다.

옛사랑을 떠올리며 그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

그리고 그 추억의 힘으로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는 것.

사랑을 추억하는 것, 이것도 여행의 묘미다.

여행하다 좋은 풍광을 보면

사랑하는 누구가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기에 홀로 하는 여행은 그리움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


듀크 엘링턴이 연주한 <sophisticated lady>가

무척 구슬프게 들리는 날이다.

그래도 좋다. 그리움은 여행의 일부고,

나의 삶이 웃음, 행복, 만족 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삶에는 그리움, 후회, 슬픔 등도 함께 한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이 모든 것이 전체가 되어 진짜 내가 된다.


- 여섯째날 (8월 11일 화요일)

아드리아해를 산책하며, 아침 7시 10분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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