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눈이 엄청나게 내리네요.

카잔 2010. 1. 4. 11:26


<카페 데 베르>에 와서 플래너를 펼쳤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들여다 보기 위함이다.
아침에 적어 둔 첫번째 일을 보며 피식 웃는다.
"산책하며 생각하기"
집 안에서 오늘의 계획을 세울 때에는 몰랐다.
밤새, 하얀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음을.

오전 10시. 문자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4시간째 출근 중이예요. 아직 고속도로에 있어요."
기흥에 있는 삼성전자로 출근하는 와우팀원의 메시지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할 듯 하다"는 이어지는 글에 하하하 웃었다.
다행히도 그는 홀로 시간을 즐기는 법을 터득했기에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이 황당, 유쾌, 곤란한 사태를 하늘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지금도 눈은 펑.펑.펑. 내리고 있다.
그리고 고속도로 위의 그녀는 지금도 그 속에 '갇혀' 있다.
부디 즐기는 힘이 오래 오래 발휘되기를~!
왜냐면, 이제는 아예 버스가 고속도로 위에서 멈추었단다. 

인터넷을 열었더니 오늘 내내 눈이 더 내릴 거란다. 
내일 아침 출근길이 더욱 걱정이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재난 상황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어젯밤 함께 잤던 녀석에게서 날아든 메시지.
"서울은 지금 재난 경보 상태라네요."

그러게. 이를 어쩐다나.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눈이 더 많이 펑펑 내려, 완전 폭설이 되어 일주일쯤 모두가 쉬면 어떻게 될까?
조바심 때문에, 혹은 남들과 비교하느라 제대로 안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까지
완전 푸.욱. 집에서 휴식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되면 나쁜 걸까?
순진하고 유아적인 생각이지만, 나라도 그렇게 보내고 싶은 유혹이 든다. 
괜히, 이번 주에 잡힌 두 개의 강연 일정이 얄미워진다. 

지금 나는 마음 속 전쟁 중이다. 
8일에 있을 전남대학교의 강연을 끝으로 1월의 강연은 접자, 라는 낭만적인 생각과
올해는 전세자금 대출 상환을 완료하리라는 목표를 생각하라, 는 현실적인 생각.
이 두 가지의 다른 생각이 잠시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결정을 하지 못하는 나의 결론.
'그 때 가서 보지 뭐.' 
이것은 상황을 지켜보는 신중함이 아니라, 지금 결정을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다.

<카페 데 베르>에서 호사스러운 생각에 잠겨 있음이 조금 미안한 정도로
테헤란로에서 멈춰 있는 저 많은 차량들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런 날은 집에서 꼼짝 않고 책이나 읽고 영화나 보는 게 제일인데,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폭설이라 불릴 만한 눈이 내리어
이렇게 할 일 많은 청년 한 명이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마무리해야겠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 19분이 지났다.
20분의 호사를 누렸으니 이제 일감 바구니를 뒤적여 봐야지.
'일감 바구니 비우기 놀이'를 즐기고 얼른 오후에는 밖으로 뛰쳐나가야지.

다행이다. 그가 회사에 도착했다고 한다.
5시간 20분 간의 출근 시간을 버텨낸 그에게 박수를~
"힘들었냐?" "아뇨, 힘들지 않았어요. 괜찮았어요. 허리도 별로 안 아팠고.
다행이다. 도착한 것도, 즐긴 것도.

모두들 이 상황을 즐기시기를.
상황이 바뀌지 않아도 마음은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부디 눈길 조심하시기를.
내 옆에는 지난 주 눈길을 걷다 넘어졌을 때, 살 하나가 부러진 우산이 놓여 있다.
그걸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과 친구, 그리고 블로그 방문객들의 안녕을 빌게 된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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