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크리스마스날에 또 울다

카잔 2009. 12. 25. 11:30

[2009 대한민국 돌아보기]
① 용산참사



다행이다. 나의 관심이 간혹 '나'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이나 '세상'을 향한다는 사실이.
보보는 분명 '나의 성공'을 꿈꾸지만, 더불어 '우리의 행복'을 소망한다.

종종 말하는 바대로, 보보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나의 관심이 '종종' 사회의 약자, 소외된 자를 향하는 것 뿐이다.
그 빈도가 '항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주' 정도만 되어도 글쓰는 것이 이리 부끄럽지는 않을 텐데...

2009년 크리스마스 날의 새벽, 나는 '또' 눈물을 흘렸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날에는 『88만원 세대』를 읽다가 울었다. 다음 구절 때문에.
"20대를 88만원 덩어리 속에 집어넣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수 없다."

이번에 눈물을 쏟게 한 것은 지난 1월에 일어났던 용산참사다. 
올해가 저물기 전에 나는 2009년 대한민국 사회를 되돌아보기로 했다.
사회적 이슈 5가지 정도만이라도 가슴 속에 되새기며 시대 정신을 간직하고 싶었다.
의인(노무현)이 마지막 가실 때 흘렸던 눈물에 예를 다하고 싶었고
세상을 향해 의분을 내뿜는 사람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싶었다.

올해 읽었던 글 중에 내 가슴을 쳤던 글 하나는 김규항의 '무사의 죽음'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에 쓴 글인데 그 중의 일부를 옮겨 본다.

"절대 고독 속에서 그는 깊은 침묵의 마지막 칼을 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비루한 것들을
단번에 베어냄으로써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갔다.
무사의 죽음이었다. 사람들아, 그의 죽음 앞에서 한 달을 지속 못할 입에 발린 칭송도
싸구려 신파조의 추억담도 모두 접고 침묵으로 예를 갖추자.
순전한 이상주의자이던 시절 그가 꾸었던 꿈만을 되새기자."

김규항의 이 글은 말이 앞서는 나를 침묵케 했다.
숙연케 했고, 생각하게 했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망각하지 않음으로 용산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기리고자 한다.
혹, 용산참사가 뭐 어쩠다는 거야, 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알리고 싶다.
1987년, 상계동 철거민들의 슬픈 아픔(6월 항쟁)이 2009년에 고스란히 재현되었다고.

이 글에서는 사건의 개요를 간단히 언급하는 것으로 그친다. 자세한 내용은 
MBC <PD수첩> 2009년 2월 3일(801회)분과 2월 10일분을 시청하시기를 추천한다.

- 용산 제4구역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철거지가 되었다.
- 철거민들에게는 최소한의 생계 대책이 지원되지 않았다. 
  <삼호복집>의 경우 권리금과 시설투자가 2억 4천인데 재개발보조금은 6천만원이었다.
- 철거 시점이 되지 않았지만 '용역'업체 직원들은 횡포를 부린다.
  가게 앞에 동물사체를 갖다 놓거나 쇠파이프로 위협하여 장사를 불가능하게 했다.
- 용산구청에 민원을 신청해도, 경찰에 신고해도 그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 철거민들은 울부짖어 살아보려고, 세상에 알려보려고 남일당 빌딩에 가건물(망루)을 만들었다.
- 망루에 올라 세상에 제대로 알리기도 전에 경찰의 강경 진압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 화재의 원인, 공정한 진상 규명 등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 희생자는 '도심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이 찍혔고, 유가족들은 지금도 정부와 싸우고 있다.

사실만 적으려고 노력했다.
사건 사이사이에 개입된 경찰과 용역의 비열한 행위에 대한 감정은 억눌렀다.
알리는 자가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혹 편파적인 글이라 판단될까 봐 조심했다.

누리꾼들에게 올해의 사자성어를 물었더니 뼈 있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용산참사, 4대강 사업, 세종시 논란 등의 이어지는 악재를 꼬집어 '설상가상',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삽질나라', '삽질명박',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으로 규정하여 '5공회귀'등을 꼽았다.
(<시사IN> 2009년 12월 26일자(119호) 커버스토리에서 인용)

그래, 2009년 대한민국은 정말 삽질나라이고, 5공회귀의 모습을 보였다.
박재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2008년 7월 <신동아> 인터뷰 때 이렇게 말했다.
"KBS 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을 적극 구현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연주 사장은 해임되었고, 이병순 사장의 취임 후 KBS는 공영성을 잃었다.
기자와 PD를 비롯한 KBS 직원들은 항의했고, 경찰이 투입되었다.
1990년 4월 이후, 19년 만에 KBS에 경찰이 투입된 사건이었다.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분명 거꾸로간 역사였다.

용산참사는 올해 MB 정권의 친서민 정책의 진실 한 조각을 보여주는 슬픈 비극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자각하지 않으면 다시 일어날 개연성이 있는 비극.
그래서, 보보는 크리스마스 날 새벽에 용산참사를 되짚고 본 것이다.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소원하며 말이다.

[추천자료 (1)] MBC <PD 수첩> 2009.2.3일 방영(801회)분
[추천자료 (2)] 시사주간지 <시사IN> 2009년 12월 26일자(119호) 커버스토리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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