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데 베르>에 와서 플래너를 펼쳤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들여다 보기 위함이다.
아침에 적어 둔 첫번째 일을 보며 피식 웃는다.
"산책하며 생각하기"
집 안에서 오늘의 계획을 세울 때에는 몰랐다.
밤새, 하얀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음을.

오전 10시. 문자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4시간째 출근 중이예요. 아직 고속도로에 있어요."
기흥에 있는 삼성전자로 출근하는 와우팀원의 메시지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할 듯 하다"는 이어지는 글에 하하하 웃었다.
다행히도 그는 홀로 시간을 즐기는 법을 터득했기에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이 황당, 유쾌, 곤란한 사태를 하늘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지금도 눈은 펑.펑.펑. 내리고 있다.
그리고 고속도로 위의 그녀는 지금도 그 속에 '갇혀' 있다.
부디 즐기는 힘이 오래 오래 발휘되기를~!
왜냐면, 이제는 아예 버스가 고속도로 위에서 멈추었단다. 

인터넷을 열었더니 오늘 내내 눈이 더 내릴 거란다. 
내일 아침 출근길이 더욱 걱정이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재난 상황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어젯밤 함께 잤던 녀석에게서 날아든 메시지.
"서울은 지금 재난 경보 상태라네요."

그러게. 이를 어쩐다나.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눈이 더 많이 펑펑 내려, 완전 폭설이 되어 일주일쯤 모두가 쉬면 어떻게 될까?
조바심 때문에, 혹은 남들과 비교하느라 제대로 안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까지
완전 푸.욱. 집에서 휴식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되면 나쁜 걸까?
순진하고 유아적인 생각이지만, 나라도 그렇게 보내고 싶은 유혹이 든다. 
괜히, 이번 주에 잡힌 두 개의 강연 일정이 얄미워진다. 

지금 나는 마음 속 전쟁 중이다. 
8일에 있을 전남대학교의 강연을 끝으로 1월의 강연은 접자, 라는 낭만적인 생각과
올해는 전세자금 대출 상환을 완료하리라는 목표를 생각하라, 는 현실적인 생각.
이 두 가지의 다른 생각이 잠시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결정을 하지 못하는 나의 결론.
'그 때 가서 보지 뭐.' 
이것은 상황을 지켜보는 신중함이 아니라, 지금 결정을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다.

<카페 데 베르>에서 호사스러운 생각에 잠겨 있음이 조금 미안한 정도로
테헤란로에서 멈춰 있는 저 많은 차량들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런 날은 집에서 꼼짝 않고 책이나 읽고 영화나 보는 게 제일인데,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폭설이라 불릴 만한 눈이 내리어
이렇게 할 일 많은 청년 한 명이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마무리해야겠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 19분이 지났다.
20분의 호사를 누렸으니 이제 일감 바구니를 뒤적여 봐야지.
'일감 바구니 비우기 놀이'를 즐기고 얼른 오후에는 밖으로 뛰쳐나가야지.

다행이다. 그가 회사에 도착했다고 한다.
5시간 20분 간의 출근 시간을 버텨낸 그에게 박수를~
"힘들었냐?" "아뇨, 힘들지 않았어요. 괜찮았어요. 허리도 별로 안 아팠고.
다행이다. 도착한 것도, 즐긴 것도.

모두들 이 상황을 즐기시기를.
상황이 바뀌지 않아도 마음은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부디 눈길 조심하시기를.
내 옆에는 지난 주 눈길을 걷다 넘어졌을 때, 살 하나가 부러진 우산이 놓여 있다.
그걸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과 친구, 그리고 블로그 방문객들의 안녕을 빌게 된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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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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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 2010.01.04 1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녀가 드디어 회사에 도착했나보네요^^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도 아직 길 위에 있는 직원들이 여럿이에요.
    저도 대책없이 그냥 눈이 좀 더 오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게 마비되더라도..

    참, 선생님 마지막 줄 오타있어요. 가독^^

    • 보보 2010.01.08 0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월요일 아침, 이 글을 썼던 오전에만 해도 그렇게 하루 종일 눈이 내릴 줄은 몰랐지.
      눈은 하염없이 내렸고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날이 되었더구나.
      사람들은 서울에서 다시 이런 눈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말을 하더군.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일부러 눈이 소복이 쌓인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가까운 공원이나 산으로 가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런 탐미적인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실천을 못했지.

      눈을 돌려 사람들이 사는 땅을 보았다.
      아름다운 낭만 속에는 여러 모양의 수고와 아픔이 있더구나.

      인생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아름다움과 낭만 뿐만 아니라,
      수고와 고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잘 되면 교만해지지 말아야지.
      일이 꼬여도 절망하지 말아야지.

  2. 왕씨 2010.01.04 1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하얗게 만들어버리는 자연의 힘 덕분에 회사와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지각을 했지요... 이런 날은 산이나 공원에서 아무 생각없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낙을 생각하면 참으로 좋을거 같아요. 문득 출근길에 대책없이 휴가를 쓰고 누군가 불러서 등산이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이내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그 생각을 지웠지요. 언젠가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독이며... 그 언젠가가 빠른 시일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와있는데 제 자신의 자유로움의 경계선이 아직은 거기까지 인가 봅니다.

    • 보보 2010.01.08 08: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시 눈이 많이 내리면 실천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휴가를 써서 하얀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셔서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잔뜩 충전하시기 바랍니다.

      이 말은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네요. 호호.

  3. Jason 2010.01.04 1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간 한국만 추운줄 알았는데 이곳 토론토 에도
    현재 한파가 왔네요, 폭설을 동반한. 주일 아침에 교회 가던중 언덕에서 차가 막히기에 왜 인가 했더니 좀 더 내려가다 보니.
    Lexus SUV 한 대가 바닥을 보이고 옆으로 누워 있더군요.

    이제 내일이면 연휴 후 첫 출근입니다. 그리고 2009년 performance review
    인터뷰도 이번주 안에 있을 예정이고. 분주한 한 주간이 되겠네요.

    바쁜 하루 하루 일정 중 에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보보 2010.01.08 0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Jason 님. 아주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새로운 한 해, 힘차게 잘 시작하셨겠지요?

      분주한 한 주간이 될 거라 하셨는데
      여러 가지 일들을 잘 처리해 내시고
      즐겁고 평화로운 주말을 맞으시기를 응원합니다.

      2010년에는 건강과 행복이 Jason님과 가족들에 가득하기를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