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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2월을 탄다

카잔 2009. 12. 16. 22:17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을 썼지요.
사실, 시인의 감상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한국 현대사의 슬픈 장면이 많은 4월이기에 와 닿았지요.

‘국가 권력에 의한 무고한 인명의 희생’으로 규정되어 국가의 공식 사과를 받은 제주 4·3사건.
국제법학자협회가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할 정도로
무차별적인 인권 탄압의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된 1975년 4월 8일의 인혁당사건.
수구냉전의 기득권층을 거부하고 살아 있는 정신으로 이 사회를 쇄신하고 변화시키는 동력이 된 4월혁명.
- 서중석,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의 책소개에서 인용.

제 개인사에서도 4월(그리고 5월)은 슬픈 달이었지요.
4월 2일은 어머니의 기일이었고, 그 해의 봄 햇살은 참 슬펐지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저는 그렇게 어머니와의 사별로 체험했었답니다. 
4월의 슬픈 햇살은 5월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세 번의 슬픈 이별이 있었던 달이 5월이기 때문입니다.

봄의 찬란한 햇살을 맞으면 이별 장면이 떠오르고
어머니를 떠나 보낸 이후의 그 맑던 하늘이 떠오릅니다.

서른 무렵부터는 또 하나의 슬픈 생겼는데, 바로 12월입니다.
송년마다 찾아오는 감상과 아쉬움 때문이지요. 
며칠 전 와우팀원들에게 송년 우울증에 대한 글을 썼는데
분명히 팀원들에게 쓴 글이긴 하지만 저 역시 12월엔 이런 저런 감상에 빠집니다. 
 
어느 새 한 해가 훌쩍 지나가 버렸구나, 하는 속도에 대한 놀람,
올해 겨울도 홀로 힘차게 맞이해야 하는구나, 하는 약간의 허전함,
거리의 캐롤과 화려한 조명에도 무감각한 정서적 소외감.
이런 아쉬움과 감상적인 느낌이 깊어지면 우울증이 되기도 하지만,
저는 우울증까지는 아닌 것 같네요. 재즈와 함께 감상에 젖어드는 정도. 

지금도 영화 속의 재즈를 모아둔 컴필레이션 음반을 들으며...
방 정리를 하다 잠시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중앙일보 12월 14일자에는 송년 신드롬에 대한 기사가 있더군요.
결혼과 취업 적령기를 넘긴 사람들, 퇴직을 앞둔 중년,
주름살이 늘어가는 사람들에게 세월의 무게가 무거울 수 밖에 없을 터이고,
그래서 기사는 송년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한 몇 가지의 제안을 합니다.

와우팀원들과 공유했던 내용인데, 이 곳으로 요약하여 옮겨 봅니다. 

1) 우울한 날에는 햇살 아래 걸어라.

일조량이 줄어든 것도 송년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송년이 겨울임을 감안한 말이긴 하지만,
늘 실내에만 있지 말고 햇빛 아래 걸으면 기분 전환이 된다는 사실.

2) 사람들과 어울려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공유하라.

송년 우울증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와의 단절을 선언하여
스스로 고립감과 우울감을 더해간다는 것입니다.
이보다는 대화와 모임을 통해 감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모임 시에 진솔하지 않은 껍데기 같은 이야기만 한다면
돌아오는 길이 더욱 공허해질 것입니다. 

3) 한해를 보내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인맥을 소중히 여기고 미래를 계획하라.

아산병원 정신과의 홍진표 교수의 말이 유용하네요.
"목표 달성만을 생각해 '전부'를 갖지 못하면
'전무(全無)하다(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경직된 사고방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목표 달성보다는 과정에서의 경험과 배움을 돌아보고
한 해의 의미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성향이 내성적이면 더욱 많은 사람을 만나 어려움을 공감하라.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대안 찾기도 쉬워지는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많다"라는 생각만으로도
우울감에서 벗어날 힘을 얻게 됩니다.
우울할 때 집에 있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음은
심리학에서 밝혀 낸 과학적인 주장이기도 합니다. 

5) 외모에 신경을 쓰고, 멋을 내라.

기사는 나이와 우울증의 관계를 실과 바늘이라 표현합니다.
'나이 드는 것 =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이라는 인식을 하기 쉬운데,
우리가 그리스도인이긴 하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명랑 인생의 본질입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것을 효과적으로 컨토롤할 수가 없으니까요.
땀을 살짝 흘릴 정도의 운동도 하시고
(외모는 이미 멋쟁이시지만) 한껏 멋을 부려 보시기를~ ^^

6)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품에 거하면 크고 친절하신 품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우울할 때, 술을 마시면 기분이 잠깐 좋아지지만 술이 깬 후 더 큰 허전함을 느낍니다. 
하니님의 사람들은 술 취하지 않아도 춤출 수 있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입니다.
성령에 취하면 하늘의 기쁨이 우리에게 흘러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송년의 우울한 감정에 대한 세상 모든 조언도 도움이 되지만,
최고의 조언은 성령 충만하라는 것이고, 하나님의 평안을 구하라는 이야기겠지요.

※ [기사 출처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920690
    (중요한 내용을 많이 요약해 두긴 했지만) 시간 되시면 한 번 읽어 보시죠. ^^

나의 소원은 12월을 의미 있게, 조용하면서도 행복하게 보내는 것입니다.
소원은 가만히 앉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 행하여 '스스로 이루는 것'입니다.
강연 때 종종 전하던 말을, 오늘은 나의 심장을 향하여 힘껏 던집니다.

절묘하게도 <Try To Remember> 가 흘러나온다. 
12월이 깊어가면 추억하기 좋아요, 라는 가사에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Deep in December it's nice to remember)
나에게 어서 한 해를 추억하며, 2009년 10대 뉴스를 완성하라는 말인지..
그저 추억과 감상에 잠기어 오늘 밤 스스륵 꿈나라로 빠져들라는 것인지..

나는 이렇게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12월을 탄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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