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전문가로 가는 길 ②

카잔 2010. 1. 12. 08:01

② 학벌에 연연말고 진짜 실력(학력)을 갖추어라


학벌이 주는 유익과 한계

아들은 배우 경력을 시작할 때 극단에 들어가기 위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그것을 읽어보고서 잘 썼다고 말한 다음, 왜 우수한 학교 성적은 언급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아빠."
아들이 한 수 가르쳐준다는 어조로 말했다.
"연극계에서는 출신 학교나 졸업 성적 따위는 따지지 않아요.
그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거기서 무엇을 했느냐는 거예요."
아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 찰스 핸디, 『코끼리와 벼룩』 p.85

한국의 기업계에서는 출신 학교나 졸업 성적을 얼마나 따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확신하는 것은 좋은 학벌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의 미래도 활짝 열려 있다는 점이다. 
오늘 글에서는 학벌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아직까지는 일부에서의 현실이니) 
좋은 학벌의 한계와 좋은 학벌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의 희망적인 미래 건설 방안을 생각해 볼 것이다.

좋은 학벌이 주는 유익은 대부분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얻는 혜택이다. 
처음 만났을 때 주는 호감(오호, 공부 잘했네)에서부터
입사 서류 심사에서 (성실하고 재능이 있으리라고 판단되어) 우선권을 얻는 것에 이르기까지
분명 좋은 학벌은 어느 정도의 혜택이 따른다.

혜택의 유효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유효 기간이 짧은 경우, 우리는 학벌에 대한 진실 한 조각을 발견한다.
'에이, 좋은 학교를 나오긴 했는데, 인간성이 별로야.' 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좋은 학벌을 지닌 사람이 모두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부를 잘 한 것 같은데 말야, 이거 실력은 없네.' 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동료 덕분에
우리는 좋은 학벌을 지닌 사람이 모두 실력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나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따져 보기 위해 당신 주위의 사람들을 돌아 보라. 
나의 주장에 맞아떨어지는 사례를 적잖이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좋은 학벌을 지닌 실력자나 매력적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좋은 학벌을 지녔으면서도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의 행복과 성공이 좋은 학벌 때문만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좋은 학벌을 지닌 모든 사람들이 성공을 구가하고 행복을 누리는 것은 아니니까.
이 즈음에서 좋은 삶을 만드는 요인을 분명히 잡아내야 한다.

행복한 프로페셔널들의 탄생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의뤄진 것이다.
학벌이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 최상위권이 아니라면,
직장 내의 인간 관계와 성과는 학벌이 아닌 인간성과 진짜 실력도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나는 간혹 SKY 출신의 학생들이 부러울 때가 있는데, 부러운 것은 그들의 대학 간판이 아니다.
10대의 본업인 공부에 열심을 다한 그들의 성실함이 부러운 것이다. 
공부는 10대의 본업이다. 나의 10대는 본업에 무척 불성실한 시간이었다. 
20대 이후로도 나는 조금만 힘들면 나의 본업에 대해 불성실해지는 모습을 발견했다. 
불성실한 모습의 근원이 학창 시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연고대 나온 학생의 성실함이 부러웠던 게다. 

나는 나의 불찰로 인해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부러움은 갖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한다.
다만, 지금 다시 얻을 수 있고 그것이 무척 중요한 것이라면 다시 얻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학벌보다는 성실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성실함으로 진짜 실력을 갖추자는 목표를 세웠다.
성실해지면 진짜 실력을 갖출 수 있고, 진짜 실력을 갖게 되면 학교 브랜드를 뛰어넘을 수 있다.

좋은 학벌을 가진 이들의 자산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학교 브랜드의 파워이고
둘째는 성실함(혹은 공부의 핵심을 아는 직관)이다.
나는 둘째 자산을 얻고자 노력한 것이고, 성실함을 통해 진짜 실력을 갖출 때
학교 브랜드의 파워를 능가할 수도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곧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길이다. 전문가로 가는 길 말이다.
분명 힘든 길이지만, 좋은 학교 브랜드를 갖고자 10대에 열심히 노력한 그들을 생각하면
뒤늦게 시작한 나로서는 조금의 억울함도 없다.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할 시기를 놓친 분들의 억울함을 이해하지만,
가정 형편 역시 하나의 변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자신은 언제까지나 상황의 피해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이 즈음에서 학벌의 사전적 정의를 한 번 정리해 보자.
탁월한 진짜 실력을 갖추어도 뛰어넘기 힘든 상황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학벌(學閥)
1. 학문을 닦아서 얻게 된 사회적 지위나 신분. 또는 출신 학교의 사회적 지위나 등급.
2. 출신 학교나 학파에 따라 이루어지는 파벌.

지금까지는 학벌의 첫번째 정의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제 두 번째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언급하려 한다.
두 번째 정의로서의 '학벌'을 뛰어넘기는 참 힘들다. 
진짜 실력 뿐만 아니라, 정의와 소신까지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출신학교에 따라 이루어진 파벌들은 자신과 같은 학벌을 지니지 못한 이들의 진입을 꺼린다.
(강준만 교수는 이런 혈연, 학연, 지연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를 
'패거리 공화국'이라 명하여 비판한 적이 있는데, 나 역시 공감한다.)
 
나는 직접 패거리에 끼어들어보지는 못했기에 그들이 장벽을 치는 심층의 원인은 알지 못한다. 
단지, 내 안의 젊은 피는 상황이 두렵지 않고, 내 안에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들의 보수적 성향을 한층 이해하고, 나에게도 비슷한 면이 있음도 안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기득권이 많고 지금이 아주 만족스러울 때, 변화보다 나쁜 불청객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불청객이었다고 생각한다. 의로운 불청객.)

이상의 이야기는 개인의 자기 경영 차원이 아니라,
사회학적인 이야기로 넘어가는 대목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한 까닭은 분명 좋은 학벌의 특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나는 그 특권이 다소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특권에 기대지 않고서도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다시 개인이 전문가로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결론 하나를 맺자.

학벌이 얼마간의 메리트를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성공과 행복의 충분 조건이 아님을 직시하자.
나는 좋은 학벌을 지니지 않았더라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내일을 창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좋은 학벌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사람보다
좋은 학벌을 갖게 만드는 성실함과 재능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성실하게 투자하는 사람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좋은 학벌이 주는 메리트의 유효기간은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이는 매우 짧기 때문이다. 
그 메리트가 다시 되살아나는 지점은 사회 최상위권으로 진입하고자 할 때이다. 
좋은 학벌을 지난 사람이 그 지점까지 가려면 진짜 실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진짜 실력과 리더십은 학벌에 기대지 않고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진짜 실력을 실력을 갖기 위해)
거기서 무엇을 했느냐?

이제 좋은 학벌을 갖지 못한 사람들로 시선을 돌린다. 
이것은 곧 나를 바라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진짜 실력이 필요하다.
좋은 학벌을 얻는 것보다 더욱 힘든 일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치열함을 발휘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진짜 실력의 정의는 이렇다.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자체로도 모두가 인정하는 정도의 실력.
굳이 자격증을 내밀거나 학력(學歷)을 언급하지 않아도 인정받는 정도의 실력 말이다.
나는 진짜 실력의 중요성을 군대에서 제대로 배웠다.

26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입대한 나는 회사 경력을 살려 행정병이 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워드 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취득하여 입대했다.
너 워드 잘 하냐, 라고 물으면 내밀 수 있는 카드 하나를 마련한 셈이다.
자대에 배치되었을 때, 나는 워드의 달인이라 불릴 만한 고참을 만났다. 
참모부의 중심인 작전과는 뛰어난 워드 실력의 병사가 배치되는 곳이다.
작전과에서도 문서를 가장 잘 다루는 고참의 워드 실력은 (처음 봤을 땐) 경이로울 정도였다.
마우스 사용은 전혀 하지 않고 키보드로 단축키를 활용하여 5초 만에 뚝딱 표를 만들어 내는 실력.
표에는 이미 음영과 셀 정렬, 선의 굵기까지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워드의 실력자였다. 훗날, 그 고참에게 PC 관련 자격증이 하나도 없을 알게 되었다.
그 때 알게 되었다. 자격증은 어떤 일을 하는 기초 실력만을 증비하는 자료임을.
진짜 실력을 가진 이에게는 자격증이 있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음을.

나는 진짜 실력을 갖기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도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진짜 실력을 가질 수 있는가?

자기 분야의 핵심 지식을 공부하고
그것을 현장에서 실험하고 다듬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은 '시간을 두고 진행되며 생각과 행동을 통합하는 과정'이다. (피터 센게의 정의)
만약 당신이 지금까지는 머릿 속으로 생각만 해 왔다면
이제는 행동하며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야만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까지는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한번 해 보면 되지'라는 태도로 뛰어들기만 했다면
이제는 자기 머리로 생각을 한 후에 그것을 검증하는 태도로 행동해야 한다.
생각과 행동을 통합하는 과정이 진짜 학습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시기 바란다.

진짜 실력이 만들어지는 장소는 바로 여기 자신이 있는 곳(직장이든 집이든)이고
진짜 실력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순간이다.
Here & Now 는 참 좋은 말이다.

전문가가 되려면 전문성을 획득해야 한다.
다음의 네 가지는 전문성 획득의 수단이다.
최상위 수준 대학에서의 석사 이상의 학벌, 
고급 독자들로부터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은 좋은 책,
자기 분야의 사람들이 들으면 알 만한 정도의 프로젝트에 깊이 공헌한 경력,
20명 정도의 전문가들과 생각을 주고 받는 정도의 인적 네트워크.

학벌은 전문가로 가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 중의 하나임을 명심하시라.
전문가를 꿈꾸는 당신, 진짜 실력을 갖추기 위해 지금 당신이 계신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가?

나는 학력을 키우기 위해 전력의 힘을 기울이시기를 권한다.
좋은 학벌을 갖지 못한 지난 날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걷어 내고
좋은 학력(學力)을 갖기 위한 비전을 세우고 치열하게 노력하자.
학력(學歷)은 학교를 다닌 경력을 말함인데,
지금 내가 말하는 학력(學力)은 학습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정의하면 이렇다.

학력(學力)
교육을 통하여 얻은 지식이나 기술 따위의 능력.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 

전문가를 꿈꾸는 젊은 당신이라면
일단, 자기 분야의 명저 30권 정도를 독파할 계획을 세우시라.
명저를 읽을 지력이 부족하다면 보다 쉬운 입문서로 기초 지식을 닦아 다시 도전하면 된다.
명저가 무엇인지 모르신다면, 자신이 직접 조사하며 찾아내라. 그것 역시 공부다.
그래도 목록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 때 내게 보내주시라. 채워 보겠다.

힘을 내시기를. 다시 꿈을 꾸고 도전하시기를.
어제가지의 삶이 어떠했든지, 우리는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
오늘을 잡자. 오늘부터 시작하시라는 말이다. 자신을 믿고 한 걸음을 떼어내시라.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 너머에 있는 자기 꿈을 바라보며 걷는 수 밖에 없다.
학력(學力)을 위해 지식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 가시라. 

당신의 꿈을 한껏 응원하며..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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