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괴테의 건강함을 쫓아

카잔 2010. 5. 3. 15:37

2009년 가을, 나는 한 달 동안 독일의 13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여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독일은 또 가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독일 여행이 의미 있었던 까닭 중 하나는 괴테와의 만남이었다.
여행 내내 괴테의 책을 읽었고, 괴테 가도를 따라 대문호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괴테를 향한 열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지금은 마틴 발저의 소설 『괴테의 사랑』을 읽고 있다.
열아홉 올리케를 향한 일흔 넷 괴테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주제도 재밌지만, 저자가 그려 낸 괴테와 당시의 모습도 흥미롭다.

마틴 발저는 독일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비평가다.
내 첫 책의 제목을 마틴 발저의 『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라는 책에서 따왔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라고 썼다.


『괴테의 사랑』에서 묘사된 표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괴테는 '영혼의 우위를 위해 육체를 뒷전으로 미루는 사람'이 아니었다.

"괴테는 언제나 뛰어난 댄서였다.
한때는 밤의 열기에 취해 파트너를 버려두고
혼자 미친 듯이 춤을 추기도 했다."
(p.61)

괴테는 아름다운 황혼의 다섯 가지 조건을 들며
첫째로 '건강'을 꼽았고 실제로 83세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죽었다.
나는 건강한 괴테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네이버 검색 창에다 '춤추는 괴테'라고 써서 엔터키를 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오는 이미지가 없었다. 이번엔 '괴테 & 댄서'라고 쳤다. 
검색된 사진이 위의 한 노인과 다섯 미녀의 사진이다.
과테말라 대선 결선투표에 나선 후보 '오토 페레스 몰리나'가
선거 유세 중에 댄서들과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올린 이가 '괴테말라 대선'이라고 오탈자로 올려 두는 바람에
'괴테 & 댄서'라는 나의 검색어에 걸려든 것이다.
피식 웃고 별 생각 없이 지나치려다가 문득 '이 사진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댄서와 대통령 후보의 나이차이에서 괴테와 올리케가 떠오른 것이다.

괴테와 올리케는 무려 55년이나 차이가 난다.
둘이 함께 서 있다면 이 사진과 비슷한 대목이 있을 것이다.
후보는 웃고 있고, 청바지 차림의 케주얼 복장이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노인의 웃음과 복장 덕분인지 댄서와의 사진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국 나는 '댄서 괴테'의 그림은 찾지 못했다.
'춤추는 괴테'의 이미지나 그림도 못 찾았다.
괴테의 건강한 모습이 잘 표현된 모습으로 찾은 게 위 그림이다.
괴테의 모습을 글로 묘사한 사람은 여럿이다.

『괴테와의 대화』로 유명한 에커만은
자신의 책에 괴테를 만난 감회와 괴테의 모습을 묘사했다.
브라운 폰 브라운탈이라는 젊은 시인도
바이마르에서 괴테를 만난 순간을 잡지에 실은 바 있다.

"어떤 지고의 회화도 그의 형체만 포착할 수 있을 뿐
생생한 그의 진면복은 결코 재현해내지 못할 것이다.
석양빛에 물든 웅장한 몬테로사 산과 몽블랑 산의 모습을
그림으로는 완전히 담아낼 수 없듯이 말이다."

괴테를 묘사한 젊은 시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괴테는 그림보다 더욱 빛나는 형상이었을 것이다.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모습, 자신감 있는 발걸음에서 묻어나는
이미지는 건강함 그 자체였다.

괴테는 노년을 '상실의 삶'이라 했단다.
늙어가면서 건강, 돈, 일, 친구, 그리고 꿈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정작 괴테는 죽는 날까지 그 어느 것도 잃지 않은 듯하다.
갑작스런 상실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별을 했을지도.

괴테가 세대를 뛰어넘은 사랑을 한 것은 조금 부럽다.
生에 대한 그 뜨거운 열정과 정력 말이다.
더욱 갖고 싶은 것은 괴테의 건강과 명성이다.
명성은 덧없거나 얻기가 어려울지라도 건강은 그렇지 않다.

괴테를 생각하며 다시 건강에 눈을 돌린다.
건강은 5월 1일, 노동절 마라톤 대회에서 10km 를 뛰었다고 얻는 것도 아니고,
과테말라 대선 후보처럼 젊은 미녀를 허리에 안고 사진을 찍는다고 얻는 것도 아니다.
꿈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며, 좋은 식습관을 가지면 될 것이다.

누구나 아는 비결이라 참 사소한 것 같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다.
젊음은 야속하다. 속절없이 지나간 다음에야 청춘의 소중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건강을 야속하다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실천력이 있다면,
그것은 지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내가 제안한 건강 비결이 시시하다면 괴테의 조언을 따르시라.
괴테의 건강론은 명작『파우스트』에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젊어지는 비결에 대해 묻는다. 악마의 답변은 이렇다.

"돈도 의사도 마술도 필요 없는 건강법이 있다.
당장 들에 나가 김을 매든, 논밭을 갈든, 막일을 하라.
한 가지 일에 전념하고 일확천금의 미련과 잡념을 버려라.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먹고, 맛있고 비싼 음식을 동경하지 말라.
아침 해가 뜨면 일찍 일어나 가축과 함께 들에 나가서 가축처럼 살아라.
자기가 가꾸는 밭에 거름 주는 것을 천한 노동으로 여기거나 부끄럽게 생각지 말라.
이것을 성실하게 실천만 하면 80세까지는 젊음을 유지하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비밀스러운 비법이 아니다.
실천이 관건이란 말이다.

자, 오래 컴퓨터에 앉아 있었으니
잠시 일어나 스트레칭이라도 하자.
아래 빨간모자를 쓴 친구녀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