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당신은 말이오. 당신 나름대로 먹는 걸 하느님께 돌리려고 애를 쓰는 것 같소만 그게 잘 되지 않으니까 괴로운 거예요. 까마귀에게 일어났던 일이 당신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까마귀에게 일어난 일이라니, 그게 뭡니까, 조르바?” “말씀드리지요. 원래 까마귀는 까마귀답게 점잖고 당당하게 걸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 까마귀에게 비둘기처럼 거들먹거려 보겠다는 생각이 난거지요. 그날로 이 가엾은 까마귀는 제 보법을 몽땅 까먹어 버렸다지 뭡니까, 뒤죽박죽이 된 거예요. 기껏해야 어기적거릴 수밖에는 없었으니까 말이오.” - 『그리스인 조르바』(p.100) 조르바가 자기다움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까마귀가 비둘기처럼 거들먹거렸다”에서 중요한 대목은 ‘거들먹거림’이 아니다.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