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 —침대의 필요 (시인 김선우) 그런 날 있잖습니까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 속의 사람이 나를 물어뜯을 것처럼 으르렁거릴 때 그런 날은 열 일 제치고 침상을 정리합니다 날 선 뼈들을 발라내 햇빛과 바람을 쏘이고 가장 좋은 침대보로 새로 씌우죠 이봐요, 여기로 거울 앞으로 가 거울 속의 사람을 마주봅니다 거울 속으로 손을 뻗지 말고 여기서 손짓해 거울 밖으로 그를 꺼내야 합니다 어서 와요. 정성 다해 만져줘야 할 몸이 이쪽에 있습니다. - 《문학동네》 2016년 가을호 *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이와 함께 읽고 싶은 시다. 거울 속 얼굴은 왜 사나워졌을까? 시인은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짐작해 본다. (아마도 격무에 시달려) 몸이 피곤해서, (아마도 누군가로 인해) 감정이 격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