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3

인생은 여성같다고 생각한 소년

소년은 많이 울었다. 오늘처럼 운 적이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침대에 엎드려 울던 그는 몸을 일으켰다. 집에 있는 게 답답하여 밖으로 나왔다. 가야 할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었지만 집을 나서고 싶었다. 밖으로 나서자마자,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초봄 오후에 내리는 가랑비였다. 소년의 마음은 가는 빗줄기처럼 약해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약해지다니'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년은 곧 다른 생각을 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라고. 친한 사람들은 소년을 두고, 속내를 잘 말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 소년은 주로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소년의 외할머니는,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고 힘겨워도 내색하지 않는 소년을 섭섭해 했었다. 소년을 이..

오늘은 작은 인생입니다

우리 인생은 소중합니다. 한 번 뿐이어서가 아닙니다. 한 번 뿐이라고 소중하다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행인들 모두가 우리에게 소중해야겠지요. '단 한 번' 스쳐가는 그들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만인을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이타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들을 아무렇게나 여겨서는 안 되겠지요. 내가 이렇게 소중한 존재이니, 그들 역시 소중한 존재임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머리'라고 달고 다니는 것이 그 정도의 인지는 해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사람들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방식은 자기 사랑에서 시작하여 대상을 점점 넓혀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소중하니, 남의 아이도 소중하게 여기는 게지요.) 우리 인생은 한 번 뿐이 아니라, 두 번 일지라도 소중합니다. 영화 에는 인..

지금 나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나의 첫사랑은 뜨거웠다. 이팔 청춘을 갓 넘겼던 나는 교회에서 만난 여고생 H에게 흠뻑 빠졌다. 짝사랑이었지만 열렬했다. 학교 친구들에게 H 이야기를 자주 했다. 내 일상은 점점 그녀로 채워졌다. 친구들과 3 on 3 길거리 농구대회에 나갈 때의 팀명은 H 이름에서 따 왔고, 시험 기간이면 독서실에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시를 짓곤 했다. 학교 친구들이 일면식도 없던 H에게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녀석들은 나만의 '천사'를 보고 싶어했다. 급기야 교회에서 진행되는 행사에 친구들이 참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분명 사건이었다. 그들은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아니 교회를 안 다닌 정도가 아니라 교회와는 거리가 먼 친구들이었다. 소위 '일진'이라 부르는 친구들! 녀석들은 담배를 태웠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

2011년 새해를 맞으며

지금은 2011년 1월 1일 0시 25분입니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린 지 25분이 지난 셈입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25분이 흘렀습니다. 이것이 세월의 속도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것 같은 빠른 속도의 시간 말입니다. 유자효 시인의 '인생'이라는 제목의 시가 떠오릅니다. 원문과 조금 다르지만, 제가 기억하는 대로 적어 봅니다. 늦가을 청량리 버스 정류장 할머니 둘이 속삭인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시의 전문인데, '인생'이라는 제목과 함께 음미하면 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시겠지요? 한 세기가 채 못 되는 우리네 짧은 삶이지만, 잘 살면 한 번으로도 족한 것이 인생입니다. 문제는 '잘' 사는 것이 쉽지 ..

하루는 작은 인생이다

시간이 아까워 밤에 일찍 잠 못 드는 습관에 대하여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하면서도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성실하게 일해야 할 낮 시간 동안 게으르게 보내다가 밤이 되어서야 미뤄진 일을 하느라 늦게 퇴근하고 늦게 잠드는 것도 고약한 습관이다. 밤에 분주히 무언가를 행한다고 해도 특히 자기는 밤에 능률이 오르는 체질이라고 해도 낮을 빈둥거리며 지내는 편이라면 미루는 습관을 가진 것인지도 모름을 의심해야 한다. 밤 시간을 낭만적으로 보낸다거나 자신이 올빼미 체질이어서 그런 것이 아닐 수 있다. 우리의 밤문화는 유난히 늦은 시각까지 지속된다.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나라,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문화를 가진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는 10시면 대중교통이 끊어진..

해마다 꽃이 피어나듯이

어느 새, 2010년의 첫째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2월의 달력을 보며, 혹은 정신없이 보낸 1월을 떠올리며 '시간 참.. 빠르네' 하며 한 숨 짓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한 숨을 짓지요. 아쉬움을 덜 느끼도록 살아야 할 텐데 말이죠. ^^ 지난 연말, 와우수업에서 한 청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 해, 이 맘 땐 29살이었는데 막상 서른을 앞두고서도 아무 느낌 없었지요. 근데 서른 하나를 앞둔 올해는 한 해를 보내는 기분이 남다르네요. 마치 2009년에는 0.5살을 먹었다가 2010년에 1.5살 나이드는 느낌이예요." 나이 한 살 더 먹음에 괜히 움츠려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지난 연말에는 1.5살이 아니라 두 살, 세 살을 더 먹는 듯한 아쉬움과 두려움을 느끼시는 ..

인생에 대한 신경 끄기

오늘 하루에 온 신경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우리 인생은 그 하루를 닮아갈 테니까요. 1시간 동안 황홀하게 몰입하시기 바랍니다. 멋진 하루는 그런 효과적인 한 시간들의 모임이니까요. 1분에 신경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1시간은 저절로 흘러갈 테니까요. 인생에 대한 신경을 끄는 것이 하루 살아갈 에너지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나의 눈은 목적을 향하되 온 관심과 에너지는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인생의 큰 그림에 어울리는 한 조각(하루)을 창조하는 비결입니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나는 희락주의자다

노는 것은 쉬운 일이다. 공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돈 버는 것은 좀 더 어려운 일이다. 사랑하며 사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장승수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맞는 말로 여겨지지만, 돈을 벌 일도 없고, 사랑하며 살 일도 없는 학생들에게는 "공부가 가장 어려운 일"일 게다. (학생들은 사랑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살 일은 많지 않다는 말이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그와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노는 것이 쉽다는 말도 공부하다가 놀거나, 일하다가 노는 것을 말한다. 놀기에 지속성을 더하면 이것도 권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놀기, 공부하기, 돈 벌기, 사랑하기 모두를 적절한 조화로 삶에 조각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사는 것이 가장 힘든..

[브라질 여행 단상] 건강에는 좋은데 맛은 써요.

#1. 먹어보기 전에는 맛을 알 수 없다. 호텔에서 처음 먹는 아침 식사. 과일과 빵, 우유와 시리얼이 있었다. 처음 보는 과일 빠빠야. (이름도 뒤늦게 알게 된 과일) 맛이 의심스러워 보이는 여러 가지 종류의 빵들. 간택된 몇 가지의 음식을 가져 와서 식사를 시작했는데, 게걸스러움보다는 조심스러움으로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침 식사는 깔끔하게 먹고 싶다는 마음이었던 게다. 게걸스럽게 먹을 필요는 없지만, '이게 맛있을까?' 라는 미심쩍은 마음으로 입을 조금 벌려 살짝 깨작이면 맛을 알 수가 없다. 한 입 가득히 우그작, 하고 베어 물면 그제서야 입 안 가득히 맛있음을, 혹은 '우엑'을 느낄 수 있다. 잊고 지낸, 혹은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과정에서 가져야 할 태도를 깨닫는다. 내가 이것을 잘 할까..

세븐툴즈 강연 참가자를 위한 Follow-up (1)

12월 1일, 늦은 시각까지 함께 한 분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세 번에 걸쳐 강연 Follow-up을 올려 드리니 삶에서의 실천을 계속 이어 가시기 바랍니다. * 세븐툴즈 강연 참가자를 위한 Follow-up (1) 공감적 독서, 이런 책들만 하면 된다! 나도 한 번 공감적 독서를 해 봐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몇몇 분들은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실지 모르겠다. 공감적 독서에 대하여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모든 책을 읽어야 할 필요도 없고 읽는 책을 빨리 읽어내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중요하면서도 훌륭한 책을 느긋하게 정독해 나가면 된다. 말하자면, 모든 책이 아니라, 좋은 책만 공감적으로 읽으면 된다. 공감적 독서를 할 만한 책은... 1. 훌륭한 책이어야 한다.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