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많이 울었다. 오늘처럼 운 적이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침대에 엎드려 울던 그는 몸을 일으켰다. 집에 있는 게 답답하여 밖으로 나왔다. 가야 할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었지만 집을 나서고 싶었다. 밖으로 나서자마자,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초봄 오후에 내리는 가랑비였다. 소년의 마음은 가는 빗줄기처럼 약해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약해지다니'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년은 곧 다른 생각을 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라고. 친한 사람들은 소년을 두고, 속내를 잘 말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 소년은 주로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소년의 외할머니는,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고 힘겨워도 내색하지 않는 소년을 섭섭해 했었다. 소년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