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가 좋았다. 같은 반이어서 좋았고 녀석이 웃는 모습이 좋았다. 시험 기간이면 버스를 타고 그의 동네까지 갔다. 녀석이 다니는 독서실에서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의 집에 가서 부모님도 뵈었다. 두 분의 얼굴도 여전히 기억 난다. 7월의 어느 날, E-mail 한 통이 날아왔다. 강연이 감동적이었다며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발신인 이름도 없는 메일이었지만, 메일을 다 읽은 순간 왠지 녀석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어찌 그런 예감이 들었는지는 나도 의문이다. 핸드폰을 들고 메일에 남겨진 전화번호를 눌렀다. 목소리를 들으니 여전하다. 단박에 알아챘다. "야... 조세현!" 나는 기쁨과 흥분에 취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맞다. 조세현이 맞다. 살면서 나는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