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상처 입은 치유자

카잔 2010. 6. 4. 22:53


와우팀원들을 선발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이들은 평생 함께 갈 사람들이다' 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살아가다가 아주 깊은 인연으로 만났다는 것이 이유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와우팀의 리더를 하는 것 뿐이다.

내가 반드시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다.
결국 내 그릇의 크기만큼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내게 있는 것을 줄 수 있을 뿐이다.
없는 것을 주다가는 탈진하거나 지속적으로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게 있는 것은 다 주어도 괜찮다. 날마다 소생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팀원들을 대할 때가 흥미진진하다.
그는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지 못한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면 사람들이 달아날까 봐 염려한다.
그들은 집을 나서면서 가면을 쓰기에, 행동이 부자연스럽다.
여기서 나의 곤혹스러운 역할이 생겨나게 된다.
그에게 애정과 신뢰를 주어 자신을 직면할 힘을 주는 동시에
불편한 진실을 그에게 알려 주어 성장을 도와야 한다.

나는 이런 역할에 서투른 리더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알려 준 진실을 불쾌하게 받아들이거나 아예 받아들이지 않은 한 팀원이 있었다.
그는 곧잘 방어적이 되거나, 나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나의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그럴 때에도, 힘들긴 했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리더십은 서툴지언정 그를 아끼는 마음은 진심이었고,
성장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뜨거웠다.

지난 해였던가? 그는 영화 <블랙>을 보자고 했다.
선생과 제자가 나오는데, 그들과 우리의 모습이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니, 이 영화는 꼭 나와 함께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한 소녀와 나이 많은 가정교사가 주인공이었다.
영화의 전반부에 소녀가 미친 듯이 발작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귓속으로 그에게 말했다. "맞네. 니 모습과 비슷하네."
그가 "뭐예요?"라고 눈을 흘긴다. 하하. 웃으며 영화를 보았다.

"고맙다. 이런 영화를 너와 나에게 빗대어 주어서.
그러나 나는 저 선생의 반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내가 그에게 한 말이다. 영화는 감동적이었다.
선생은 소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왔다.
끝까지 도왔고, 끌까지 사랑했다. 내가 닮고픈 모습이었지만
실현하기에는 무지 힘든 모습이다. 갈망할 뿐.
지금도 종종 농담 삼아 영화 얘기를 한다.
그럴 때마다 이젠 그가 이렇게 농담을 받아친다. 
"하하. 선생님께서는 영화 앞 부분만 나랑 비슷하다고도 하셨지요."

그가 올해는 책 한 권의 선물해 주었다.
책의 앞장에 주인공과 내가 닮았다는 말과 함께.
『그 청년 바보 의사』라는 책이다.
이 책의 명성을 들었기에 단번에 과찬임을 알았다.
녀석은 늘 이렇듯 사람 파악을 잘 하지 못하는 게 흠이다.
마음이 고마웠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는 읽어야 할 텐데.

2010년 6월은 그를 알게 된 지, 만 4년이 되는 달이다.
그는 이제 처음 보았던 때의 그가 아니다.
찌질하던 그가 매력적인 영혼의 소유자로 성장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던 그가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와 말을 할 때에는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봐 단어를 골라야 했는데,
이제는 내가 너무 막말 하는 것을 고쳐야 할 지경이 되었다.

"나는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곧잘 가까운 이들에게 트집을 잡았고, 모임에서 분위기를 흐리고,

감정이 격해지면 얼굴에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었다.

어떤 일이 잘못되면, 이것이 탓인가 싶어 죄책감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스스로를 심하게 책망하는 사람이다.

그랬던 나다. 그리고 지금도 종종 그러하다. ^^"

얼마 전, 그가 쓴 글이다. 맞는 말이다. 
놀라운 점은 여기에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자의 미래보다 밝은 게 또 있을까!
머지않아 그는 자신의 힘이 어떠한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 때에도 여전히 도전을 두려워하고 멈칫 멈칫 할 테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하여 어렴풋이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여인들이 상처를 안고 산다. 그 역시 상처 입은 사람이었다.
이것이 그의 희망이요, 공헌이 될 것이다. 
그는 많은 여인들의 상처 입은 치유자로 성장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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