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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리더십아카데미 강연 후 단상들

카잔 2010. 10. 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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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리더십아카데미(이하 살리아)'는 이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서대문구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역주민들의 리더십과 삶의 질 향상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대복지관 측의 기대성과는 지역 리더를 발굴하여 자체적으로 이어가는 후속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대복지관 지역복지팀과 4년째 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 때문에 올해 초 살리아가 만들어질 때부터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2기 살리아에서는 나도 강연 하나를 하게 되었다. 방금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자기경영'이라는 주제로 서대문구 지역 주민들 몇 분 앞에서 강연을 하고 왔다. 강연을 전후하여 일어난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나의 일상과 머릿 속을 스쳐갔던 단상들을 정리해 본다.  

1. 나는 살리아를 운영하는 이대복지관 지역복지팀의 행보에 관심이 간다. 참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 중에서 도움 되는 것이 있다면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와우 STORY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와우 수업은 자기 치유가 일어나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고 서로 친밀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니 몇 명의 지역리더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면 지역민들의 화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바빠지고 싶지 않으니) 와우팀원 중에서 자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살리아를 진행하는 팀장님께 구체적으로 논의를 드려야겠다. 나는 어서 와우수업 진행자들이 참조할 만한 책자를 만들어야겠다.

2. 강연은 즐겁게 끝났다. 20대부터 80대까지 모여 든, 강연하기 꽤 어려운 연령 분포여서 처음 10여분 동안에는 헤매기도 했지만,  참가하신 분들이 끝까지 잘 경청해 주셨다. 그분들 덕분에 후반부로 갈수록 나도, 참가자 분들도 더욱 강연에 몰입할 수 있었다. 두번째 시간에는 평균 이상으로 잘 진행하여 뿌듯했다. 무엇보다 참가자 분들의 밝은 표정이 나를 신나게 했다. 어르신들이 많아, 강연 진행 속도를 천천히 해야 했고, 지식 뿐만 아니라 방법론까지 확실히 전달해야 했다. 강연은 10분 늦게 시작해서 예정된 시각보다 10분 늦게 끝났다. "강연을 시간은 넘겨 끝난 경우는 잘 없는데, 여러분들이 집중하시는 모습을 보니 놀랍고 감사합니다." 이것은 진행하신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말씀이다. 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는 순간, 또 하나의 강연을 마치고 난 후의 감사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3. 강연이 끝난 후, 세 분 어르신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한 분은 "주변에 있는 당연한 것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강연에 대하여 고마움을 전해 주셨고, 다른 분은 대한민국의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점들을 열성적으로 비판하셨다. (나는 그 분의 대한민국 사랑에 느낀 점이 많았다.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시긴 했지만.) ^^ 또 다른 분은 본인의 일상을 이것 저것 반복적으로 열정있게 말씀해 주셨다. 복지관 강연을 진행할 때, 강사로서 내 삶을 나누는 이야기를 포함시킨다. 그러면 강연이 끝난 후 당신들께서도 당신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신다. 나는 귀를 기울이고,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은 좋은 섬김이라 믿는다. 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마음을 귀울여 듣는 것, 말할 기회를 드리는 것은 귀한 일이다. 30~35분 정도가 지나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점심 식사 시간이 있으니 더 이상 앉아 있을 순 없었다. 찰나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연을 통해 힘을 얻어가셨기를 바란다.

4. 지역복지팀 식구들과 점심을 먹었다. 처음 만난 두 분 선생님 그리고 여러 번 뵈었던 팀장님과 함께 갈치찌개를 먹었다. 이야기를 나누느라 밥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다. 아마도 식사 자리는 처음인지라 살짝 어색했지만, 나는 그런 어색함들이 편안하다. 허허. 묘한 표현이지만 적확한 표현이다. 생각했던 대로 1번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도 관심을 가져 주셨다. 그리고 나와 지역복지팀과의 인연 이야기, 내가 왜 이대복지관 강연만큼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지도 말했다. 이건 다른 이야기 꺼리가 없어서 꺼냈다. 새로 오신 예쁜 선생님 두 분의 이야기를 듣지 못해 아쉬웠다. 언제 JOIN 했는지 정도만 알게 되었다. 또 만날 일이 있겠지. 어차피 이전에 계셨던 선생님과도 2년을 만나고 나서야 친구가 되었으니까. ^^

5. 지역복지팀과 헤어져 혼자가 되었다. 집을 나서면서 시작되었던 여유로웠던 시간들이 끝났다는 뜻이다. 다시 업무 모드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이대로 어느 커피숍에 가서 하루 종일 책 읽고 와우팀원들의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없다. 이제 나는 어느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니까. ^^ 핸드폰을 켰다. 연속되는 진동이 5개의 부재중 전화와 5개의 문자가 왔음을 알렸다. 긴급해 보이는 순서대로 연락했다. 회사에 전화를 했고, 동료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 점심 약속을 확인하는 문자에 회신을 하고, 오늘까지 보내 주어야 하는 업무 확인 연락에 화답했다. 그리고 강연 일정 하나를 정했다. 이러는 동안 20여분이 훌쩍 지났다. 이제 문자 하나만 회신하면 부재 중 연락에 대한 회신은 끝~! 하지만 그 문자가 좀 생각이 필요한 건이다. 이 글이 끝나고 잠시 생각한 후에 회신해야겠다.

6. 카페에 들어왔다. 오늘은 휴가다. 휴가라고 하지만, 쉬는 게 아니라 회사 일이 아닌 개인적인 일을 하고 싶어 휴가를 냈다. 외뢰 들어온 원고를 작성하여 보내고, 금요일에 있을 독서토론회를 준비하고, 개인 메일 회신을 하려고 한다. 지금은 이렇게 블로그에 잠시 글을 남기고 있다. (휴가니까 좋다. 블로그에 글을 쓸 시간도 있으니.) 방금 말한 일들은 일이자 놀이다. 처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는 점에서는 일이지만, 과정을 즐긴다는 점에서는 놀이다. 회사에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휴가지만, 회사에서처럼 하루 종일 성실히 일한다는 점에서는 근무다. 나는 충정로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왔다.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 매장을 한 바퀴 휙 둘러본 후에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놀고 있다. 책상이 높아 노트북 위치가 높아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타자치기에 좋은 높이다. 좋다. 이 시간이, 이 기분이, 이런 생활이. 아쉽게도 4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하니,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 시간을 쪼개어 이 글을 썼다. 이런 글쓰기는 본격적으로 놀기 위한 훌륭한 워밍업이다. 자~! 이제 나는 간다. <일감바구니 비우기 놀이>를 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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