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한국시리즈 승장에게서 배우다

카잔 2010. 10. 21. 12:11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서 승장 김성근 감독과 인터뷰했다. 이런 질문이 있었다.   

"어떤 팬들은 이런 생각도 할 것 같습니다. 한 경기쯤은 어떻게든 내주지 않을까?
감독들이야 그런 생각 못하시겠죠?"

"이건 페넌트레이스랑 달라서 하나 지고 다음에 하나 하면 되는, 그런 시합 아니니까요.
흐름이 있을 때 끝내버려야지 흐름이 끊어져버리면 모든 상황이 바뀌고요.
특히 우리 같은 팀은 중간 투수 갖고 싸워야 되는 팀이니까
시합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로도가 겹치니까요.
4차전으로 끝난 게 우리한테는 아주 좋지 않았나 싶네요."
-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

나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냉철한 승부사다. 프로다움에서는 최고의 모습이다.(이 점은 존경할 만하다.)
허나, 실리 위주의 야구는 내 성향에는 흥미가 없다. (나는 한방을 노리는 짝퉁 모험가이니까.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의 30대는 이런 대박을 노리는 한방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다.
짝퉁 모험가라 함은, 진정한 모험가는 위험이 아니라, 기회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내가 프로야구 감독이라면, (이건 무슨 쓸데 없는 상상이 아니다. 나에게 야구는 삶의 일부다.)
김성근 감독과는 다른 모습의 감독이 될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나는 어떤 팀을 이끌든지 팀을 꼴지로 이끌어가고 말 것이다.
내게는 프로다움이 없고, 나의 눈은 실리에 어둡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과 비슷한 감독이 될 거란 말을 하려니, 그 분께 죄송한 일이어서 관뒀다.)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1) 흐름이 끊어지면 모든 상황이 바뀐다.

야구의 본질이 담긴 말이고, 삶의 법칙이라 할 만한 진실 하나가 담긴 말이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호투와 좋은 수비로 공격을 잘 막으면 좋은 기회가 온다.
흐름을 잡아야 한다. 작은 것 하나가 큰 흐름으로 번질 수 있음을 야구에서 숱하게 본다.

나는 여기에서 일과 여가의 균형있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한다.
일과 쉼의 균형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일과 여가의 균형은 좀 더 어려운 듯 하다.
일하다가 여가를 즐기고 다시 일에 몰입하라, 는 말은 높은 균형의 경지다.
집중의 호흡이 긴 이들에게는 일과 여가의 장면 전환이 쉽지 않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한 동안 영화에 빠져 있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 온 후에는 후유증이라 불릴 만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반대로 일을 하다 보면 덩어리 시간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되어 여가를 놓치기도 한다.

균형이 있는 삶, 그것은 직장과 가정, 일과 삶이라는 영원한 평행선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한 쪽에 빠지지 않고 적정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기 삶의 흐름(리듬)을 끊지 않아야 한다.
삶의 작은 리듬을 놓치면 원래의 흐름을 찾기 위해 며칠 동안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까지 덩어리 시간으로 일을 하고, 언제 쉬어야 하는지 그 시점을 찾는 것이
균형 있는 삶을 살면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는 비결이다.
균형은 뉴턴의 제1법칙(관성의 법칙)을 잘 활용하면서도
언제 균형을 향한 전환을 해야 하는지, 그 창조적 단절의 순간을 분별하는 지혜에서 온다.

2) 우리는 중간 투수 갖고 싸워야 되는 팀이다.
김성근 감독은 자신이 이끄는 팀을 잘 알았고 (강점과 약점을 잘 알았다는 말이다)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활용하기 위해 자기 팀을 분석하고 그에 맞추어 훈련했다.
프로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한 김성근 감독의 말은 옳다.
"인생에서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지만
지금까지의 나는 과정을 너무 중요시해 왔기에 (그래서 결과가 없기에) 말하지 않으련다. 

자기 훈련이 부족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나는 프로야구 감독, 아니 어떤 프로 스포츠의 감독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런 가정이 우습기는 하다. 어떤 누구도 나에게 감독을 시키지 않을 테니까. ^^)

나는,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에게서 두 가지를 배웠다.

흐름을 놓치지 말자!
지금 내게는 균형의 삶 그 이상이 필요하다! 그 이상을 만드는 것은 몰입이다.
11월말까지 잠시 균형은 잊자! 나의 일에 미치어 보자.

프로의 세계로 뛰어들자!
성과가 없는 프로는 이미 아마추어로 전락한 것이다.
성과 달성을 위해 노력하자. 그리고 나를 알자. 나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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