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서 승장 김성근 감독과 인터뷰했다. 이런 질문이 있었다.   

"어떤 팬들은 이런 생각도 할 것 같습니다. 한 경기쯤은 어떻게든 내주지 않을까?
감독들이야 그런 생각 못하시겠죠?"

"이건 페넌트레이스랑 달라서 하나 지고 다음에 하나 하면 되는, 그런 시합 아니니까요.
흐름이 있을 때 끝내버려야지 흐름이 끊어져버리면 모든 상황이 바뀌고요.
특히 우리 같은 팀은 중간 투수 갖고 싸워야 되는 팀이니까
시합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로도가 겹치니까요.
4차전으로 끝난 게 우리한테는 아주 좋지 않았나 싶네요."
-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

나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냉철한 승부사다. 프로다움에서는 최고의 모습이다.(이 점은 존경할 만하다.)
허나, 실리 위주의 야구는 내 성향에는 흥미가 없다. (나는 한방을 노리는 짝퉁 모험가이니까.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의 30대는 이런 대박을 노리는 한방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다.
짝퉁 모험가라 함은, 진정한 모험가는 위험이 아니라, 기회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내가 프로야구 감독이라면, (이건 무슨 쓸데 없는 상상이 아니다. 나에게 야구는 삶의 일부다.)
김성근 감독과는 다른 모습의 감독이 될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나는 어떤 팀을 이끌든지 팀을 꼴지로 이끌어가고 말 것이다.
내게는 프로다움이 없고, 나의 눈은 실리에 어둡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과 비슷한 감독이 될 거란 말을 하려니, 그 분께 죄송한 일이어서 관뒀다.)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1) 흐름이 끊어지면 모든 상황이 바뀐다.

야구의 본질이 담긴 말이고, 삶의 법칙이라 할 만한 진실 하나가 담긴 말이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호투와 좋은 수비로 공격을 잘 막으면 좋은 기회가 온다.
흐름을 잡아야 한다. 작은 것 하나가 큰 흐름으로 번질 수 있음을 야구에서 숱하게 본다.

나는 여기에서 일과 여가의 균형있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한다.
일과 쉼의 균형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일과 여가의 균형은 좀 더 어려운 듯 하다.
일하다가 여가를 즐기고 다시 일에 몰입하라, 는 말은 높은 균형의 경지다.
집중의 호흡이 긴 이들에게는 일과 여가의 장면 전환이 쉽지 않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한 동안 영화에 빠져 있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 온 후에는 후유증이라 불릴 만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반대로 일을 하다 보면 덩어리 시간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되어 여가를 놓치기도 한다.

균형이 있는 삶, 그것은 직장과 가정, 일과 삶이라는 영원한 평행선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한 쪽에 빠지지 않고 적정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기 삶의 흐름(리듬)을 끊지 않아야 한다.
삶의 작은 리듬을 놓치면 원래의 흐름을 찾기 위해 며칠 동안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까지 덩어리 시간으로 일을 하고, 언제 쉬어야 하는지 그 시점을 찾는 것이
균형 있는 삶을 살면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는 비결이다.
균형은 뉴턴의 제1법칙(관성의 법칙)을 잘 활용하면서도
언제 균형을 향한 전환을 해야 하는지, 그 창조적 단절의 순간을 분별하는 지혜에서 온다.

2) 우리는 중간 투수 갖고 싸워야 되는 팀이다.
김성근 감독은 자신이 이끄는 팀을 잘 알았고 (강점과 약점을 잘 알았다는 말이다)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활용하기 위해 자기 팀을 분석하고 그에 맞추어 훈련했다.
프로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한 김성근 감독의 말은 옳다.
"인생에서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지만
지금까지의 나는 과정을 너무 중요시해 왔기에 (그래서 결과가 없기에) 말하지 않으련다. 

자기 훈련이 부족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나는 프로야구 감독, 아니 어떤 프로 스포츠의 감독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런 가정이 우습기는 하다. 어떤 누구도 나에게 감독을 시키지 않을 테니까. ^^)

나는,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에게서 두 가지를 배웠다.

흐름을 놓치지 말자!
지금 내게는 균형의 삶 그 이상이 필요하다! 그 이상을 만드는 것은 몰입이다.
11월말까지 잠시 균형은 잊자! 나의 일에 미치어 보자.

프로의 세계로 뛰어들자!
성과가 없는 프로는 이미 아마추어로 전락한 것이다.
성과 달성을 위해 노력하자. 그리고 나를 알자. 나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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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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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ne 2010.10.21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광현 선수를 내리지 않고 그를 끝까지 믿어준 감독님의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중간에 나와서 그를 격려해주고, 교체는 하지 않은채 내려가시던 모습. 짱이었어요.

    오늘 아침에 3시간 정도 몰입을 맛보았습니다. (신기하죠!)
    근데 점심때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어서, 도화지도 살겸 밖에 나갔다 왔는데
    흐름이 그만 끊겼지 뭡니까.
    그래서 오후에 몰입한 시간은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것 같네요.

    요즘의 저는 삶의 흐름을 붙잡는 것.
    그래서 하루 5시간의 맑은 집중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또 오늘 무릎팍에서 본 장한나와는 달리) 저는 천재가 아니니
    중간 투수를 가지고 싸워야 하는 입장이네요.
    E가 전문성을 가지기는 참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나의 기질, 강점 모두 활용해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앗. 내일을 위해 어서 자야겠습니당~꾸벅

    • 보보 2010.10.23 1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대에게 부탁한 '꿈을 향한 5시간의 몰입'을 반드시 지켜나가도록 애쓰십시오. 나도 긴 이닝을 던지는 선발 투수같은 근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바꾸어가며 집중을 이어가는 방법은 알지요. 무엇보다 내가 어떤 일에 집중하는지를 잘 알지요. ^^

      그리고, 김성근 감독이 9회에 올라왔다가 내려가신 것은 믿어줌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믿음은 김경문 감독이 보여 주는 리더십이지이요) 분위기를 끊고, 다독여줌의 효과를 통해 게임을 끝내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장 수고한 투수에게 한 해의 갈무리를 맡긴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요~ ^^

  2. Eunice 2010.10.22 0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매일의 힘을 빌리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흐름을 놓치지 말자'는 것과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매일 같은 시간에 책을 읽으니
    책을 읽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요.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밀도 있게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흐름을 놓치지 말자는 것이 그런 의미라면 아트백은 굉장히 훌륭한 도구가 되는 것 같네요~!

    그리고, 약점을 알아내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훈련..
    그것 역시 아트백에서 잘 해나가고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혼자서 꾸준히' 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인데,
    함께 하면서 에너지를 받아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성과를 생각해야겠지요?
    저는 원래 결과지향이었는데, 최근 몇가지에 대해 과정지향으로 목표를 바꾸었었지요.
    다시 결과지향으로 바꾸어야 할까요? ^^ 균형이 필요한 시점일까요?

    선생님의 결심! 응원합니다.

    • 보보 2010.10.23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양쪽을 어설프게 하는 사람은 균형의 모습도 엉성합니다.
      양쪽을 확실히 이해하고 경험한 사람들이
      온전하고 지혜로운 균형의 모습을 창조합니다.
      다시 말해, 균형은 확실한 양극단의 정과 반,
      그리고 합을 통하여 얻는 지혜와 행복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어느 하나의 극단에 흠뻑 젖어 있는 모습,
      그것은 몰입이고 동시에 균형을 향해 가는 여정이겠지요.
      물론, 자신이 이 쪽에 빠져 있다는 자의식은 있어야 합니다.

  3. Eunice 2010.10.22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구를 보면서 저에 대해 느낀 점이 있습니다.

    자존감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제가 자존감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더라구요. 그래서 도전하기를 꺼려하죠.
    조금의 실수에도 조급해 하고, 빨리 수습하려 허둥대는 저를 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가기 싫어하죠.

    야구를 보면서 제 낮은 자존감이 그대로 반영되는 때를 보았습니다.
    2사 만루에서 나서는 타자를 볼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하더라구요.
    "저 타자는 얼마나 나가기 싫을까?
    저 큰 부담감을 져야 하다니, 감독이 나 아닌 대타를 내보내 주었으면 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때의 투수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한개 한개 공을 던지면서 얼마나 부담이 될까?
    마운드에 서고 싶지 않을꺼야.. 라고 말입니다.

    잘못 생각한 것이지요. 그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크게 한방을 쳐서, 잘 막아내어
    팀의 승리를 이끌고 싶은 마음 일 것이겠지요?

    그전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더라도 다시 타석에 설수 있는 힘,
    홈런을 맞았더라도 다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힘,
    자존감과 연결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LG 이상훈 투수를 너무너무 좋아했더랬지요.
    그의 거침없는 스트라이크에 완전 반했었거든요.
    그만큼 자신있었을 것이고, 실력도 있었지요.
    제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대리 만족을 느꼈는지도 몰라요.

    휴~~~ 어떻게 하면 자존감이 높아질까요~? ^^

    • anne 2010.10.23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님의 글을 보며,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음을 알았어요.
      ^^저도속으로 '야구는 피를 말리는 구나. 차라리 축구가 낫겠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축구는 멀리서 보면 누가 누군지 모르잖아요.
      야구는 '완전히 혼자서' 타석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무척 두렵게 느껴지더라구요.
      (예전에 고등학교 때, 발야구 하면서도
      이런 두려움을 종종 느끼곤 했습니다.
      특히 다른 반과 시합하거나 이럴 때 말이에요)
      이것이 혼자 무얼 하기 힘들어하는 저이고,
      또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저이기도 하지요.

      Eunice님의 생각. 도움이 되었답니다. 감사 ^^

    • 보보 2010.10.23 1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Eunice님. 잘 보셨습니다.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의 절호의 찬스,
      그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의 마음은 그야말로 중요하지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마음이 있을 겁니다.
      - 아, 이 순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 그래,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얼굴을 보면 조금은 드러납니다.
      저는 찬스에 들어서는 타자에게 이렇게 주문합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당신이야말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
      그렇게 믿으시기 바란다. 자신감으로 타석에 들어서라.'

      나 농구를 하거나, 당구를 칠 때
      위기의 상황에서도 그렇게 스스로에게 주문을 겁니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 너와의 싸움에서만 승리해라'고.

      그대의 자존감, 이미 인식하셨으니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시면 두려움이 조금씩 감소됩니다.
      하나님이 개인에게 주신 재능을 믿으면 용기가 조금씩 생겨납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승리가 쌓이면 자신을 조금씩 믿게 될 겁니다.
      이 모든 일에 힘써 보시기 바랍니다.

    • 보보 2010.10.23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Anne님의 진솔한 댓글 속에서 군중 속에 묻히기 보다는 화려한 무대를 좋아하는 이들도, 두려움 때문에 무대를 마다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재능이 있고, 자신만의 성공의 모습이 있습니다. 이 말은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자기다운 방법과 방식이 있다는 말이지요. 자신을 믿고, 묵묵히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