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피상적인 자기계발 콘텐츠가 난무했던 까닭

카잔 2010. 10. 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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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열풍은 옛말이다. 한때는 자기계발서가 출판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영광의 시기는 지나간 듯하다. 필자의 친구는 2009년에 자기경영 서적을 한 권 썼고, 출판사와 계약을 했지만 출간되기까지는 4, 5개월을 더 기다려야 했다. 출판시장 내에서 자기계발서의 매력이 떨어졌기에 적절한 출간 시점을 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자기경영 서적들이 출판계를 이끌던 시대와는 달라진 현상이다. 자기계발서의 힘이 사라진 까닭은 간단하다. 명실상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름과 실상이 서로 부합하기보다는 명성에 비해 거품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2000년대 독자의 관심은 언제나 '나'였다. 그들은 한 때 '성공'을 꿈꾸었다. 벤처 열풍과 함께 남보다 반 걸음만 앞서가도 물질적 성공을 쉽게 이룰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미국발 자기계발서의 속삭임을 듣고 자신을 조금만 변화시키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가 권유하는 것처럼 돈과 부자에 대한 생각만 바꾸어도 가능한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어 저자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다 주었지만, 무수한 개인의 텅 빈 주머니는 결코 채워지지 않았다."


여러분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자기계발서의 효용에 회의하거나 불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지금까지의 자기계발 콘텐츠는 복합적인 인간 문제들을 피상적인 기술이나 단편적인 지식으로 '고치려는' 경향을 지녔었다. 피상성은 자기계발 콘텐츠의 특징이자, 한계였다. 그렇다면, 자기계발 담론이 피상성이라는 한계를 지녔으면서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3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자기계발 강사이고, 좋은 자기계발서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자기계발 담론에 대한 나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첫째, 자기계발에 대한 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대적 상황이다. IMF 전후로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직장인들의 생존 문제는 그 중 하나다. 회사는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곳이 못 되었다. '개인의 경쟁력'만이 믿을 만한 것이 되면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자기계발 수요자의 탄생이다. 문제는 이들의 탄생이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이전 시대와의 단절이라 불릴 만한 급격한 변화였다는 점이다. 수요에 공급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수요가 급증한 곳에서는 공급자들의 역량과 신뢰 문제를 따지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거품이 끼어들고 가짜도 돈을 벌기 시작한다. 이처럼, 자기계발 콘텐츠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시대적 상황이 한 몫 거들었다.


둘째, 공급자들의 소명 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급자들이 가진 문제다. 수요가 있으니 책을 내고 강연을 한다는 식의 지나치게 비즈니스적인 접근을 했던 것이다. 자기계발이라는 교과목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의 성장과 변화에 대한 실용적인 연구'를 하는 과목일 것이다. 일부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은 그런 연구보다는 수요자들에게 '희망'을 파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물론, 누구에게나 희망은 필요하다. 그러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지혜도 필요하고, 때로는 '자신을 아는 진실'과도 마주해야 한다. 자기계발 저자들은 그러한 진실과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듣기 좋은 이야기만을 전하는 쪽이었다. 공급자들에게 '돈'에 초연하라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돈을 쫓되, 돈을 지불한 사람들에게 그에 합당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의 직업군 안에는 자신의 업을 돈벌이로 보는 이들과 천직으로 보는 이들이 공존한다. 돈벌이로 보는 이들이 훨씬 많아질 때, 그 직업군의 사회적 영향력은 감소한다.)


셋째, 수요자들의 일시적인 판단 착오 때문이다. 이것은 수요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경제력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뽑았던 나라의 리더를 보며 그것은 통합적인 시각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깨닫고 있다. 한해 두해 살아가면서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제대로 달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자기 철학이 없고,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시각 없이는 성공적인 인생 경영이 힘들다. IMF라는 국난을 맞은 개인들은 '경쟁력'이라는 허망한 단어를 자기 것으로 갖추기 위해 자기계발 독자가 되었다. 이제는 잠시 눈이 멀었던 그들이 정신을 차리면서 자기계발이 아닌 다른 주제의 책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동안 자기계발서가 잘 팔린 까닭은, 경쟁 사회가 되면서 다급해진 수요자들의 책을 선택하는 안목이 일시적으로 하향 평준화 되었던 까닭이었다. 그 덕분에(?) 수준 낮은 자기계발서도 선택될 수 있었다.


글의 서두에서 난무하다, 피상적이다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쓴 것은 필자가 자기계발 담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좋은 방법이 관대함이라면, 나를 사랑하는 좋은 방법은 엄격함이다. (엄격함은 자신을 높은 기준에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에 정직하게 직면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을 돌아볼 때, 엄격하지 않으면 자기 합리화가 끼어든다. 자신의 진실을 받아들이려는 용기 없이는 변화도 없다. 나는 자기계발 강사로서 내가 다루고 있는 담론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들여다보고 싶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과연 유용한지,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려 한다.


다소 비판적인 글이었다. 한계를 뛰어넘는 위해서는 자아비판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 가지의 원인에 대해서 썼지만, 앞으로의 글을 통해 두 번째의 원인을 깊이 들여다 볼 것이다. 나는 좋은 공급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고, 다른 두 가지 원인보다 내가 곧장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지 않은 채, 주변의 일들에 딴죽을 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굿바이 자기계발]은 자기 일에 딴죽을 걸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분들이 반가워하는 연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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