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기다움

카잔 2011. 2. 4. 14:23


지난 1월에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일상의 일들을 자기경영 혹은 인생살이 등과 연결시켜 사유하는 편인데, 이사를 통해 느낀 바가 있어 몇 마디 나누어 봅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기다움에 대한 단상들입니다.

하나. 시간에 대하여

1~2년만 살아야지, 하고 들어갔던 집인데, 4년 4개월이나 지났습니다. 훌쩍 지나가버리는 세월의 무심한 속도에 놀라기도 하고(인생도 이렇게 쏜살처럼 지나가 버릴까 봐), 마음 먹은 것을 실천하는 일에 느려터진 제 게으름이 무섭기도 합니다(게으름이 내 소원을 모두 삼켜 버릴까 봐). 당분간은 무서움을 느끼며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하루 이틀이면 타성이 무서움을 집어삼켜 버리니, 타성에 젖어버리는 일이야말로 무서운 일인 듯 합니다. 시간이 유한함을 명심하며, 소원을 마음껏 추구하고 소중한 관계와 사회적 의무를 지키는 일에 매진해야겠습니다.


두울. 공간에 대하여

사는 공간이 무어 그리 중요할까?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지! 20대까지의 제 생각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의 틀은 변함이 없지만, 사는 곳, 다시 말해 그가 생활하는 공간이 삶과 사유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공간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세 가지의 경험이 생각납니다. 1) 프랑크푸르트의 괴테 생가에서의 일입니다. 크고 근사한 저택에서 소년 괴테의 방은 3층이었습니다. 집앞 도로가 훤히 보이는 창가에 오랫동안 서서 생각했습니다. '와! 이런 방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사는 것은 단칸방에서의 삶과 다르겠구나.' 2) 구로구의 오피스텔에 사는 친구네 집에서 야경을 내려다 본 적이 있습니다. 20층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야경은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게 했습니다. 창 가에 앉아 글 하나 쓰고 싶었지만, 오래 머무를 수 없었기에 아쉬웠지요. 3) 김영하 장편소설 『퀴즈쇼』의 주인공 이민수는 잠시 고시원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도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했었지요.

저는 지금까지 시간의 중요성을 많이 언급해 왔습니다. 시간이 곧 인생이요,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곧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공간에 대한 개념을 덧붙이면 더욱 효과적인 자기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공간은 삶의 방식이다! 좀 더 과감히 내지르자면, 공간이 곧 그 사람이다, 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공간이 그의 성격과 상황을 대변해 주니까요. 회사에 다니는 동안, 한 번씩 플래너 조립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마다 최적의 동선을 이루는 작업 공간을 만들고 나서야 작업을 시작했던 제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 모습을 제가 사는 공간에 적용해야겠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제 작업 공간을 대대적으로 손보아야겠습니다. 

세엣. 자기다움에 대하여

많고 많은 책들을 새 집으로 옮기고 나서, 살던 집으로 가 보았습니다. 살림으로 채워져 있던 집과 풀옵션의 가구들만 덩그러니 남겨진 집은 많이 달랐습니다. 제가 살던 동안 바꾸어 놓았던 가구 구조도 원래의 자리를 찾아갔고, 무엇보다 많은 책이 사라진 빈 공간이 매우 넉넉해 보였습니다. 살림을 걷어 낸 빈 방을 청소하고 나니, 무척 단순하고 깔끔한 집이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의 온전한 모습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가치와 사회적 관습과 문화 속에 숨기어 버리거나 복잡해는지도 모르겠구나,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그 노력은 버리는 일, 찾는 일의 반복일 것입니다. 내 것 아닌 것 버리기, 내 안에서 내 것 찾기를 해야겠습니다. 이것이 자기다움의 길이겠지요.

자기다움의 구체적인 노력은 시간과 공간을 잘 다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나의 시간을 두 가지 일에 흠쩍 주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일에 그리고 관계, 사회적 의무와 역할에 성실하기 등 나에게 필요한 일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시간경영입니다. 공간 경영은 정리정돈을 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뜻합니다. "나는 어디에 소속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공간경영의 핵심입니다. 거주와 직업이란 두 가지 영역에서,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요컨대 공간 경영이란, 내가 살고 싶은 곳에 살고,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는 것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정의해 두어야, '공간의 자기다움'을 집안 정리 정돈하는 일로 한정짓지 않겠지요. 소속이 결정되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필요한 것들만 그 공간으로 들이면 될 것입니다. 2011년부터는 공간 경영의 달인이 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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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와우팀장 이희석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