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소나기처럼 지혜롭게 말하기

카잔 2011. 2. 28. 15:17

소나기처럼 지혜롭게 말하기
- 똑똑함과 지혜로움의 구분에 대하여 ③

똑똑함과 지혜로움에 대한 마지막 글입니다. '지혜롭게 말하기'라는 제목에 대해 잠시 설명해야겠습니다. 대중 연설이나 발표할 때의 말하기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대화를 나누는 상황에서의 말하기를 다룬 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지혜로운 것인지에 대하여 제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그 생각의 핵심은 이미 첫번째 글에서 정리한 바 있지요.

"똑똑함은 옳은 말은 하지만, 지혜로움은 세상을 밝히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상황을 개선하는 말을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옳더라도, 최고, 최선의 것을 향하지 않은 생각이라면, 상황을 개선하기보다는 분석에 그치는 생각이라면, 그 순간만큼은 지혜를 포기하고 똑똑함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 "똑똑한 말이 있는가 하면, 지혜로운 침묵도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오늘은 똑똑한 침묵과 지혜로운 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니 지혜로움이 말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에 달린 것이 아니지요. 때마다 상황마다 그리고 상대방에 따라 지혜의 모양이 달라지겠지만, 지혜의 본질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배움 역시 '더 사랑하는 법'으로 귀결되겠지요. 

제가 성경 공부 소그룹의 리더(Leader)로 활동할 때의 일입니다. 리더의 역할은 리더 모임에 참석하여 목사님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일, 소그룹 멤버들이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일, 멤버들 개개인의 영적 성장을 위해 기도하는 일. 그리고 주일 예배 후에 성경 공부 모임을 진행하는 일입니다. 성경공부 모임은 리더인 저 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모임의 진행을 도와 줍니다. 열심히 예습을 하거나, 간식을 준비해 주거나, 제한된 모임 시간을 생각하여 말을 적절한 분량으로 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지요. 때로는 공부하는 장소 바로 옆에서 교회 행사가 있어 시끌벅적하기도 하고, 중요한 시험으로 인해 멤버들이 불참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리고 다른 멤버들보다 항상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는 P와 같은 멤버가 함께 할 때도 있습니다. P의 출석률은 또 얼마나 좋은지요! P는 말을 재밌게 잘 하는 편이라, 처음에는 모임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주었지요. 하지만, 어느 새 다른 멤버들이 P의 나눔을 들으며 지쳐 갔습니다. 리더로서의 제 역할이 필요한 순간인 것입니다.

개인별 나눔 시간을 제한하거나, 제가 적절한 선에서 진도를 나가면 되지요. 하지만, 문제는 성경 공부 시간이 아닌 모임에서입니다. 친교를 위해 만나면 성경공부 진도 나가갸 할 것도 없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 개인별로 말하는 시간을 제한하기도 어색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지혜를 발휘하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아래의 생각들은, 완벽한 솔루션이라기보다는 보다 나은 상황을 위한 몇 가지 사고 전환에 관한 내용입니다.

- 먼저, 이런 상황을 특수한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작은 조직이라도 내게 힘겨움을 안겨 주는 사람 한 두 명은 꼭 있게 마련입니다. 상사가 자신을 괴롭힌다고 해서 그것을 자기 조직만의 문제, 혹은 그 상사의 인격적 결함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조직으로 이동해 보면, 비슷한 상사가 자신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보편적인 문제를 특수한 문제로 인식해 버린다면 문제 해결이 멀어집니다.

한 번은 P가 고향으로 내려 가느라, 주일 성경공부 모임에 오지 못한 날이 있었습니다. (P에겐 미안하지만) 저는 아쉬움도 느꼈지만, 묘한 기대감으로 모임을 진행하러 갔습니다. 근데 왠일입니까? 평소에는 나를 참 잘 도와주던 S가 모임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말을 해 버리는 것 아닙니까? P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이 말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우스갯소리로 '원수 보존의 법칙'이라 말하곤 합니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법칙이지요?

- 내가 리더라면? 보편적인 삶의 모습임을 인정하며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상황에 대한 불평을 거두고, 더 멋진 조직이 되기 위해 리더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적절하게 눈치를 주어도 말을 끊을 줄 모르고 한 사람이 말을 할 때마다 코멘트를 해야만 하는 P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합니다. 직언을 해도 될 정도로 P와 친밀해진 후에 말을 좀 줄여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겠지요.

- P의 행동이 꼴보기 싫은 멤버라면? 우리가 언제든지 그런 팀의 멤버로 속할 수 있습니다. 그때에는 적극적으로 리더를 도와야 합니다. 리더를 돕는다고 하여, P를 공공의 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소그룹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소그룹에서의 나눔은 성경 말씀의 적용과 보다 깊은 이해를 돕습니다. 모든 멤버가 나눔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P의 말이 길어질 때 이렇게 생각하는 K도 있습니다. "참나, 또 시작하는구만. 십분은 그냥 지나가겠지. 아! 지겨워.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괜히 말을 길게 해서 P와 같은 부류에 속할 순 없지."

그리고는 입을 닫아 버리는 것입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P와 같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평소보다 말을 줄인 결과, 리더는 더 힘들어집니다. 리더가 겨우 K에게로 화제를 전환했더니, K는 여느 때와 달리 짧게 답을 해 버리고, 그 말을 되받은 P가 이야기를 이어가 버린 것입니다. K는 P와 비슷한 유형입니다. K는 P의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에 더욱 그 모습이 싫은 것입니다. 입을 닫아 P와 다르게 보인다는 생각은 분명 똑똑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소그룹 전체의 상황을 돕는 침묵은 아닙니다. 오히려, P가 적극적으로 말을 섞어 주는 것이 더욱 원활한 모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K가 말을 함으로 P의 말을 줄여주는 것이 전체를 돕는 모습입니다.  

- 제3자라면? P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힘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힘들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그를 지지하고, 맞장구를 쳐 주세요. 만약 당신이 힘들어 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여러분의 의사를 표현해야 합니다. "참 재밌네요. 그런데 시간이 없으니 마이크를 넘겨야 할 것 같네요." 고민해 보면, P의 기분을 살피면서도 적절하게 말을 중단시킬 수 있는 묘수가 있을 겁니다. 절대로 피해야 할 일은, 기분 나쁘면서도 침묵하는 것입니다. 판단과 비판을 마음에 품은 침묵은 상황 개선에도 관계의 친밀함에도 도움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내가 P라면? 이런 질문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정작 누구도 "내가 바로 P와 같은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지만, 세상에는 실제 P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문제의 본질일 테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P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요. 여러분이 만약 P라고 생각하신다면 '아니! 그렇다면 내가 말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들의 말은 대부분의 경우 상황을 즐겁게 할 테니까요. 문제는 말이 아니라, '많은' 말입니다.

문제의 해결은 어느 모임에서든 말이 많은 것으로는 1순위였던 당신이, 스스로를 2순위, 3순위로 하락시키는 것이 아닐 겁니다. 대신, 압도적 1위가 아니라, 근사한 차이로 2, 3위를 따돌리는 것이 당신이 노력해야 할 목표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스톱 워치를 사서 당신이 말하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과의 시간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남몰래 측정하는 건 도움 될 테지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으시겠지요. 리더에게 이렇게 말해 보는 건 어떤지요? "저는 모임에 의미 있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제가 말이 많은 편인데, 지나치게 많았던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혹 그럴 때가 있으면 제게 윙크를 해 주시겠어요? 이걸 저와 리더님만의 사인으로 하면 어떨까요?"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을 상상해 보세요. 그런 날의 오후, 잠깐 내려 주는 소나기는 얼마나 반가운가요? 목말라하는 대지를 촉촉히 적셔 주고, 오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그런 소나기 말입니다. 나의 말이 사람들에게 그런 소나기와 같은 청량감을 줄 수 있기를 꿈꾸어 봅니다. 딱딱한 분위기에 있으면, 내가 먼저 유쾌한 말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나의 말이 무더운 날의 소나기 같아야겠지요. 내려야 할 때를 아는 소나기 같되,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어 장마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와우팀장 이희석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