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1일차]
휴식과 사색하기에 좋은 담양 여행

담양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담양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대나무 숲은 청량한 기운을 안겨주고,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여행객들에게 멋진 드라이빙 코스를 선사한다. 죽녹원, 관방제림, 명옥헌은 참으로 아름다운 산책 코스다. 식영정에서 내려다보는 광주호는 관동팔경이 떠오를 만한 멋진 풍광이니, 내게 담양은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식영정에서 보이는 광주호


담양과 장성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광주 전남대학교에서 강연이 있어, 강연 전후로 한 2박 3일짜리 여행이었다. 여행은 한달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지만 일정 소화는 즉흥적이었다. 나는 최소한의 정보에 의존하며 가고 싶은 곳으로 차를 몰았다. 나를 이끈 것은 호기심과 직관이었다. 담양을 선택한 것도 그저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무지 가깝다는 점도 좋았다.

담양은 사색하기 좋은 고장이다. 아름답고 느긋한 산책길이 많다. 담양읍 내에 있는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최고의 산책 여정이다. 죽녹원은 대나무 숲, 관방제림은 아름다운 뚝방길, 가로수길은 멋진 드라이빙 코스라 생각하면 된다. 가로수길은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도 좋지만, 차도 자전거도 다니지 못하는 도보 전용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대나무 휴양림, 죽녹원


<죽림욕>
죽녹원을 거닐면 대나무에서 나오는 음이온 덕분으로 뇌파의 활동이 완화되고 알파파가 폭발적으로 생산된단다. 알파파는 심신이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의 뇌파다. 또한 산소량이 높기 때문에 대숲의 기온은 평균 4~7도가 낮다. 담양 여행을 하던 날, 날씨가 몹시 무더운 한여름임에도 죽녹원을 여행할 때만 시원했던 이유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 곳은 죽녹원이었다. 죽녹원은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대나무 휴양림이다. 추억의 샛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죽마고우길, 운수대통길 등 8개의 테마 산책로가 있어 여유로운 일정으로 한적하게 걸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죽녹원을 거닐며 테마에 맞추어 사색을 즐겼다.

지혜로운 사랑을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철학자의 길을 걸으면서는 자문자답을 하기도 했다. 내게 지금 100만원의 공돈이 생긴다면 어디에다 쓸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3가지는 뭘까? 인터넷도 되지 않는 무인도로 여행을 간다면 나는 무엇을 챙겨갈까? 이런 류의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식이었다.
 


죽녹원은 영화 <알포인트>, 드라마 <일지매> 촬영 현장이기도 했고, <1박 2일> 팀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방문하여 걸었던 길도 있어 나라의 리더에 대한 애틋함을 느끼기도 했다. '선비의 길'은 무슨 까닭에선지 통행 금지여서 아쉬웠다. '선비'는 늘 내게 자극을 주는 단어다. 내 삶이 대쪽과는 거리가 멀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일도 많기 때문이다.

죽녹원에서 나와 우측에 보이는 '향교다리'를 건너면 우측에는 국수의 거리가 있고, 좌측부터 관방제림이 펼쳐진다. 죽녹원 정문에서 관방제림 초입까지 걸어서 3분거리이고, 2km의 관방제림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길건너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보인다. 관방제림부터 시작하여 가로수길까지 쭈욱 둘러보는 동선이 효과적이다. 

관방제림과 가로수길을 산책하려면 1~2시간은 걸어야 하기에 국수의 거리에서 잠시 쉬면서 배를 채우는 것이 좋다. 죽녹원을 오전에 관람할 수 있다면 점심으로도 제격이다. <진우네집국수> 식당이 가장 유명한데, 이번 여행에서 가보지는 못했다. 담양 여행을 마치고 나서야 효과적인 동선을 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방제림은 2km에 걸쳐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관에서 조성한 숲'이란 뜻처럼 관방제림은 조선 인조 때 수해방지 목적으로 제방을 쌓고, 이후 철종 5년에 인부를 동원하여 조성한 숲이니 유서 깊은 산책로다. 관방제림은 2004년 산림청 주최의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천국기념물 366호다.

관방제림 길을 따라 걷다가 평상마루가 있어 잠시 누웠더니 편안한 행복감이 몰려 왔다. 관방제림이 끝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보이기 직전에는 직경이 2m나 되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다. 아이들이 느티나무처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모와 자녀들이 사진을 찍곤 하는 명소라 하나, 나는 다음 여행을 기약해야 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2002년 산림청, 2006년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이다. 담양의 대표명소지만, 나는 여기서는 큰 감흥을 받진 못했다. 오히려 찍은 사진을 보니 '꽤 아름답네'하는 조금은 시니컬한 반응을 했던 정도다. 홀로 여행하는 객의 뒷모습을 찍는 것으로 발도장을 직고 약간의 의무감으로 더 둘러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중 도보로만 갈 수 있는 구역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에서 순창으로 가는 24번 국도는 손꼽히는 가로수길이다. 이 길을 따라 순창으로 가고 싶기도 했지만, 담양군 남면에 있는 소쇄원과 식영정으로 가야 전남대학교로 강연을 다녀오기가 편했다. 가로수길에서 동쪽으로 5km 떨어진 대나무골 테마공원을 그렇게 포기하고 첫째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대나무골 테마공원>
외도라는 섬이 있다. 거제도에서 4km 떨어진 섬이다. 이 섬을 평생 동안 가꾸어 아름다운 여행지로 만들어낸 내외가 있다. 이창호, 최호숙 부부다. 이창호 선생은 영면하셨고, 부인께서 홀로 외도의 여행객을 맞는 섬, 외도.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외도처럼, 신문사 사진기사였던 신복진 선생의 '대나무 사랑'이 빚어낸 명소다. 이창호 선생도, 신복진 선생도 외길 인생으로 아름다운 생이 된 분들이다.

담양 여행의 1일차는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을 둘러보았다. 서울에서 차를 달려 도착한 시각이 낮 12시였기에 오전 일정이 없었다. 전일 일정이라면 대나무골 테마공원을 더하여 4군데를 둘러 보기를 권한다. 담양군의 남면으로 내려가면 소쇄원, 식영적, 명옥헌 등이 있지만, 이들까지 보려면 1박 2일이 되어야 한다. 

담양의 별미, 한우떡갈비


먹거리를 즐기는 것도 여행이다. 나는 맛집으로 유명한 삼정회관에서 떡갈비정식을 먹었지만 28,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찬이 다소 소박했다. (떡갈비 맛은 일품이었다. 위의 사진이 삼정회관 떡갈비다.) 다시 담양에 가면 삼정회관 대신에 국수의 거리에서 파전과 국수 그리고 간단한 막걸리로 점심 식사를 하고서는 관방제림을 여유롭게 걷고 싶다. 


국수와 파전으로 채운 배가 꺼질 오후 3~4시 즈음에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에 있는 <김순옥 대잎 찹쌀도너츠>를 간식으로 먹어보길 권한다. 기름에 튀겨낸 것 같지 않게 느끼함이 없는 도너츠가 참 담백하고 맛있었다. 저녁식사는 <한상근 대통밥집>에서 대통밥 정식을 먹었는데, 도너츠와 대통밥 모두 추천할 만했다. (대통밥 11,000원, 도너츠 12개 5천원/ 2개 천원)

날이 어두워졌다. 시골의 밤은 서둘러 온다. 주변이 아주 캄캄하다. 이곳에 살면 밤늦게까지 켜져 있는 도시의 네온싸인이 주지 못하는 쉼을 저절로 가질지도 모르겠다. 갈 곳도, 할 것도 없으니 가정으로 돌아가게 될 테고. 객은 집이 없으니 숙소로 향했다. 8시가 넘으니 펜션에서 전화가 온다.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허걱. 겨우 8시인 걸! 펜션 안주인의 재촉이 생경하다.

생경한 것은 내가 그만큼 분주하게 살아온 것이리라. 바쁜 삶에 쉼표를 찍어 여유와 사색을 누리고 싶은 즈음이면 담양이 떠오를 것 같다. 죽녹원과 관방제림은 느리게 걸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으니 분주한 삶을 잠시라도 떨쳐내야 할 테니까. 대나무와 가사문학의 고장 담양이 슬로시티로 거듭난 것도 이곳이 주는 쉼과 여유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태생의 작가 쿠르트 괴츠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은 모든 이들에게 허락된 선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이 소중한 선물을 잊고 살아간다." 휴식할 줄 모르기 때문이고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담양은 소중한 선물을 끌러 보기에 참으로 맞춤한 곳이다. 휴식하며 사색하기에 좋은 고장, 담양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리더십/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컨설트 ceo@younicon.co.kr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