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훌쩍 한국여행

단양8경 답사기 (2) 석문과 장다리식당

카잔 2010. 10. 23. 17:52


2010년 10월 8일과 9일, 1박 2일에 걸쳐 단양 8경을 모두 둘러보고 왔습니다. 금요일 오전 8시 50분에 출발하여, 토요일 밤 9시에 도착했지요. 소감을 한 마디로 남기자면, 올 가을 단풍 나들이는 단양으로 떠나 보심은 어떠하신지요? 입니다. 내장산과 주왕산의 단풍도 아름답지만, 산수의 풍광이 어우러진 단양8경도 빠지지 않은 여행지입니다. 8경 중에서도 도담삼봉과 석문, 구담봉과 옥담봉은 필수 코스이고 추천코스는 사인암입니다. 특히, 구담봉과 옥담봉 바위 틈 사이 사이로 오른 소나무들의 단풍은 천하의 절경입니다. 시간이 남으시면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까지 둘러 보시면 단양 8경을 모두 구경하시게 됩니다. 참! 식사하실 때에는 단양 읍내에서 도담삼봉 가는 길목에 있는 '장다리식당'을 빠뜨리지 마세요. 1만 5천이라는 가격으로 드실 수 있는 맛 중에서 단연 최고 수준입니다. 그럼, 단양8경 제2경인 '석문'과 장다리식당에 대한 답사기를 시작합니다.


단양8경 답사기 (2) 석문과 장다리식당


석문은 도담삼봉을 감상한 후에 걸어서 10여 분만 가면 된다. 음악분수대 오른편으로 나 있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음악분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도담삼봉과 남한강이 연출하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망치는 (라디오 방송 스피커에 이은 또 하나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음악분수'는 2,000원을 넣으면 분수와 함께 노래방 시스템이 가동되는 하나의 관광 상품이다. 누군가가 제안한 아이디어일 테고, 몇몇이 동의하여 탄생한 '비극적인' 합작품일 것이다. 나는 그 의사결정의 과정을 모르니, 그들의 노고 또한 상상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나의 상상력이 미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음악분수대는 실패한 아이디어로 평가하련다. 주로 아주머니들이 노래를 불러서 그런지 뽕짝 메들리가 이어지곤 했고, 트로트 음악은 도담삼봉의 정취에 빠져드는 것을 방해했다. 석문으로 오르는 고풍스런 분위기 또한 차단했다. 일상을 탈출한 아주머니들에게는 속풀이 송을 부를 수 있는 좋은 기회겠지만, 그런 점을 널리 헤아리더라도 음악분수는 단양8경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뽕짝 반주에 맞춘 그들의 흥겨운 노래 소리는 조용히 감상하려는 여행자들의 흥을 깼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일행 중 한 분이 "제가 단양군수로 내려와야겠네요"라고 농을 던져 주어 음악분수의 어이 없는 출현에 깨질뻔한 흥을 겨우 살려갈 수 있었다.


서둘러 석문으로 올랐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보면 작은 정자가 나타난다. 와우팀원들과 함께 이곳에서 잠시 누워 쉬었다. 정자의 난간에 기대어 서면 남한강 줄기가 멀리까지 보이고, 도담삼봉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정자에 서서 잠시 말없이 감상하다가 석문을 향하여 GO~! 정자에서 석문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정자를 지나 석문으로 향하는 길은 내리막 계단이다. 그러니 무지개 형상의 자연이 만든 장관, 석문은 계단을 내려가면서 보게 된다. 와~! 저 아래로 보이는 석문의 절묘한 형상에 내뱉게 되는 감탄사다. 석문에 가까이 이르면 다시 한 번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석문 사이로 보이는 남한강, 다시 강 너머로 보이는 마을이 석문과 함께 마치 한 편의 그림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석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동행한 어른께서 "이곳은 선계요, 저 너머 보이는 곳은 속계네요"라고 우리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다른 이가 "그럼 우리 모두 신선이네요"라고 되받았다. 하하하하. 그래, 저리도 멋진 풍광을 보는 이 순간이야말로 신선놀음이지!


사람들이 여럿 몰려왔다가 가고, 잠시 동안 인적이 끊겼다. 우리는 쉬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계단을 조금 올라와서 석문을 바라보았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다가 선계와 속계를 운운하신 분이 또 한 번의 기지를 발휘하셨다. 허리를 한껏 숙여서 석문을 거꾸로 바라보셨던 것이다. 우리 모두 따라서 '석문을 완전히 다른 각도로 바라보기'를 시도했다. 그것은 곧 예술이었다. 거꾸로 보기는 일상적인 바라보기에 무디어진 감각을 다시 민감하게 만들어 주었다. 예술의 기능 중 하나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어, 익숙한 것을 새롭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르게 느끼게 하여 정서적인 감탄을 만들어낸다. 일단의 평론가들이 이런 기법을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이라 불렀는데

, 이는 허리를 숙여 석문을 거꾸로 보았던 것과 다름 아니다. 우리 모두 '예술가 와우팀원'을 따라 허리를 숙여 거꾸로 보았다. 과연, 석문이 다르게 보였으니 이 글을 읽고 가는 단양8경 여행자들에게도 거꾸로 석문 보기를 권한다. 예상시간보다 석문에 머물렀던 시간이 길었다.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났으니 서두를만도 했지만, 석문과의 헤어짐은 길었다. 모두들 석문을 도담삼봉보다 우위에 두었던 만큼 오래 오래 감상했다.
 



자동차에 올라타니, 시장기가 몰려왔다. 우리의 식사 예정지는 마늘 정식으로 유명한 장다리식당이다. 도담상봉에서 단양읍내로 가는 길목에 있다. 단양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이라는 기대감으로 찾아간 곳이긴 했지만, 기대를 훌쩍 뛰어넘어 가격 감동, 맛 감동을 주었던 식당이다. 12,000원짜리 평강 마늘정식에서 가격이 오를수록 반찬이 추가되는 식이었다. 우리는 15,000원짜리 온달 마늘정식을 주문했다. 평강 정식의 모든 메뉴에서 마늘육회와 감자떡 등이 추가되는데, 평강보다 이 온달 정식을 추천하고 싶다. 식사를 마친 후, 가장 맛있었던 반찬을 꼽아 보았는데 평강 정식에는 없는 마늘육회가 2표(^^)를 얻어 1등을 했던 것이다.

장다리식당의 온달 마늘정식


장다리식당은 '제7회 한국외식경영학회 업소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충청북도 제6호 향토음식 기능보유자의 집'이기도 하다. 이들 타이틀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기가 막히게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다는 것이다. 일행 중 한 명은 전역 후에 먹어 본 최고의 음식이라고 평했다. (아쉽게도 그는 전역한 지가 얼마 안 된다. 2009년 5월에 전역했으니 이제 1년 6개월 정도가 되었다.) 유홍준 교수님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전라남도 강진의 해태식당, 해남의 천일식당을 한국의 3대 한정식집으로 추천하셨다. (나머지 한 곳은 인사동의 '영희네집'이다.) 나는 2009년에 wow4ever들과 함께 해태식당과 천일식당에서 식사를 했었다. (해태식당의 한정식은 25,000원이고 천일식당은 22,000원) 나는 장다리식당을 그 두 곳에 못지 않은, 혹은 더 나은 한정식 집으로 추가하련다.
 


석문에서의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시간들, 장다리식당에서의 행복이라 부를 만한 만찬을 즐긴 시간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했기에 더욱 즐거웠으리라. 와우빙고들과 함께했기에~!
그러니 단양8경을 최고로 즐기는 비결은 장다리식당에 들르는 것도 아니고, 가장 좋은 날씨를 골라 떠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 떠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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