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훌쩍 한국여행

단양8경 답사기 (1) 도담삼봉

카잔 2010. 10. 12. 22:17

사용자 삽입 이미지단양8경중 제1경인 도담삼봉


와우빙고들과의 2010MT단양 8경 답사로 다녀왔다. 자주 떠나지 못하는 직장인 와우들에게, 나는 근사한 여행 경험을 선사해 주고 싶었고 그런 마음은 곧잘 욕심이 되곤 했다. 더 좋은 곳, 더 나은 일정, 더 맛난 음식을 선정하다 보면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 일쑤다. 이것은 홀로 떠날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나야 자주 떠날 수 있고, 또한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성향이니 여유로운 일정을 짠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가게 되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진다. 그들이 자주 떠나지 못하는 곳이라면, ‘간 김에 하나 보여 주고 싶은 심정이 든다. 단양 8경은 그런 욕심과 기대에 부응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단양에 갔다가 다른 곳을 더 둘러볼 필요는 없을 만큼.

 

오전 11 30분 단양 도착. 북단양 IC 쪽으로 들어갔기에 먼저 도착한 곳은 단양 8경 중 북동쪽에 있는 도담삼봉이었다. 단양의 군청과 도담삼봉 지역을 S자로 가로지르는 남한강 상류의 강폭은 꽤 넓다. 강물 가운데에 3개의 기암괴석이 사이좋게 솟아 있는데 이것이 도담삼봉이다. 가운데 봉이 가장 크고 높은데, 이 봉우리에는 수각이 있어 옛 풍취를 상상하게 했다. 하지만 상상을 방해하는 소리가 있는데, 마치 판문점의 대남 방송처럼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가 그것이다. 도담삼봉에는 2009년에도 다녀간 바 있는데, 그 때도 지금도 라디오 소리가 고즈넉한 감상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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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삼봉을 처음 보았던 지난 해, 나는 도담삼봉으로 인해 단양 8경에 대한 신비감과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 과연 단양 8경이로구나!’ 보슬비가 내리던 날, 희뿌연 구름과 어우러진 도담삼경의 풍광은 꿈을 꾸듯 몽롱한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도담삼봉은 정도전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하였고 나라의 기틀을 잡았던 불세출의 인물이었지만, 훗날 이방원에 의해 살해당했던 정도전. 그는 경북 봉화 사람이지만, 출생지가 외가였던 단양이었다.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지을 만큼 도담삼봉을 좋아했던 정도전은 젊은 시절 정자를 짓고 자주 찾았다. 역사를 품은 도담삼봉에서 생각에 빠져들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라디오 소리가 시끄러워 집중이 안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석문으로 오르다가 내려다본 도담삼봉


일년 사개월 만에 다시 찾은 도담삼봉은 내가 기억하여 생각했던 규모보다 작았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푸르고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도담삼봉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하늘이 잔뜩 찌푸린 것을 확인하고 나서였다. 함께한 와우팀원들의 반응을 살피느라 정작 도담삼봉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다. 그랬더니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도담삼봉을 진득하게 감상하고 정도전에 빠져들지 못한 것이 아쉬워진다. 아마도 수년 내에 다시 단양을 찾게 될 것 같다. 그 때에는 이수광 선생의 책을 읽고 가야겠다는 현실적인 다짐과 충주댐으로 잠기어 버린 수중의 도담삼봉까지도 보고 싶다는 비현실적인 바람을 갖고서. (도담삼봉은 충주댐의 완성으로 약 1/3이 물에 잠겼다.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예전 사진을 찾아 보라. 가운데 봉에 있는 수각의 높이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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