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삶의 터닝포인트, 어디에 있나?

카잔 2012. 1. 8. 12:01

한 10대 소년의 이야기다. 어느 날, 친구 에디가 그를 데리고 뉴욕의 공공 도서관에 갔다. 소년은 난생 처음 보는 책의 향연에 놀랐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내가 오늘 당신을 찾아갈 것이니, 나를 반겨 주시오."라고 언질을 하고 찾아오는 법이 없다. 인생의 전환점은 불청객처럼 찾아온다. 소년에게는 뉴욕 도서관을 찾아갔던 날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소년은 뉴욕 도서관을 '신기한 나라'라고 이름지었다. 이 날 이후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주로 흑인들이 다니는 하워드 대학에 입학했지만, 그는 열심히 공부했다. 두 명의 교수 추천으로 하버드 대학으로 전학하여 우등으로 졸업했다. 지금은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학자가 되었다. 저명한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의 이야기다.

한국에도 그의 저서가 여러 권 출간되었다. 『베이직 이코노믹스』(『시티즌 경제학』의 제목만 바뀐 개정판)는 훌륭한 경제학 입문서다. 세계관이 정치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비전의 충돌』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06년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했다. 탁월한 지식인들이 한번쯤 지식인들의 오류를 비판하듯 소웰도 『경제학의 검은 베일』을 통해 경제적 지식이나 통계를 잘못 활용하는 지식인들의 오류를 지적했다.

소웰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여기까지는 나와 똑같지만, 그는 나보다 훨씬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30년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가난한 동네에서 흑인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 백인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자랐다. 그는 이모를 따라 뉴욕의 할렘으로 이사하여 살다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난 것이다.

할렘이라는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소년이 지금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석학이 되었다. 분명 '개인사의 단절'이라고 불릴 만한 도약이 있었다. 소웰에게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였는가? 정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자서전을 통해 그가 시원스럽게 대답해 주었기 때문이다. 소웰이 '신기한 나라'라고 말한 뉴욕 도서관에 갔던 일로 돌아가보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이 건물에는 책이 왜 이렇게 많을까? 나는 놀랐다. 당황하기도 했다. 난 책을 살 돈이 없었다. '에디가 공공 도서관이란 이런 곳이야' 라고 설명했을 때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나의 동공은 점점 커졌고 내 작은 심장은 호기심으로 콩닥거렸다.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책 읽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소웰의 인생은 달라졌다. 서서히 변화되었지만, 결국 완전히 달라졌다. 이것이 책의 힘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을 때에도 책은 세상에 영향력을 미쳐 왔다. 한 개인의 인생이 책을 만나는 순간, 그도 책의 영향력에 휩싸이게 된다. 책에 빠져들면, 자기 문제로부터 빠져나와 세상에 도전하게 된다. 시간을 책에게 주면, 책은 변화와 성장을 되돌려 준다.

삶의 전환점이 언제 찾아올지는 알 수 없다. 소웰에게도 불청객처럼 찾아왔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이 그 날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음미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나를 바꿀 책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좋은 책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이다. 세상에는 시시하고 그저 그런 책도 많으니까.

소웰은 한 두 권의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책 읽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날 이후로, 자주 책을 읽었다. 책 한 권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난생 처음 서점에 들러서는 인생을 바꿀 책을 만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 한 권의 책'을 향한 조바심과 욕심을 내려놓고, '독서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 영혼에 힘을 주는 책을 만날 것이다. 그런 책들은 마음을 강하게 만들고, 지성에 세례를 줄 것이다. 자신을 알고, 책을 구별할 줄 알게 되면서 자신을 전율시킬 책을 선택하는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그 즈음 우리의 삶은 이미 달라지게 된다. 서서히 진행되었지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 우리는 변화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습관이 힘이다. 

소웰에게 일어났던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나기를 꿈꾼다면,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책에는 발이 달려 있지 않으니 책이 우리를 찾아오는 일은 절대 없다. 한 달에 한 번 즈음은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두리번거리며 책을 찾아나서야 한다. 책에는 알람도 없다. "따르르릉! 저는 지난 해 최고의 책이랍니다. 어서 저를 읽어주세요"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결국 독서는 적극적 행위다. 우리가 책을 펼쳐 '들어야' 하고,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독서는 골치 아픈 일일 수 있지만, 인생을 바꾸는 힘을 가졌다. 이말이 사실인지 궁금하면, 지성인들의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어보면 된다. 나는 꾸준히 자서전과 평전을 읽는 편인데, 아직까지 다음과 같은 구절을 찾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책을 읽어왔지만, 그것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신 이런 구절은 정말 많았다. "책은 나를 바꾸어 놓았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곳은 독서의 세계다. 인생의 도약을 꿈꾼다면, 독서의 바다에 입문해 보는 건 어떤가. 해변가에서 노셨던 분들은 더 깊은 곳으로 유영해 보시기 바란다. 바다는 아름다운 가능성의 세계요,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다. 책도 그렇다. 나는,
책의 힘을 함축적인 문구로 표현한 앙드레 지드의 말을 믿는다.

"
나는 책꽂이에서 한 권의 책을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 넣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