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려면...

카잔 2012. 2. 28. 10:51


1.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의 답변들이 정체성이다. 정체성이란, 변하지 않는 본질이다. 본질이란 '그것'을 더욱 '그것답게' 만드는 것이다.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드는 것들의 총합이 나의 정체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나답게'와 '총합'이다. 나답게 만들지 못하는 것은 정체성과는 관계가 없고, 나답게 만드는 것이 '단 하나'가 아니란 말이다.

2
무엇이 나다운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일도 쉽지 않고, 하나의 답변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것이 나를 알기에 충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내 블로그의 글을 읽는 이들은 가끔씩 이런 말씀을 한다. 내가 진솔하게 글을 쓴다고 혹은 내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그런 말들을 들었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솔하게 글을 쓰려고 애쓰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잘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일상의 모든 순간에 대한 내 반응을 살피며 나를 알려고 노력한 산출물이 곧 글이 아닐까?'
 
3.
나다운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에 대한 현자들과 연구자들에 의하면, 정체성이란 타고난 재능과 기질, 평생을 관통하는 호기심, 멈추지 않는 열망이다. 분명 나다운 것들이고, 정체성을 발견하는 키워드다.


4.
정체성은 평생동안 조각을 맞춰가야 하는 퍼즐과 같다. 조각이 모여질 때마다 '자기'라는 그림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른다고 해서 자기를 완전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다운 것의 총합은 항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5.
모든 사람들은 아직 그 자신이 아니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당신이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두 가지의 의견을 전하고 싶다.

1) 당신의 '자기를 아는 지식'을 축하한다. (자기를 아는 사람보다 인생을 잘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 축하할 만한 일이다.)

2)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100배는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거나 자만에 빠지고 말 것이다.)

6.
누구나 아직 그 자신이 아니기에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자신의 저서 『동기와 성격』에서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보기 드물고 얻기 힘든 심리학적 성과다."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그것은 평생을 통해서 서서히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과정이란 말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아직 그 자신이 아니다"라는 말이 죽기 직전의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자기발견의 마침표는 없다. 과정만 있을 뿐이다. 

7.
자신에 대한 분명한 그림을 쥐어잡고 싶은 사람들은 종종 불안해하거나 절망할 것이다. 인생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계니까. 인생은 우리의 합리적인 이성을, 치밀하게 세운 계획을, 긍정적인 낙관을 뛰어넘는다. 인생의 불확실성은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이성을 발휘해도, 인생이 우리의 이성보다 크다는 교훈을 전해 준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순진한 울타리 안에서는 몰랐던 인생의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젊은 사회인들의 중요한 과업이다.

8.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으로 꼽히는 존 키츠. 그는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람이 불확실성, 불가사의, 의혹 속에서도 존재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쓰며, 여기에 "Negative Capability"이라고 이름붙였다. (번역자에 따라 '부정적 수용력' 혹은 '자아 부정 능력' 정도의 말로 번역된다.) 찰스 핸디는 '부정적 수용력'의 의미를 확장하여 실패를 끌어안는 능력까지를 포함했다. 

부정적 수용력이라고 부르든, 지혜라고 부르든, 자유 정신이라고 부르든, 이런 능력은 정체성을 발견하는 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 능력이다. 인생의 불확실성과 실패를 온 몸으로 맞는 사람들만이 인생이 모험이라는 비유를 이해할 것이며, 모험을 떠나는 자만이 자유를 발견할 테니까. 자유는 불확실성을 온 몸으로 직면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요컨대, 정체성을 발견하려면 불확실성 그리고 실패와 더불어 사는 능력부터 익혀야 한다.

9.
나는 누구인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크고 작은 실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정체성을 발견해야 전진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지만, 실패하기를 두려워말고 선택하고 내달려야 조금씩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이다. 정체성의 발견은 "그래 바로 이거야" 라는 감탄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 후에 "음 이건 아니군" 이라는 경험적 직관으로 이뤄진다.

실험이란 실제로 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면 용기를 내어 실제로 해 봐야 한다. 자기 발견이 그렇다. 책상 앞에서의 생각만으로는 자신을 알 수 없다. 인생은 자기를 발견해가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인지도 모른다. 헤세의 표현으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용기를 내어 많은 실험을 하는 이들이 자기 길을 빨리 찾을 것이다. 정체성은 실험을 즐기는 자들에게 발견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