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명저 이야기

다산 읽기의 출발점

카잔 2012. 8. 3. 06:30


다산 선생님의 탄신일을 기념하며... 

 

 

* 정약용/ 민족문화추진회 편, 『다산문선』, 솔, 1997

 

유네스코를 아시지요?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유네스코를 "교육, 과학, 문화 분야의 국제협력을 통해 세계평화와 인류 공동복리를 촉진하기 위해 1945년에 창설된 유엔 전문기구"라고 소개합니다.

 

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기관의 이념과 가치에 부합하는 전 세계의 역사적 사건 또는 명사의 기념일을 유네스코 기념행사로 선정해 왔습니다. 

 

유네스코는 2012년 세계 기념인물로 장 자크 루소(탄생 250주년), 드뷔시(탄생 150주년), 헤르만 헤세(사망 50주기), 마틴 루터 킹(연설 50주년)과 함께 다산 정약용 선생(탄생 250주년)을 선정했습니다. 한국의 기념일이 포함된 것은 다산이 처음입니다.

 

정확하게는, 2012년 8월 3일(음력 6월 16일)이 다산 탄생 25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세계적인 인물을 접하기에 특정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산을 접하기에 2012년은 얼마간의 유익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다산 특별전시회는 끝났지만, 남양주의 다산유적지(여유당)에서 어린이들이 좋아할 역사체험연극 "다산이 살아있다" 공연(2012년 10월까지, 매월 셋째 토요일)과 실학박물관의 특별전(9월까지)이 이어지니까요.

 

다산 선생은 50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남겼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책 한 권을 꼽자면 <목민심서>가 될 것입니다. 3권을 들자면 <목민심서>에 <경세유표>와 <흠흠신서>가 더해질 테고요.

 

하지만 다산 선생에 관한 책을 읽고 싶으시다면, 나는 3대 저작보다는 선생의 서간문, 논설문, 기행문 등을 엮은 <다산문선>(민족문화추진회 편, 도서출판 솔)부터 권하고 싶습니다. 주요저서가 입문자의 공부순서는 아닐 수 있으니까요.

 

<다산문선>은 실학이나 주자학 같은 철학에 대한 지식이 없이도 쉬이 읽을 수 있습니다. 다산 특유의 정돈되고 체계화된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는 없지만, 다산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고 날카로운 지성과 논리에 감탄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책에는, 공부 좀 하라고 아들과 옥신각신하는 서간문, 여유를 즐기는 기행문, 지성이 반짝이는 논설문들이 실려 있습니다. 모든 글의 밑바탕에는 경전에 대한 깊은 지식과 실용 정신이 빛납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삶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들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하루아침의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먼 시골로 이사가버리는 사람은 천한 무지렁이로 끝나고 말 뿐이다."(p.77)

 

다산은 주자학을 비판하여 주자학의 버릴 것과 취할 것을 가려내었습니다. 서양 학문을 받아들이고 실용학문을 연구했습니다. 농업을 중시했던 경세치용학파와 상공업을 중시했던 이용후생학파의 이론을 종합해 조선 실학을 집대성하였지요.

 

다산이 엄청난 저서와 사상사적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고도로 효과적인 그의 지식경영 방식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민 교수의 <다산선생 지식경영>과 <다산의 재발견>은 다산의 학습법과 지식경영 방식은 연구한 역작입니다. 책이 두꺼운 게 흠이라면, 흠입니다.

 

다산의 인생관과 공부에 대한 열정 그리고 놀라운 성실함도 업적의 비결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산문선>에 실린 글들은 위대한 사상가의 인생관과 삶의 태도 그리고 공부 열정을 잘 보여 줍니다. 번역이 좋고 내용이 쉬운데다 작은 크기의 책인데도 분량이 300페이지에 불과합니다. 

 

다산 읽기의 출발점으로 삼기에 그만인 책입니다.

 

- 다산 읽기를 권하며, 조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