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알면 충격받는 냉면의 진실

카잔 2012. 8. 17. 12:43

 

<주요내용>

* 냉면 육수는 조리료 국물일 뿐이다.

* 냉면 육수 냉장고는 세척이 불가능하다.

* 냉면 전문점 95%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었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냉면 육수의 비밀' 편을 보았다. 며칠 전, 양평의 유명한 냉면집을 다녀온 터라 호기심이 들어 시청했다. 시청한 소감은 충격이었다. 방송 내용이 어떠할지 짐작은 했지만, 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심각했다. 나의 예상은, 진짜 육수가 아닌가 보다 정도였다. 하지만 실상은 이랬다.

 

1. 냉면 육수는 조리료 국물일 뿐이다

 

취재진이 사람들에게 냉면 육수를 어떻게 만들 것 같냐고 물었다. 사골로 우려낸 것 아니냐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사골로 냉면 육수를 만드는 식당은 없었다. 소고기맛 다시다, 설탕 그리고 식초로 냉면 육수를 만들어냈다. 다른 재료는 없었다. 충격적이게도 저 3가지의 재료가 전부였다. 취재진에게 50만원을 받고 냉면 육수 비법을 전수해 준 사람도 자신도 처음엔 너무 놀랐다고 했다.

 

일부의 식당만 그러겠지, 하고 생각하지 마시기를.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그렇게 시덥잖은 프로그램이 아니고, 제작인은 괜히 흥미유도용 기사꺼리를 만드는 사람들도 아니다. 제작진도 일부의 업소만 그러기를 희망하며 취재를 지속했지만, 맛집으로 소문난 여의도의 냉면집이나 유명 프렌차이즈 냉면집 모두 조미료, 설탕, 식초로 만든 육수를 사용했다.

 

아예 냉면용 조미료를 쓰는 곳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소고기 : 호주산>이라는 원산지 표기를 써붙인 식당도 여럿이었다. 취재진이 이래도 되느냐고 물으니, 소고기맛 조미료에 들어있는 소고기 원산지가 호주라서 그렇게 썼단다. 이 대목에서는 정말 화가 날 지경이었다. (참고로, 소고기맛 조미료 한 포 속에 들어있는 소고기 함량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인공 첨가물들이고.)

 

 

조미료 육수는 냉면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취재진이 냉면집에 들어가서 육수를 어떻게 만드냐고 슬쩍 질문하면, 모두들 사골로 만든다고 답변했다. 냉면 가게를 했던 어느 분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 육수를 만들어 파는 집은 스무 개 중의 한두개에 불과할 거라고.

 

취재진은 조미료로 만든 육수와 진짜 사골 육수로 실험을 하기도 했다. 조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대상이었다. 입맛이 민감하게 훈련된 그들도 진짜 육수와 조미료 육수를 구분하지 못했다. 조미료로 만든 육수를 진짜 육수로 착각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정주부들도 조미료 육수를 맛보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조미료라면 제가 느끼함에 반응하겠지요." 그녀가 맛본 육수는 소고기맛 조미료와 설탕, 식초로 만든 가짜 육수였다. 사람들은 왜 조미료 맛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것은 이미 조미료 맛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고, 냉면에 들어가는 얼음과 양념장이 미각을 방해하기 때문이란다.

 

 

2. 냉면 육수 냉장고는 세척이 불가능하다

 

취재진은 냉면을 만드는 식당의 위생 상태에 주목하기도 했다. 사실 취재를 하다 보면,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눈으로 보기에도 비위생적인 장면이 많았다. 살얼음이 낀 상태의 냉면을 제공하기 위해 육수는 냉면육수 전용 냉장고에 보관한다. 식당마다 얼어버린 육수를 깨뜨리는 장면이 종종 목격되었다. 항상 얼어 있기 때문에 육수 통을 세척하기란 힘들다.

 

심지어 냉면 육수 냉장고의 용기는 분리되지 않는다. 거대한 일체형으로 되어 있어 뒤집어서 세척하기도 힘들고 용기 내에 배수구도 없다. 아예 세척이 불가능했다. 취재진은 육수전용 냉장고를 파는 업체에 가 보았지만 용기를 불리할 수 있는 냉장고는 없었다. 그들도 말했다. 장사하시는 사람들이 육수 용기를 세척하려고 하겠냐고.

 

 

 

3. 냉면 전문점 95%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었다

 

위생상태가 엉망이라, 취재진은 서울 경기지역의 유명 냉면집의 육수에 대해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20곳 중 19곳에서 대장균 군이 검출되었다. 식수의 약 3,900배의 세균이 검출된 곳도 있었다. 검사를 실시한 분(한림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도 당황해 했을 정도의 수치였다.

 

 

 

나는 '냉면 육수의 비밀'을 시청하며 몇 가지의 생각을 했다.

 

1) 이것이 세상이요, 사람들의 모습이다. 만약 90%의 장사꾼이 속임수로 장사를 한다면 90%를 나쁘다고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이 사는 모양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인지도 모르다. 그렇다면, 소수의 10%를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해야 하는 게 아닐까? 비양심에 분노하는 우리들도 장사를 할 때엔, 조금씩 양심을 속이기도 할 테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이중 잣대를 거두고서 저들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파는 일은 분명 나쁘다. 하지만 그런 비양심적이 업자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면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일 테니까.

 

2) 비양심적인 모습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 일면이다. 비록 소수이지만, 세상에는 정의롭고 아름답게 장사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니 그런 분들을 만나면, 당연한 일을 한다고 그냥 넘어가지 말고 칭찬하고 고마워해야겠다.

 

3) 우리의 몸은 어느 정도의 비위생을 정화할 능력을 가졌다. 인간의 정신적 영역과 자정 능력을 간과한 의료인들의 지적은 때로는 '전문가들의 호들갑'에 불과할 때가 있다. 그러니 과학적인 연구결과에 지나치게 민감해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번 냉면 육수의 비밀은 기억해야 할 내용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인공적인 것들은 인류에게 해롭다. 인공 조미료와 설탕으로만 만들어진 냉면 육수라니! 냉면 업계의 나쁜 관행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나야 냉면을 좋아하지 않아 거의 안 먹지만, 냉면은 온 국민의 여름 별식이니만큼, 국민들의 건강도 지키고 폐단도 없애고.

 

 

4) 파업, 보이콧, 불복종의 행위는 무시무시한 권력과 부조리한 문화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군사력도 병사들의 복종에 기반하고, 대기업도 소비자들의 구매에 기반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다음과 같은 클로징 멘트로 끝났다.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취재진들이 보여준 진실에 시청자들이 연대하여 움직여야 한다.

 

누구에게나 양심이 있고, 누구에게나 그 양심을 속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냉면집 업자들을 비양심적인 사람들이라고 매도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비양심적인 행동을 했지만 그들에게도 양심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냉면을 건강한 먹거리로 만들고 싶다면, 우리가 크고 작은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냉면 보이콧을 하거나, 냉면 육수의 비밀을 널리 알리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그대로 포스팅한 까닭이다.

 

"1930년대에 파업 노동자들이 어떻게 제너럴모터스사와 포드사를 굴복시켰는지, 1963년 앨라배마 주의 버밍엄에서 전개된 흑인 어린이들의 행진이 어떻게 의회로 하여금 공민권법을 통과시키게 만들었는지, 대중의 징집 거부와 탈영이 베트남전쟁을 벌이던 미국 정부로 하여금 어떻게 전쟁을 재검토하게 했는지 주목하자." - 하워드 진

 

"당신이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변화의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 노암 촘스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