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방콕'으로 보낸 X-mas 이브

카잔 2012. 12. 25. 16:56


크리스마스 이브 날인게 반가운 하루였다.

이런 날엔 가까운 사이라도 만나자고 약속하기가 힘들다. 

덕분에 나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달콤했고, 편안했고, 즐거웠다.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쉬울 만큼.

 

1.

와우카페를 둘러보는 것이 오늘 나의 첫 일과였다.

두번째로 했던 일은 어젯밤에 연락 받았던 KBS 라디오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것이었다.

성탄절날 오후에 10분 정도 전화로 라디오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고,

인터뷰 주제가 '행복'이라 부담스럽지 않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응했다.

 

하지만, 편안한 성탄절에 아무 일에도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나는 아래와 같은 거절의 메일을 보냈다.

 

"제가 성급하게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하여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12월을 분주하게 달려와 오늘부터 시작되는

2012년의 마지막 한 주 만큼은 나에게 집중하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젯밤 통화로 덜컥 일 하나를 받아 들었네요.

 

10분의 인터뷰이니, 가볍게 평소 생각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프로 정신이 발동하게 됩니다. 

이번 라디오 인터뷰는 나의 소중한 연말의 여유를 살짝 방해할 것 같아,

작가님의 청을 사양하고자 합니다. 어제 전화통화 할때에 사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메일을 보내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분들에게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누군가에게 이름이 알려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연말에는 조용히 지내고 싶다. 이미 여러 일들이 많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잘 거절해야했다.

 

2.

거절의 메일을 보내고 얼마 있지 않아

와우팀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즘 힘겨운 날들을 보내는 그다.

같은 일로 3주 전에 만났는데, 지금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하는 그와 한 시간 동안 통화했다.

 

뜻밖의 통화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피해의식이 들거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와우리더로 살아가는 것이 내게 아주 중요한 영역임을 다시 느꼈다.

그가 자신의 삶과 화해하며 잘 견디어가기를 기도했다. 

 

3.

오후에는 낮잠을 잤다. 낮잠은 대개 13분이나 15분씩 자지만, 오늘은 2시간 넘게 잤다.

사실 30분 이상의 낮잠은 피로 회복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내게 억지로라도 잠을 부여했다. 기상했을 때 편도선이 조금 간지러웠기 때문이다.

어젯밤 빙고수업 후에 마포경찰서에 다녀오느라 찬 바람을 많이 맞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두 시간이나 자고 난 후, 일어날 때에는 역시 몸이 무거웠다.

하지만 세탁기를 돌리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몸이 나아졌다.

감기에 좋다는 귤을 여러 개 먹었고, 쌍화탕도 데워 먹었다. 요즘엔 스스로 몸을 잘 챙긴다.

그리고 TV를 보며 휴식했다. 이승엽이 나오는 <힐링캠프>를 보았다.

 

4.

밤에는 와우스토리연구소의 새로운 이름 'the WOW'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더와우, 와우스토리연구소, 유니크컨설팅 등을 떠올리며

슬로건은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 커뮤니티의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혼란스럽기도 하고, 무엇이 좋은 이름인지 헷갈렸다.

 

A4 용지를 가져와 이것저것 끼적여가며 생각해 보아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신년이 되면 여러 와우들과 모여서 머리를 맞대어보아야겠다.

그 미팅을 하기 전에, 네이밍을 무엇으로 할지와는 별개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리고 와우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에 관해 잘 정돈해 두자.

 

5.

진작 썼어야 하는데도 오랫동안 미뤄오고 있는 메일이 있다.

내일은 꼭 써야겠다. 사실 중요한 메일이라 생각을 정리하느라 미룬 것도 있고,

중요하다는 생각에 쓸 준비를 마련하느라 늦어진 것도 있다. 이를 테면,

차분한 마음가짐에 정돈된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는 완벽주의에서 기인한 준비 말이다. 


'크리스마스 사죄'라도 하는 마음으로 써야겠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면 좋겠지만, 뒤늦은 메일이라 전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기쁜 성탄절 날에 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저 나의 게으름을 용인해 주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일어나자마자 그 메일부터 쓰고 나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