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인생? 덧없긴... 고맙지!

카잔 2013. 1. 10. 12:25

 

와우빙고와 함께 갔던 안면도에서의 일몰

 

살면서 가지게 된 수많은 기억 중에서 아름다운 것만을 가려낸 적이 있다. 나는 그것들에다가 '추억'이라고 이름 붙여두었다. 38일 동안의 중국배낭여행, 에버랜드의 불꽃축제, 와우 중국여행, 강진/ 해남여행, 엄마의 사진, 담양여행, 행복한 거북이 집필, 인스펙션들과의 여행, 이혜정과의 대화 그리고 50여일 간의 유럽배낭여행 등이 목록의 일부다.

 

살아가다 힘겹거나 외로울 때면, 나는 가슴 깊숙이 의식의 손을 밀어넣어 추억 상자를 더듬었다. 그리고는 추억 하나를 끄집어내어 음미하며 힘을 내곤 했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내게 힘을 주어서 아름다운 것은 아닌 것 같다. 추억은 그저 추억 그 자체로 빛나니까. 어쩌면 추억이 아름다운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추억에 약간의 절절함이 베어 있는지도.)

 

추억은 인생의 아름다움에 감격하게 만든다. 혹은 내 生도 아름다웠음에 감사하게 된다. 감성이 풍성한 이들의 정서에는 우울이 덧칠되어 있다. 나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나는 섬세한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우울에 걸려들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뿐이다. 수원대학 이주향 교수와 그의 이모가 나눈 대화다.

 

"큰 이모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세요?"
"죽을 때가 됐는데 왜 죽음을 생각 안 해?
나이가 들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풀어져 있는 게 보여.
그러면 죽음이 무섭지 않고 세상이 진짜 아름답단다.
이렇게 꽃 피는 것만 봐도 좋아!"

"이모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는데 세월이 덧없진 않으세요?"
"덧없긴... 고맙지."

 

나는 이모의 대답에 깊은 감명을 느꼈다. 위로도 받았다. 그래, 삶은 덧없는 것이 아니라, 고마운 것이다. 인생무상()이 아니라, 인생감사인 게다. 내게 주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나는 태어나 생을 살고 있다. 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종종 인생살이가 '힘겨운 여정'이라고 해도 나는 감사로 생을 꾸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고마운 인생이라고 해도, 지나간 어제가 절절해질 때도 있고, 아쉬울 때도 있고, 덧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되돌릴 수 없기에 절절한 것이고, 최선을 다하지 못하여 아쉬운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내 생의 의미를 찾지 못했거나 궁극적인 목적을 잊었을 때 덧없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 그리고 그 최선은 그저 열심이 아니라, 내 인생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향한 현명한 열심이기를 바란다.

 

미래의 언젠가에 서서, 오늘을 되돌아 본다면, 아름다운 추억만이 가득하도록 말이다. 내 삶의 모든 여정이 (기억이 아닌) 의미 있는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나의 어제는 아름다운 추억이었나? 아니면 그저 지나간 기억에 불과했었나? 내일 다시 내게 이 질문을 던질 때 분명히 대답할 수 있는 흐뭇한 오늘을 살자. 그리고 인생에 대한 허전함과 덧없음에 대한 무상함이 들면, 이모의 답변을 기억하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