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어떤 강연 후에 찾아온 감정들

카잔 2013. 3. 28. 17:05

 

적어도 강연 시간 중에는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 준비에 만전을 기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 열심히 따라와 준 참가자 분들에게 대한 고마움. 자신감이 없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참가자 분들을 향한 서운함.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느끼며 2시간씩 3일 동안 이어진 강연을 마쳤다. 이 시원함! 아, 그리고 묘하게 밀려드는 아쉬움.

 

첬째날, 둘째날 모두 꽤나 힘들었는데 강연을 마치고 나니 그 힘듦까지도 보람과 의미로 다가왔다. 동시에 참가자 분들을 위해 더 좋은 교육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이럴 수가! 내가 아쉬움을 느낄 줄이야. 이런 힘든 교육을 끝내고 어서 나의 사무실로 돌아가고만 싶었는데, 그리고 나를 찾는 이들 앞에서만 교육해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쉬울 줄이야!

 

둘째날에도 참가자 몇분들을 교육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자신을 표현할 키워드와 가치를 찾아낸 것이다. 셋째날엔 한 줄의 사명선언서를 뽑아내는 데에도 1/3 정도는 멋지게 성공했다. 그들이 자기이해를 위한 노력을 더해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관련 자료를 얼마든지 공유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리며 나의 이메일 주소를 공유했다.

 

일부의 참가자 분들에게 서운함을 느꼈던 것은 그들이 도전을 꺼려서가 아니다. 자신감이 없다고 하셔서 나는 자신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전해 드렸다. 각자 자신과 간단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켜내는 것이다. 20분 독서, 공과금 납부, 집안 정리정돈 등 간단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을 정해 놓고 실천하는 일이었다.

 

이튿날,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한 분들은 20분 중에 4분이었다. 20%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특히 그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실천율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분들께 서운했다. 사실 안타까움일지도 모른다. 잔뜩 움츠린 그들의 어깨가 펴질지도 모르는데 자신감이 없다고 하면서도 노력하려는 의지도 없어서 말이다.

 

아쉬움이든 안타까움이든, 이런 감정이 들었던 까닭은 그분들이 나의 말을 무시해서도 아니고, 나의 제안이 최고의 방법론이라고 믿어서도 아니다. 그저 그들의 삶에 내 감정이 이입되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의욕도 목표도 없이 사는 삶이 싫다고 하면서도 어떠한 행동도 취하기를 귀찮아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슬펐기 때문이다.

 

"여러분? 지금 제 기분이 어떨까 같습니까? 만약, 제 마음이 20개라면 4개는 기뻐하고 16개는 슬퍼하고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친한 친구가 우리를 인정하고 칭찬했다면 우리의 자존감과 자신감도 높을 터인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감이 없어진 절반의 원인은 인정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절반의 원인은 우리에게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어렵다고 하여 물러서고 귀찮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만족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일상의 작은 약속을 지키고 해야 하는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시작하면 자신에게 좋은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저와 함께 그런 노력을 시작해 주시면 안 될까요?"

 

나의 마음을 전했다. 우리가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덧붙였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부추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고,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게도 기쁨이 깃들어 있음을 깨닫는다면 지금 바로 행복감에 빠져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성장하면 또 다른 행복을 더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가자 분들이 만족할 줄 알며 현재를 누리시든, 성장하여 성취를 더해가시든 둘중 하나의 기쁨을 맛보시기를 바랐다. 두 가지를 모두 잡으신다면 더욱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했다. 글로 옮긴 것은 강연의 일부다. 6시간 강연 중 5분도 되지 않은 순간을 적었을 뿐이다. 나머지 5시간 55분도 그 분들께 정성스럽게 드렸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면서.

 

나는 올해 와우 10기를 모집했다가 도중에 그만두었다. 7분을 선발했다가 고민의 우여곡절 끝에 내린 나름의 용단이었다. 첫수업에서 나의 상황과 마음을 전하며며 양해를 구했다. 첫수업은 마지막 수업이 되었다. 나는 올해 '유니컨'이라 부르는 1인기업가 양성과정에 좀 더 집중하려는 생각이다.

 

내 삶에서 와우 10기를 도려낸 느낌으로 나는 문화센터, 창업지원센터, 복지관 등 자치단체에서의 강연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에는 이번 강연을 내게 부탁하셨던 기관의 센터장님께 메일을 드렸다. 더 이상은 (혹은 당분간은) 강연은 하지 않겠다고. 7년 동안 이어져 온 인연이지만 목표가 분명하니 내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강연을 마쳤는데, 홀가분할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내 눈앞에는 참가자 분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른다. 단순한 아쉬움일까, 내려놓지 말아야 할 일을 놓은 데서 오는 삶의 표지와 같은 감정일까? 지금으로서는 전자일 것 같다. 나는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살고 싶다. 그 분들을 위한 교육과 강연은 다른 강사들도 할 수 있으리라.

 

기업강연보다 강연료가 적어서 그만 두려는 것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와우팀을 관둔 것으로 인해 2천만원의 수입이 줄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어떤 결정을 하고, 이렇게 글을 쓰며 내 삶을 들여다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나만의 삶의 의미와 목적에 연결된 날들을 살고 싶다. 그렇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들은 내게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