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당신의 이상은 무엇인가?

카잔 2013. 5. 25. 21:47



2005년에 타계한 '앤 밴크로프트'라는 미국의 영화배우를 아시는지? 1967년작 영화 <졸업>에서 중년 부인을 연기하며 젊은 더스틴 호프만을 유혹했던 배우다. 언젠가 그녀의 인터뷰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내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 말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에 깊이 공명했다. 며칠동안 그 말이 귓가를 맴돌 정도였다. 


"영화 비평가들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두려움에 내가 목소리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그 두려움이란 우리가 인생 어느 시점에선가 주위를 둘러보고 장차 이렇게 하리라, 이렇게 되리라고 말해왔던 모든 것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저 평범한 존재일 뿐임을 깨닫는 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꿈꾸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나는 깨달아가고 있다. 내가 평범한 존재라는 사실을. 박완서 선생의 말도 떠오른다.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에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인다고, 선생은 당신의 수필에 쓰셨다.


나는 아직 젋지만, 그래서 여전히 마음 속에 이상을 품고 있지만 20대의 원대함은 잃어버렸다. 나이듦의 과정을 통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아는 중년의 지혜를 얻어가는 것이겠지만, 지혜를 얻는 대신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추구하겠다는 용기와 이상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소크라테스는 이상을 품었는가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것이 인간됨을 드러낸다고 했다. 돼지와 인간의 공통점은 욕망을 가졌다는 것이다. 먹고 싶고 자고 싶은 욕망에 몸을 맡기는 것은 쉽다. 그것은 돼지도 할 수 있다. 인간을 돼지와 구분하는 것은 이상이다. 인간은 욕망을 가졌지만 이상을 추구할 줄 안다. 


인간은 가능성과 장애물을 모두 지닌 셈이다. 실현되지 않은 잠재력을 발견하여 전력을 다해  이상을 추구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가능성은 활짝 열린다. 노력하여 잠재력을 실현하기보다 현재에 안주하려고 할 때 우리는 유혹에 허덕일 것이다. 열정적으로 이상에 헌신하는 삶과 편안하게 유혹에 굴복하는 삶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당신의 이상은 무엇인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대답한다면, 다소 엉뚱한 대답이다. 이상이 아니라 욕망에 관한 답변이니까. 욕망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욕망만으로 채워진 삶은 아쉽다. 이상은 돈을 벌어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안락과 말초신경을 만족시키는 것은 이상과는 멀다.

 

자기를 실현하고 영혼을 살찌우고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 이상과 가까운 일들이다.

다시 묻는다. 당신의 이상은 무엇인가?


나의 욕망은 먹고 놀며 여행이나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이상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내 생의 기쁨을 발견하여 세상에 밝음을 더해가는 작가,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도 자기 생의 기쁨을 발견하도록 돕는 작가가 되는 것이 나의 이상이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매일 글을 쓰기로. 그 일에 헌신하기로. 


또 묻는다. 

당신의 이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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