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내 삶에 규율을 불러들이다

카잔 2013. 6. 9. 06:56

 

아침 5시 30분. 일요일에 이리 일찍 일어난 것이 얼마만이던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일년 중 해가 가장 긴 즈음이니 세상은 이미 환하다. 이른 시각이라 시원하다. (머잖아 아침에도 후덥지근한 무더위가 찾아들겠지.) 간밤에 두번이나 깼다. 처음 눈을 떴을 때는 1시 55분이었다. 2시에 일어날 순 없었다.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생각해 보니, 나를 깨운 것은 두근거림이었다. 하루의 시작이 기다려지는 열정에서 기인한 두근거림. 기분이 좋다.

 

일요일 아침을 일찍 시작한 것은 이른 시각에 양평에 가기 위해서다. 한적한 도로를 여유롭게 달리면 시간절약도 되고 상쾌할 것 같다. 하지만 토요일 밤 11시에 잠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금방 잠이 오지는 않았다. 밤 시간이 아까웠다. 하지만 밤을 포기하는 아까움보다 아침을 일찍 열어젖히고 싶은 열망이 더 컸다. 결국 이른 시각에 상쾌하게 일어난 것은 어젯밤에 일찍 잤기에 가능했다. 원인이 결과를 부르는 법이다.

 

어제 나는 결심을 하나 했는데, 그것이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이제 TV를 하루 15분만 보겠다는 결심이었다. 15분은 삼성 라이온즈의 하이라이트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결심은 소원보다 강하다. '하고 싶다'는 소원은 바람에 그칠 때가 많지만 "하겠다"는 결심은 일상의 변화를 불러온다. 결심 덕분에 나는 어제를 멋진 하루로 보냈다. 결심이 아니었으면 나는 어제도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40~50분은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달라졌다.

 

어젯밤 귀가했을 때, 프로야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9회초였다. 1:1 동점 상황이었으니 짜릿한 순간이었다. 약속한 시간만큼만이라도 시청하려고 소파에 앉았다. 15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경기 상황이 궁금했지만 TV를 껐다. 주방 정리정돈을 시작했다. 나를 이기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윌리엄 제임스는 인생은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채워진다고 했다. 나는 주의를 프로야구에서 해야 하는 일들에게로 살짝 틀었다. 

 

금욕주의적인 자기경영은 내가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다. 프로야구를 좋아한다면 그것을 즐기면서, 야구로부터 배운 원칙을 내 삶에 유익하게 적용하고 활용하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쪽으로 너무 기울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후, 일상이 무너졌고 그것의 주요 원인이 프로야구로부터 이어지는 TV 시청이었다. 자율을 추구하지만,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는 자율을 빛을 잃는다. 규율이 필요한 순간이다.

 

6시간 취침하기, 매일 독서하기, 주 3회 운동하기는 최소한의 규율들이다. 이것들이 무너지면 삶은 더욱 시들해진다.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에는 기본 규율부터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슬럼프를 맞는다. 세계적인 작가들도 후대가 아쉬워하는 상실과 낭비의 시간들을 보낸 이들이 많다. 슬럼프를 피할 순 없을지라도 슬럼프를 절망이 아닌 인생의 순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길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수는 있다. 규율은 슬럼프를 떠나보낸다.

 

당분간 규율적인 삶을 살 것이다. 강도를 높여 주 5회 운동을 하고 독서와 글쓰기라는 기본적인 자기경영에 매진할 것이다. 내게 주어졌던 자율을 생산적으로 보내지 못한 벌이기도 하다. 시간이 잔뜩 주어진 초등학생 아이가 맨날 숙제는 뒷전이고 놀기만 하는 것은 부모의 간섭과 강제를 불러들이는 일이다. 현명한 아이는 자율이 주어졌을 때, 그것을 방종으로 끌고가지 않는다. 할일을 끝내어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지킨다. 나도 지혜롭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