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글쓰기 수업, 분노 & 피로

카잔 2013. 9. 8. 11:30

 

1.

어제, 9월 7일은 글쓰기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강연과 수업을 통틀어 호주 여행 이후의 첫수업이다. 아침에 수업 장소를 향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더 열심히 수업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으니 수업 진행 만큼은 최선을 다해야겠다.'

 

수료생 분들의 글에 대한 개인별 피드백을 하는 날이니만큼, 글쓰기 전반에 대한 피드백 뿐만 아니라, 한 분 한 분에 대한 맞춤형 피드백도 드려야 한다. 특히, 한 분은 나에 대한 글을 올렸다. 칭찬 일색의 글이라, 자칫하면 내가 어물쩡 넘어갈 수도 있는 글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아끼려고 하고, 생각을 많이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사람. 에니어그램 5번 유형에 대한 설명이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던 나의 절친은 내가 5번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관찰을 좋아하고 지적 호기심이 강한 것을 보란다.

 

5번 유형의 중 하나는 이렇다. 칭찬을 받으면 어색해하고 때로는 불쾌해한다. 몇줄의 설명 모두가 내게도 해당되는 서술이다. 나를 칭찬하는 말들이 오고갈 때면, 나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다. 칭찬이 싫어서가 아니다. 어색하고 정말 그런가 싶어 긴가민가해서다.

 

이런 내가 수업 때, 나를 칭찬한 글에 대해 피드백을 해야 하니, 자칫하면 피드백에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의 기질로 인해 선생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경우는 많았다.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대로 잘 해냈다.

 

수업은 길었다. 9시 30분에 시작하여 2시 30분에 끝났다. 글 피드백만으로도 하나의 수업으로써 충분한 유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임무였다. 그 임무를 잘 달성했을까? 모를 일이다. 앞으로 선생으로서 해야할 역할에 더욱 충실히 임하는 데에 힘쓰자.

 

2.

어제, 누군가에게 화를 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를 휙 떠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나는 열을 받았었다. 그래서 화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정말 화가 났다. 이제 다시는 이런 대화를 하지 말자." 나의 화에 그는 놀랐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화였으니까.

 

돌이켜보면, 참을 수도 있었고, 참았다가 더 적절하게 내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었다. 허나 돌이켜보니 그런 것이고, 당시로 돌아가면 똑같을지도 모르겠다. 화를 낸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나, 화내며 말한 것까지 지켜가려는 자존심과 나의 좁은 도량이 아쉽긴 하다.

 

3.

어젯밤엔 무척 피곤했다. 저녁 무렵무터 종아리와 허벅지가 아파왔다. 피곤이 심할 때의 증상이다. 집에 들어와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라도 누워 재충전을 해야 샤워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파에 누워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20분을 쉬었다.

 

일정이 많은 날이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와우팀원과의 짧은 미팅이었다. 그는 자신의 고민을 들려 주었고,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나의 조언이 어느 정도는 고민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단다. 소중한 이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된다는 것, 행복한 일이다.

 

마음 아픈 순간도 있었다. 와우팀원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몸살이라 생각되었다. 환절기이니 감기 몸살인지도 모르겠다. 전화를 해 본다는 것이 실행하지 못하고 오늘이 되었다. 결국 오늘 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오늘은 나아졌단다. 다행이다.

 

나 역시 잠을 자고 일어나니 피로가 가셨다. 무려 10시간 30분을 잤긴 했지만, 꽤나 피곤했는데 하룻밤 단잠으로 피로를 털어내 준 젊음이 고마웠다. 하지만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는 단 하루도 젊어지지 않는다. 나는 젊을 때부터 건강관리에 힘쓸 것이다.